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0만 참가...“비박 신당도 사기극이잖아요”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 탄핵, 적폐 청산” 9차 범국민행동

친구 두 명과 손 피켓을 만들어온 24살의 대학생. 비박신당을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수줍은 웃음을 띠며 친구들에게 “보수세력이 재편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내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말에요. 야권도 여러 인물이 있지만 후보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재벌 문제나 사드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후보 개인으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체제가 문제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그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몇 번이나 나왔냐는 질문에 “다요”라며 역시 수줍게 웃었다.

“끝까지 간다” 9차 박근혜퇴진범국민행동이 열린 광화문광장. 성탄절 이브인 24일에도 연인원 60만 명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다. 오후 1시 반 경 1천여 명이 모여 시작한 만민공동회가 끝난 뒤 광장에는 25만 명, 본집회에는 55만 명 그리고 행진이 시작되고 어둠이 컴컴하게 내린 저녁 8시 반 경에는 광화문 60만, 전국 7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곳곳에서 형광색을 입은 자원활동가의 안내에 맞춰 자리한 참가자들은 이제 빽빽한 광장이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을 향한 행진과 퍼포먼스,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도 퇴진행동의 안내에 맞춰 진행됐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여당이 분열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하고 있는 현재, 요동치는 한국 사회 정국을 촛불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누리당의 분열...비박 신당도 사기극

광화문광장 돌화분에 앉아 ‘혼집’을 하던 40대 중반의 여성에게 먼저 물었다. “그들도 부역자죠. 세월호 때 그들이 어떻게 했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비전을 제시하는 것 같아 지지는 하는데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6.10항쟁처럼 죽 써서 뭐 줄 수는 없잖아요.” 생산직에서 일한다는 그는 지난 주 외에는 계속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이번 촛불은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설령 촛불이 끝나더라도 생활 속에서 촛불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눈에 띄게 불어난 태극기 손 깃발, 어느 단체가 나눠준 것이 분명한 선전물을 제각기 들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봤다. 한쪽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 구호가 다른 쪽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선전물을 들고 선 50대의 정기호 씨. 겨울 점퍼 앞 지퍼도 풀고 추운 날씨에도 목도리도 두르지 않은 그는 “비박이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찬성하지만 원래 새누리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야당도 다 대통령 해먹으려고 정치판에 들어온 건데… 촛불시위가 희망입니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장사를 한다는 그는 같은 연배의 동료 두 명과 같이 나왔다. 참여자이면서도 구경꾼처럼 다소 어색해 보인 그는 한 번쯤은 이곳에 나와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기회가 없었는데 언제든지 시위할 수 있는 문화가 올 것 같아요.”

정의당 깃발 아래서 조그만 아이와 함께 선 30대의 여성도 친절한 대답을 해주었다. “비박 신당이요? 새누리와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지금까지는 새누리 집권을 막기 위해 밀어주기식 대응을 했었는데 우리 당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으니까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어요.”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아이와 함께 성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이는 추위로 상기된 얼굴이었는데 그는 우리가 왜 이런 추위에 광장에 서야 하는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광장에는 화제가 된 다양한 깃발들이 오늘도 곳곳에서 휘날렸다. 분명 그 화제 속에 등장했을 것이 분명한‘시국발전연합 아시아태평양지부’라는 깃대를 든 한 남성에게도 가보았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1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선 그는 “다 똑 같잖아요”라고 잘라 말했다. “선긋기를 하지만 진정성을 누가 느끼겠어요. 야당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의나 평등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오후 2시경 방송차를 따라 청와대 앞으로 먼저 행진했던 대학생 김영준 씨는 “비박 신당의 지지율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박은 대선 때는 친박을 지지했고, 친 이명박 세력이 대부분이잖아요. 야권은 민심을 잘 읽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민심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각에서부터 대학생들의 행진 시위가 진행된다는 것을 공중파에서 보고 나왔다고 했다.

이 대열에 함께 서 사회변혁노동자당 깃발을 들고 있던 대학생 이동현 씨는 “비박 신당도 또 하나의 사기극”이라고 했다. “문재인이나 야권 후보 모두 한계가 있잖아요. 노무현이 집권했을 때 과연 어땠습니까? 노동자와 일반 서민의 생존권은 후퇴했어요. 박근혜의 적폐 청산과 생존권을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광화문에선 청소년들도 작은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했는데 이 대열에도 가보았다. 대열 끝에 선 고등학생 김진혁 씨는 “피해자 빙의하는 거죠. 야당도 일부는 공범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청소년 단체와 개인들은 ‘청소년비상시국행동’을 만들어 청소년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철도노조 깃발을 들고 선 한 노동자는 “정치하는 놈들은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에요. 노무현도 집권 초기에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고 괘씸하다고 생각했잖아요. 시민도 99%가 노동자인데 우리 사회가 변화하려면 노동자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

청소년, 여성, 대학생, 노동자와 자영업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 그러나 대게 보수정치의 책임과 한계를 짚으며 사회와 체제 자체의 변화와 촛불을 강조했다. 해가 져 어둠도 짙어가고 추위도 한결 더 해졌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 상기되는 가운데 본집회도 참여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재화 변호사는 “우리는 시민혁명의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불어 6대 긴급과제를 올해안에 해결해야 합니다. 촛불이 사그라들면 헌재는 언제든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촛불은 계속 타올라라만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매주 주말 저녁 6시에는 소등행사가 진행됐고 이어 정부종합청사에는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대회 중 퇴진행동은 “조기 탄핵, 헌재는 답하라”라는 말을 양대 포털에서 검색어로 치는 온라인 시위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청와대로의 행진을 시작했다.

퇴진행동은 앞으로 “국민토크 citizen2017.net”을 통해 온라인 토론도 시작할 예정이다. 퇴진행동은 9차 범국민행동 이후에도 매일 촛불집회를 계속할 계획이며 31일과 새해 첫 주말인 다음 주 토요일에는 ‘송박영신’을 위한 초대규모 촛불집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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