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에게만 짠 임금...항의했더니 징계

“하청업체가 중간에 인건비 가로채...노조 활동도 위축”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임금이 낮다며 항의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징계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토목시설 유지관리 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KR산업 노동자들은 최근 임금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와 집회 후 징계를 받았다. 문제 제기에 나선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임금이 현저히 낮아 시정 요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사측은 임금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악덕 사업주로 묘사된 피켓 문구가 ‘명예훼손’이고 1인 시위도 집시법상 문제가 있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부당 징계를 내린 KR산업을 규탄하고 하청업체 관리를 소홀히 한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묻는 투쟁선포대회가 진행됐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내린 KR산업을 규탄하고 하청업체 관리를 소홀히 한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묻는 투쟁선포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본부 본부장은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면 2017년 민주노총 투쟁의 첫 대상은 KR이 될 것을 경고하러 왔다”며 “빨리 징계와 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토목지회가 제시한 <2016년 토목시설유지관리용역 인건비 실지급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54명은 공항공사와 계약한 금액의 92.92%를 가져간다. 반면 기업노조에 속한 조합원은 공사 계약금액 대비 152.84%를 받고,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115.89%를 받았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조사비, 학자금 지원, 연차 수당 등의 복지비는 뺀 수치다. 지회는 임금 차별이 발생하는 이유를 하청업체가 중간에 인건비를 가로채는 중간착취의 문제라고 봤다.

  KR산업 소속 노동자가 임금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토목지회]

인천공항지역지부 산하 토목지회 조합원들은 임금 산정에 있어 차별을 느끼고 지난해 9월부터 인천공항 터미널과 공항청사 앞에서 8차례에 걸쳐 1인 시위 및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임금 차별을 즉각 중단하고 임금 100%를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하청업체인 KR산업은 지난해 12월 19일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조합원 11명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 토목지회 간부는 감봉 1개월, 1인 시위를 했던 조합원들에겐 경고와 견책이 떨어졌다.

사측 관계자는 “집회에 대해선 절대 징계하지 않았고 회사 명예가 실추한 부분에 책임을 물었던 것”이라며 “회사도 원만한 노사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임금 차이가 고착화된 상황임에도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처럼 주장한 것과 1인 시위임에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근거리에서 함께 한 시위한 부분이 집시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4개나 있는 마당에 지회의 행위를 놔둘 경우, 다른 노조들하고 노무 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없겠다고 생각해서 생계에 거의 영향이 없는 최소한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유창목 토목지회장은 이에 “다른 노조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해서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조합 길들이기”라고 지적했다. 유 지회장은 “1인 시위했던 전 지회장에 대해서 다른 1인 시위자들이 경고를 받은 것과 달리 견책이라는 좀 더 높은 징계를 받은 것은 이전 노조 활동의 결과”였다며 “사측이 전 지회장에게 전관예우 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징계 대상자 중 2명은 인천공항공사 소형청소차 성능 문제에 “악의적인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에 회부됐을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

KR산업 노동자 2명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인천공항공사가 발주한 소형청소차의 뒤떨어지는 성능과, 잦은 고장 등에 대해 증언했는데 노조는 인천공항공사가 KR산업에 이들 노동자를 징계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의 사전 보고 누락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불편,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언론 인터뷰에 응할 때는 공사에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인천공항 노동자 모두에게 노조 활동 위축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이 사안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KR산업과 인천공항공사에 대해서 우리 지부는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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