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11년 만에 파업 돌입…“재벌이 안전망친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이후 노조 교섭력 악화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22일 0시부터 열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 결렬 후 306일간 싸워왔다. 하지만 사측이 1.9% 임금인상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부분 파업에 나섰다. 2005년 이후 11년 만의 파업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 실질임금 저하와 그로 인한 인력 유출, 경력직 조종사 공백이 빚은 비행 안전 문제 등을 꼽았다. 노조는 21일 보도자료에서 “10년간 조종사 실질임금을 깎아 외국과 2~3배까지 임금격차가 벌여져 유능한 조종사가 대거 유출되어도 나몰라라 하는 회사, 극심한 청년실업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조종사의 빈자리에 저경력 외국 기장을 대거 수입해서 쓰는 회사”라고 대한항공을 비판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 유출은 경쟁사와 비교해 2배 정도다. 윤관석 의원이 항공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4년 54명(기장 34명, 부기장 20명), 2015년 158명(기장 88명, 부기장 70명)의 이탈이 있었다. 올해에도 11월 기준 160명이(기장 101명, 부기장 59명) 대한항공을 떠났고, 곧 중국 저가항공사로 이직할 조종사들도 상당수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60명(기장 41명, 부기장19명) 2015년 75명(기장 31명, 부기장 44명) 2016년 11월 기준 94명이 떠났다.

이러한 이탈은 회사의 임금인상률이 동종 업계 수준과 비교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여년간 일반직 노조와 결정한 임금인상률을 조종사노조에도 강요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임금교섭에서 사측은 1.9% 인상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일반직노조가 1.9%에 합의했기 때문에 더 올릴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4명의 등기이사에게 총 34억 7,135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조양호 회장, 조원태 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4명의 등기이사들은 1인당 평균 8억 6,783만 원씩 챙겼다. 이 금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억 원(29.14%) 가량 늘어난 수치로 직원들에게 1.9% 인상안을 강요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노조는 “초라한 경영성적에도 미르재단에 10억원을 납부했고 현재 박근혜게이트 특별검사로 부터 이것이 뇌물에 해당하는지를 수사받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주주도, 열심히 일한 직원도 아닌 임원들과 회장일가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상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대변인은 “어느 한 노조의 임금인상률이 정해졌다고 다른 노조가 따라야 한다면 임금 교섭을 왜 하나. 건전한 노사 관계를 위해 정확한 견제가 필요한 때다”라고 회사가 교섭에 해태했음을 강조했다.

휴직자를 제외한 대한항공 조종사는 2,300여명이다. 이 중 80%는 필수유지업무 인력으로 묶여있어 실제 파업 참가 가능한 인원은 482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중 189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게 되고 나머지는 2차 파업 발생시 참여할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2010년부터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서 사측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필수유지인력 시행된 후) 조종사가 파업해도 회사는 1% 결항도 안 생기게 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단체행동권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운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라는 악법으로 인해 파업권을 거의 박탈당했지만 이같은 현실을 알리는 것도 파업의 일부”라고 밝혔다. 파업 첫날, 파업에 따른 항공기 결항률은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쳐 7%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사측이 1.9% 임금인상률에서 단 천 원이라도 올릴 수 있다고 하면 파업을 풀고 바로 교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파업 여부에 대해선 “사측의 입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계속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외 비행 등으로 빠진 파업자를 제외한 170여 명은 오늘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출정식 후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구체적 파업 행동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마지막 긴급조정권이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에서 발동되기도 했다. 긴급조정권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1963년) 만들어진 제도다. 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 긴급조정권을 공표할 수 있다. 공표 즉시 쟁의행위는 불법이 되고,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노동계에선 노동3권을 제한하는 악법으로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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