청년희망재단, 비선 핵심 차은택 사업 ‘행동대원’이었나

[청년희망재단](1) 박근혜-차은택-청년희망재단, ‘문화융성’ 사업 공조

공익재단 ‘청년희망재단’이 차은택 감독이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정책을 핵심적으로 실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희망재단은 재벌 회장 등의 사비로 1400억이 넘는 기금을 조성해 제2의 ‘미르재단’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대외적으로 내세운 재단 설립 취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실상은 차은택 감독이 추진한 ‘문화융성’ 사업에 긴밀하게 공조하며 최순실-차은택 정국의 ‘행동대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박근혜-차은택-청년희망재단, ‘문화융성’ 사업 긴밀히 공조

차은택 감독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사업을 이끌며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과시해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려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으로 임명된 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주도해 왔다. 차 감독이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등 총 4가지 대규모 사업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

  2015년 12월29일 문화창조벤처단지 출범식 사진. 왼쪽부터 황철주(청년희망재단 이사장), 최양희(미래창조과학부장관), 김종덕(문화체육부장관)이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3번째가 손경식(CJ그룹 회장)이다. [출처: 문화창조융합벨트 홈페이지]

차은택 감독의 정책은 청년희망재단의 사업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청년희망재단은 차은택 감독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박근혜-차은택-청년희망재단의 연결고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장, 황철주 당시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차은택 감독으로부터 문화창조융합벨트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보고받았다. 이후 이어진 ‘문화창조벤처단지, 도약을 위한 희망의 대화’에서도 박 대통령과 차은택 감독, 윤 모 청년희망재단 매니저 등이 함께 했다.

20일 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청년희망재단과 문화창조벤처단지 간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업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월 18일 문체부가 내놓은 ‘2016년 업무보고’에는 ‘청년희망재단과 연계를 강화해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 나와 있다. 이를 위해 △청년희망아카데미 배출 인력과 문화창조벤처단지 기업 간 인재 연계(매칭) △청년희망아카데미 출신 창업 희망자에 창조융합벨트를 통한 창업과 인큐베이팅 지원 △청년희망아카데미 우수 수료생이 문화창조아카데미에 지원 시 가점 부여 등의 세부 계획을 내놨다. 청년희망아카데미는 청년희망재단 내 설치된 기구로 맞춤형 인재 양성과 기업 연결 수행 역할을 내걸고 있다.

  2016년 1월 18일(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을 주제로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2016년 업무보고를 하고, ‘문화융성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문제부는 청년희망재단과 문화창조벤처단지 간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1월 18일자 보도자료]

지난 7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차은택 감독의 문화창조융합센터 사업이 청년희망재단 시범사업에서부터 개입해 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청년희망재단 제1차 이사회 보고안건 문건’에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한다는 내용이 보고 내용으로 올라와 있다. 재단 출범 전까지 시범사업으로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해 문화콘텐츠 관련 강좌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재단 설립 이전인 지난 10월 19일, 박병원 경총회장(청년희망재단 이사)이 이사회 보고안건 자료로 제출한 문서다. 이후 재단은 실제로 매주 목요일 문화콘텐츠 강좌를 진행해 왔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청년희망재단 사업 초기부터 한국노총은 민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담긴 사업 틀이 아니라는 문제제기를 해 왔다”며 “초기에 이사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노동부의 강권이 있었고, 이후에도 수차례 사업 방향에 대해 수정 요구를 해 왔다”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초창기부터 청년희망재단 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청년희망재단 관계자는 “재단에서 진행된 문화콘텐츠 강좌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무관하게 재단 자체적으로 섭외,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 참석 과정 및 사업 연계 의혹에 대해서는 “문화창조융합센터 주최 측에서 초대장이 와서 참석한 것”이라며 “(차은택과의 사업적 연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청년희망재단은 자발적 기부로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10월 15일 설립된 민간재단이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2천만 원 출연을 시작으로, 삼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0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50억), 구본무 LG그룹 회장(70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0억), 이명희 신세계 회장(40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20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30억) 등 재계 인사들이 줄줄이 수 백, 수 십 억을 기부했다. 현재까지 청년희망재단 누적기부금액은 1,450억 원이 넘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희망재단의 발기인이자 이사로 참여했다. 특히 재단은 설립 후 노동부 산하 기관에 직원 파견을 요청했으며, 실제로 해당 기관 직원들이 재단에서 파견근무를 해 논란이 일었다. 노동부가 청년희망재단 법인설립서가 신청서를 접수 당일 허가증을 교부해 ‘초고속 셀프 허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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