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사회과학서적에 적용된 국보법… “2000년대 맞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맡은 후 공안탄압에 주력

“7월 28일 압수수색 이후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못한 점 없다고 판단해 하던 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기소장에 온갖 빨간색을 붙이며 저를 단죄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단단히 맞서보려 합니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가 5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피의자 심문 전 이 대표는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과 기자회견을 열어 국보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검찰과 맞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5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영장 실질심사 전 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는 이진영 <노동자의 책> 대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5일 오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벌였다. 영장 심사 후 이 대표는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간다. 이후 오늘 저녁 중으로 나올 심사 결과에 따라 구치소 수감 여부가 결정난다.

앞서 4일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노동자의 책’ 서적 중 이적표현물이 있다고 보고, 이 대표에 대해 이적표현물을 판매한 혐의를 적용했다. ‘노동자의 책’은 진보적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모아놓은 전자 도서관이다. 또 철도노조 대의원인 이 대표가 2013년 철도파업 때 조합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전면파업을 즉시 시행하자'는 내용의 글에도 이적성이 있다고 보고 혐의사실에 포함했다.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 저지 공동행동은 영장 실질심사 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청산해야 할 적폐인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는 망동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이진영 대표의 구속은 일명 미스터 국보법, 공안통이라는 불리는 황 권한대행이 사회분위기를 냉각시키려고 꾸미는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황교안 권한대행은 사회통제를 강화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고 한다”며 “국보법 포상금을 5억에서 20억으로 올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국정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사이버 안보법도 정부 입법 발의해놓은 상태”라고 공안사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진영 대표가 소속된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의 박종선 본부장도 연대 발언에 나서 “작년 이 대표의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2000년대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운동, 진보진영 사회운동 탄압으로 악용했던 악법 중의 악법을 가지고 노동운동을 옭아매고 정치,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고 밝히며 함께 싸울 것을 밝혔다.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은 “<노동자의 책>은 많은 노동자, 활동가들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매체”라며 “구하기 어려운 온갖 사회과학서적들을 개방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재정적 어려움 있는 활동가들에겐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며 노동자의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 명예회장은 “국보법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로 악용됐다”고 일갈했다. 권 명예회장은 “지금 보수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니 다시 국정원과 공안 검찰, 보안수사대가 나서 다시 공안 논리로 위기탈출 하려 한다”라며 “국보법을 그냥 두고선 민주주의도 인권도, 우리들의 염원인 자주통일 세상도 바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 4대 보안수사팀 경찰 9명이 서울 강서구 이 대표의 집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보안수사대는 500여 페이지의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도서 107권과 철도노조 회의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SD카드 자료 등을 가져갔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보안수사대 분실에서 네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 과정은 공안탄압을 의심하게 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이 대표가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문서를 압수한 것에 항의하자 경찰은 “당신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했던 철도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이 대표를 표적 수사했다고 의심받는 대목이다.

또 경제학 고전인 <자본론>을 공부하고 토론한 일을 문제 삼은 것도 구시대적 발상이란 비판이 거세다.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본론>은 개정판만 이미 여러 차례 나온 고전으로 전국의 많은 시민이 공부하고 있는 대중적인 책”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검찰은 <자본론>을 공부하는 것이 국보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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