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방글라데시, 당신들에겐 천국인가요?

[국제통신]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투쟁

[편집자 주]참세상은 지구 곳곳 민중들의 삶과 투쟁을 전하는 ‘국제통신’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는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야스다 유키히로 레이버넷 일본 공동대표,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가 전해주실 계획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방글라데시는 의류를 생산해 수출하는 업자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물론, 열악한 인프라라는 약점이 있지만 월 5300타카(한화로 약 8만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은 의류업자들에겐 엄청난 매력이다. 실제로 수출용 의류봉제 공장들을 유치하고 있는 캄보디아(140달러), 베트남(155달러), 인도네시아(200달러)와 비교해보더라도, 월 8만원의 최저임금은 기업 입장에선 가장 저렴하게 인건비를 지출할 수 있는 국가이다. 여기에다가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그래서 사실상 방글라데시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의류/봉제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패한 정부가 철저하게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므로 영원무역으로 대표되는 한국 업체들을 비롯하여 많은 글로블 브랜드의 의류하청업체들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점차 다른 제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주에게 천국인 반면에,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에겐 이러한 환경이 지옥과도 같다. 너무 적은 임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풍부한 노동력이란 의미가 노동자의 안전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 1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공장 붕괴로 사망한 라나플라자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잦은 화재를 비롯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경제특별구역에서 노동3권을 제한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노조활동가들에 대한 빈번한 납치와 살해뿐 아니라, 시위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 발포와 체포는 방글라데시에선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정말로 방글라데시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위를 하고, 파업을 조직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 것이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무기를 소지한 채 아슐리아 산업단지 내 윈디 어패럴 공장을 지키고 있다.[출처]newagebd.net 화면캡처

2016년 12월의 최저임금 인상 투쟁

방글라데시 정부는 2013년 5300타카로 최저임금을 3년 간 동결하고 2018년에야 인상 여부를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6년 12월 11일부터 5개 전국단위 의류산업 노동조합연맹은 파업을 비롯한 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 위치한 아슐리아(Ashulia) 산업단지에 위치한 윈디 어패럴(Windy Apparel)과 파운튼(Fountain) 공장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방글라데시 당국은 즉각 진압에 나섰다.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와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신속대응부대(Rapid Action Battalion)가 투입됐고, 방글라데시제조업협회(Bangladesh Garment Manufacturers and Exporters Association)는 이에 맞춰 공장 휴업을 선언했다. 즉각적이고 무자비한 정부와 기업의 탄압으로 파업투쟁은 지속되지 못했고,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과 노조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노조센터(Bangladesh Garment Workers’ Trade Union Centre)의 라훌 아민(KM Ruhul Amin) 사무총장에 따르면, 12월 26일까지 최소 200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당했고, 15명의 노조 지도부가 체포됐다고 한다. 아슐리아 경찰서 당국자인 카디르(Mohsinul Kadir)는 이름이 밝혀진 150명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1500명의 노동자들이 폭동과 협박 등 10건의 혐의에 대해 고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을 비롯하여 정부차원의 수사와 압력이 가해지면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새 일자리를 찾기는커녕,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망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노조들은 노동자들과 노조활동가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체포된 노동자들을 석방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 방글라데시 노조연맹 중 하나인 의류노동자연합(TGWF)이 프레스센터 앞에서 노조 활동가 미잔씨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출처]TGWF

지옥의 한가운데에 있는 한국기업

2011년 12월에 발생했던, 방글라데시 치타공 영원무역 공장에서의 시위 이후,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한국에도 꽤 많이 알려진 편이다. 2014년도 1월에도 영원무역 공장에서 발생한 시위로 여성노동자 한명이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최대의 의류업체이며, 많은 한국기업들이 싼 인건비를 노리고 방글라데시 진출을 계획하거나 확대해가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다른 개발도상국 진출을 고려할 때도 그렇지만, 저렴한 인건비가 주는 혜택만 볼 뿐이지, 그 속에 감쳐줘 있는 인권침해의 위험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라나플라자 사건이후, 글로벌 의류브랜드들이 방글라데시 공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의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무자비한 폭력과 노동권 탄압에 의류업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기업들도 이 범죄의 공범이다.

지난 12월 23일, 고등법원은 영원무역이 한겨레신문에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사실상 한겨레신문의 손을 들어줬다. 영원무역은 2014년 1월에 있었던 영원무역 여성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 신문이 심층 취재해 같은 해 8월에 발표한 보도가 허위사실을 포함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에 있었던 영원무역 사태를 조사한 당시 필자와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노동자 인터뷰를 통해 영원무역 관리자들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폭행했다는 증언을 얻게 됐었다. 2014년도에 다시 영원무역을 취재한 한겨레신문도 같은 증언을 듣고 이를 기사화 했는데, 영원무역은 2011년 노동자 폭행은 허위사실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에서는 한겨레가 영원무역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한겨레신문이 보도를 결정한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영원무역 공장에서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폭행했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노동자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고서는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할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일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윤에 앞선 상식의 문제이고, 방글라데시는 물론, 방글라데시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의 기업들이라면 당연히 존중해야할 인권의 문제이다.

한 달에 8만원에서 1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살기위해서 시위에 나서면 경찰의 폭력과 해고가 기다리는 지옥은 방글라데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아시아 각국의 의류노동자들이 벌이는 투쟁에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 많은 지옥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 바로 한국기업들이란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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