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재벌 회장 독대, ‘청년희망재단’ 모금용?

[청년희망재단](2) 박근혜 재벌총수 독대->청년희망재단 881억 모금->노동개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의 설립 시점은 10월 27일. 하지만 그 직전에 미르재단과 지금 모금 방식이 유사한 ‘청년희망재단’이 먼저 간판을 걸었다. 청년희망재단이 설립허가증을 발급 받은 시점은 10월 15일, 발족은 10월 19일이다. 일주일 차이로 두 개의 재단이 나란히 설립됐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9월부터 청년희망재단 기금 모금의 군불을 지폈고, 재벌 총수들의 기부금 출연 시기도 미르재단보다 빨랐다. 시기적으로 놓고 봤을 때, 박 대통령이 직접 기업 회장과 독대해 모금을 요청했다면, ‘미르재단’ 보다 ‘청년희망재단’일 가능성이 더 높다.

박근혜 재벌 총수 독대 후, ‘청년희망재단’ 881억 모금
재벌 수백 억 기부금 받은 뒤 ‘노동개악’ 속도전...뇌물죄 적용 가능할까


지난 2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한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4일,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지원기업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연 뒤, 차례로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를 했다는 내용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17명의 대기업 총수 중 3명을 당일에 만났고, 4명은 이튿날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독대한 총수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독대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언론 등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만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독대 시기와 기업 모금, 재단 설립 과정 및 시기를 따져봤을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기업 총수 독대 목적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함께 ‘청년희망재단’의 기금 요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독대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9월 16일,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하며 사비 2천 만 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한 두 달 사이에 기업 총수 개인 명의로 된 기부금 881억 원이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던 대기업 총수들은 백 억 대의 기부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이름으로 200억 원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자신의 이름으로 150억 원을, 구본무 회장 70억 원, 신동빈 회장도 50억 원을 곧바로 출연했다. 청년희망재단은 10월 14일 발기인 총회에 이어 이튿날 설립허가증을 발급 받았다.

정부는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은 ‘법인’ 명의로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결국 ‘청년희망재단’은 대기업 총수 개인의 명의로, ‘미르재단’은 기업법인 명으로 모금이 이뤄졌다. 미르재단 기금 모음은 박근혜의 재벌 총수 독대 세 달 뒤인 10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전경련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이틀간 90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이 모였고, 다음 날인 27일 미르재단이 설립됐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업 총수와의 독대 자리에서 총수 개인 명의로 ‘청년희망재단’ 기금을 요구했거나, 동시에 법인 명의로 ‘미르재단’ 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재벌 총수들의 청년희망재단 기금 출연은 대가성 헌납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2천 만 원의 청년희망펀드를 기부하며 재단 설립에 군불을 지피자마자 정부 주도의 ‘노동개악’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박 대통령이 2천만 원을 기부한 날인 9월 16일,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발의했다. 기간제,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현재 32개로 제한 돼 있는 파견 허용 업종을 뿌리산업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악법이었다. 그리고 12월 20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일반해고(저성과자 해고)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양대지침을 발표했다. 재벌 대기업 및 전경련에서 줄기차게 요구 해 왔던 친 기업 정책들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기금 모금 공모자와 기금을 출현한 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기부금이 정권에 대한 특혜, 대가성 자금이거나 정권에 대한 투자 차원이라는 정황 증거가 나오면 뇌물죄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기업에 압력을 넣어 불법적으로 기금을 모으거나, 대가성 금품수수 정황이 포착되면 포괄적 뇌물죄, 제3자뇌물공여죄 등 적용이 가능하다.

제3자뇌물공여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한다. 포괄적 뇌물죄는 ‘뇌물죄’의 요소인 대가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집행행위와 대가 관계가 없어도 포괄적인 관계에 있으면 범죄가 성립한다. 이미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미르재단 불법 기금 모금 등의 혐의로 박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죄, 제3자뇌물공여죄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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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 최순실 , 청년희망재단 , 차은택 , 미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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