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법원 앞 노숙농성 돌입

“현대차 불법 파견, 용역 폭력 끝내자”

  법원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든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정운 기자]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처벌을 요구하며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불법 파견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이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지회,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경비대 폭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뇌물 상납 등의 범죄가 있는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구호 외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몽구 회장의 가장 큰 범죄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노동자를 불법으로 사내하청으로 채용해 10년 넘게 임금을 갈취해왔다는 사실”이라며 “10년 넘게 자행돼 온 정몽구 회장의 불법파견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차 8,000여 명, 기아차 3,500여 명 정도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고, 2010년엔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공정 전반에 대해 불법파견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 이후로도 관련 판결은 줄줄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해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명의 정규직 지위가 상고심에서 확정됐다. 2014년 9월 법원은 현대차,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오는 1월 13일 고등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준비 중인 김수억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 [사진/ 정운 기자]

김수억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정규직으로 전환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하는 노동자에게 집단폭행을 자행했다. 지난 12월 6일 국회청문회 때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폭행하고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또 폭행을 저질렀다. 불법파견, 용역 폭력을 저질러도 왜 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은 처벌받지 않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분회장은 “최소한의 상식인 법원판결조차 재벌에 의해 깨지고 불법이 판을 치는 한 미래는 없다”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몽구 회장을 반드시 구속시키겠다”고 말했다.

  23일 서초동 법원 앞에서 열린 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 [사진/ 정운 기자]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도 발언에 나서 수시로 일어나는 용역 폭력을 폭로했다. 지난 21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선 경비대가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을 폭행해 2명이 허리와 목 등을 크게 다쳤다. 장재영 조합원은 “지난 3월부터 본관 집회를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할 수 없었다”며 “50여 명의 조합원이 모이면 600여 명의 경비대가 달려들어 조합원을 내동댕이치고 여성 조합원들에겐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장 조합원은 “울산은 대한민국이 아닌 현대 공화국”이라며 “정몽구 회장이 구속될 때까지 그의 만행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숙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1월 13일,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 판결을 지켜본 뒤 농성을 이어갈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농성 기간에는 법원 앞에서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에 맞춰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SK, 현대차 등의 재벌 뇌물죄 혐의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특검을 압박하는 시위 역시 준비 중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불법파견', '구속영장' 종이를 정몽구 인형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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