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서 쫓겨난 장애인, 신고했더니 도리어 경찰이 폭행

장애계 ‘경찰의 장애인 차별의식 뿌리 뽑겠다’며 인권위에 진정

경찰이 뇌병변장애로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을 술 취한 사람으로 보고 무자비하게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장애계는 장애인 인권을 수호해야 할 경찰이 도리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폭력까지 행한 이번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하기로 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는 5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뇌병변장애로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을 술 취한 사람으로 보고 무자비하게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가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출처]비마이너

뇌병변장애인으로 언어장애가 있는 안형진 씨는 크리스마스이브 날인 지난해 12월 24일, 홀로 술을 마시기 위해 구의역 부근 일식집을 들어갔다. 당시 가게엔 손님도 거의 없어 빈 테이블도 많았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안 씨에게 “자리가 없다”며 안 씨가 가게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안 씨가 “자리가 많은 데 무슨 소리냐”며 자리에 앉았지만 가게 주인은 끝내 주문을 받지 않고 들어가 버렸다. 불쾌해진 안 씨는 문자로 112 신고 후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경찰 2명이 와서 안 씨에게 신분증 검사를 요구했다. 안 씨가 정당하지 않은 신분증 검사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자, 경찰은 임의로 신분 조회 후 안 씨 휴대폰을 빼앗아 저장되어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안 씨의 팔을 꺾어 땅바닥에 강제로 제압하면서 경찰차에 태워 그를 집으로 데려갔다. 경찰이 안 씨를 술 취한 사람으로 판단한 것이다.

집에 있던 안 씨 어머니가 안 씨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 활동하는 사람이라며 설명하자, 그제야 경찰은 죄송하다며 사과 후 돌아갔다. 안 씨는 오랫동안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일해왔으며 현재는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추련 등은 “이는 단순히 경찰의 오해가 아니다”라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비하와 차별의식이 거침없는 폭력으로 이어진 명백한 장애인 혐오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경찰의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의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술 취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당사자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은 채 범죄자 취급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적장애인을 피해자나 피의자로 만날 경우, 함부로 반말하거나 어린아이 취급하며 무시하는 행위는 너무나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경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경찰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사법·행정절차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그릇된 인식은 이제까지 “장애인 당사자 진술을 묵살하는 행위”로 이어졌고, “결국 장애인은 피해자일 때도 가해자일 때도 불리한 수사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장추련 측의 설명이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경찰은 상대방이 언어장애가 있다면 의사소통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도리어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게 모욕과 치욕을 줬다”면서 “경찰 사과 한마디로 이번 사건이 끝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러한 무례한 행동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변호사와 검토한 결과 폭행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단지 말단 경찰 2명의 옷을 벗게 하는 게 아니라, 이를 장애인 혐오 사건으로 보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서에 장애인인권교육 수립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려고 한다”며 인권위 진정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피진정인도 사건을 저지른 경찰관이 아니라 광진경찰서장으로 명시하고 경찰 전체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인권위는 신속한 시정권고를 통해 형사사법 절차 안에서 다신 장애인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결정례를 남겨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후 이들은 안 씨를 처음 내쫓은 가게도 인권위에 진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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