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겐 더 추운 겨울...난방차별 심각

한국지엠 정규직과 비정규직 온도차...비닐천막에, 히터고장, 차가운 바닥

평년 보다 따듯한 겨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온종일 외부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겨울은 춥기만 하다. 그런데 비정규직에게 이 추위는 더욱 매섭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실태조사 결과 건물 외곽에서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난방에 대한 차별은 단순한 차별의 수준이 아니었다”며 “글로벌 지엠에서 어떻게 이런 인권유린이 자행될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두 노동자단체가 지난 12월 14일 공동으로 비정규직 난방실태를 점검한 것이다. 주로 건물 밖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대상이었다. 당일 온도는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영하 2-3도였다.

  서열작업장 안쪽에 비닐로 대충 가린 사무실, 그나마 이곳은 원형선풍기 히터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출처]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우선 노동자들이 일하는 실내 온도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자동차 차체를 나르는 서열보급장의 경우 정규직은 15-19도였지만, 비정규직은 0도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는 일은 같았는데도 말이다. 정규직 작업장에는 문이 자동개폐 되면서 온도유실이 적고, 벽면은 간이 건물이어도 보온단열재로 마감돼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 간이건물은 비닐천막으로만 덮여 있었고 자동개폐문은 망가져 있거나 상시 열려 있었다. 시설이 지엠 소유인데 지게차로 망가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닫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차체 서열보급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탈의장은 컨테이너였고, 히터나 휴게공간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온종일 영하의 날씨를 온몸으로 견디어 내야 했다. 그나마 있는 전기 히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하청업체가 전기세를 분담하기에 눈치가 보여 쓸 수 없었다고 한다.

  폐기물 적환장 작업자가 쉬고 있다. 문은 없고, 오래된 작은 난로 하나로 몸을 녹이고 있다.[출처]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적환장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종일 밖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잠시라도 편히 쉴만한 공간은 없었다. 탈의장은 비좁았고, 한 노동자는 작업복을 구할 수 있으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업체에서 주는 작업복은 너무 얇아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공장 건물 안에선 밖의 온도보다 훈훈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들은 건물 벽을 둘러싸고 차체 부품을 보급하는 일이다 보니 온도는 떨어졌다. 정규직들이 일하는 중앙에는 곳곳에서 온풍기 배관을 따라 열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비정규직들의 일터에는 온풍기배관이 연결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온도도 평균 5도 이상 차이를 보였다.

  차체1부 생관 비정규직 작업장. 천막으로 덮은 작업장에 온풍시설은 없다.[출처]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임금, 노동강도, 고용 차별에 이제는 난방차별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국지엠은 정규직의 노동력으로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초과 착취를 통해 초과이윤을 창출한다”며 “그런데 난방까지 차별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이는 “인권의 문제”라며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바로 즉각적인 난방시설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위가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혈관수축으로 심근경색증, 뇌졸중 유발, 차가운 공기로 감기, 독감, 천식, 저체온증, 동상, 동창, 피로감 상승 등이 있다. 영국에서는 작업장의 최저온도를 16도로 정하고 있고, 육체적 노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13도씨까지 허용하고 있다.

김웅헌 교육선전실장은 “우리도 현장 조사를 하면서 너무 놀랐다”며 “회사에 난방 대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앞으로도 현장 조사와 연구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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