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일 만에 무대에 오른 세월호 생존학생들

11차 범국민 촛불, 세월호 1,000일 ‘세월호 인양, 진상규명’ 요구

세월호 참사 998일 만에 생존 학생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생존 학생들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피해)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 숨어있기만 했지만 이제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고 입을 열였다.

7일 오후 열린 11차 범국민행동 촛불문화제의 슬로건은 ‘세월호 1,000일 박근혜 정권 퇴진'이었다. 오는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하는 자리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족, 생존학생, 시민들은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박근혜와 황교안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집회에서는 세월호 생존 학생 9명이 유족, 시민들과 만났다.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에서 우리만 살아나온 것이 죄송스러웠다. 유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싶고, 찾아뵙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3년이나 지났기에 무뎌지지 않았느냐 하시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보내고, 받지 않을 전화를 괜히 해보기도 한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 구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무시했고, 구하러 온다고 해서 정말 구하러 온 줄 알았다”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7시간 동안의 대통령 사생활이 아니다. 대통령은 7시간 동안 ‘가만히 있으라’가 아니라 ‘당장 나오라’고 지시해야 했고, 제대로 보고를 받았어야 한다. 국가가 감추기에 급급한 7시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존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테니, 너희도 우리를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에 모습을 기억해 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생존 학생들의 발언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학생들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조속한 세월호 인양으로 9명의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았다. 미수습 학생 허다윤 씨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9명의 가족을 찾기 위해서는 세월호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직도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울부짖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꼭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화제 직전에는 사전행사로 ‘4.16국민조사위’ 출범식이 열렸다. 정부가 세월호 진상조사를 무력화시키면서, 유족과 시민들은 국민조사위라는 민간기구를 발족해 진상 규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촛불 국민의 힘으로 탄핵 정국을 만들었던 것처럼, 올해에도 안전한 사회,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우리도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행동하고 실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광화문 집회에는 약 6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부산과 광주, 대구, 대전 등 지역에도 4만5천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세월호 추모를 막는 ‘황교안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집회가 끝난 뒤인 오후 7시 50분부터는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방향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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