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어 해고된 삼성 노동자, 대법원 ‘부당해고’ 판결

5년 5개월 만의 최종 판결 “삼성이 노조파괴 문건 만들어”

  29일 대법원 판결 직후,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조합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2011년 삼성 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 후 해고됐던 노동자가 5년 5개월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전략 문건인 ‘S그룹 노사 전략’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삼성의 노조 파괴 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9일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 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서 일하던 조 부지회장은 2011년, 3년의 준비 끝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조 설립 직후, 삼성은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를 씌워 조 부지회장을 해고 조치했다. 삼성지회는 반발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신청을 했으나, 경기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는 적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2013년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노조 파괴 전략 문건을 폭로하며 조 부지회장의 해고가 노조 와해 목적에 의해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문건엔 노조 설립 주동자 해고, 노조원 비위 사실을 추적·수집, 고액 손해배상·가처분 신청 검토 등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계획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3대에 걸쳐 78년 동안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해오고 있다.

삼성이 문건 작성 사실을 부정하며 해당 문건의 진위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2심 재판부는 해당 문건은 삼성에 의해 작성됐으며 이 문건의 노조 와해 전략에 따라 조 부지회장을 해고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에서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노조 파괴) 문건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해고를 한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 조장희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 하고 실제로 삼성노동조합을 조직한 후 그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는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

대법원 판결 직후 조장희 부지회장은 “삼성은 노동조합 활동하면 해고된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저의 복직을 통해 안정적으로 노조 활동해도 된다는 측면이 강조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그것을 알리면서 제대로 된 싸움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지회 지회장의 부당 징계 건 등 관련 소송 4건 역시 오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지회는 “지금까지 삼성과의 소송에서 한 건도 지지 않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늘 소송도 잘 마무리될 것 같다”며 “앞으로 삼성과 이재용의 조직적 노조파괴 범죄를 단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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