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중의 적폐, 손배가압류 끊어낸다

쌍용차지부, 광화문 캠핑촌 입성...퇴진행동, 시민요구안으로 제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투쟁 거점을 평택에서 광화문 캠핑촌으로 옮겼다.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같은 문제가 걸린 사업장들도 적극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손배가압류 폐기 촉구의 목소리는 한층 더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범대위, 손잡고, 광화문캠핑촌 등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지부의 광화문 입성과 손배가압류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노총,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광화문공동행동(전장연), 김조광수 감독, 친구사이, 전국 각지의 투쟁사업장도 참가해 손배가압류 폐기를 촉구했다.

손배가압류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3년 1월, 6개월 간 임금을 압류당한 배달호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부터다. 이후 손배가압류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민주노총 사업장의 경우 2002년 345억의 손배가 청구됐다. 지난해 집계된 손배청구금액은 1,521억 원에 달했다.

쌍용차지부도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선 77일간 옥쇄파업 직후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400억 원 가까운 손배가 청구됐다. 이후 조정을 거치면서 78억 원 정도의 손배청구액이 남았다. 특히 경찰은 헬기 수리비용, 위자료 등을 들어 24억 원이 넘는 손배를 청구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재판에서 11억 8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과 지부 양측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이 심리 중이다.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다.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1심 재판부는 33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엄청난 손배 금액을 물리며 이들의 노조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규탄의 대상이 됐다. 오늘 모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사합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황호기 등 4명에 대해 정규직 채용을 거부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90억 원 손배를 걸었다”라며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받은 최병승에겐 ‘업무방해 방조’로 20억 원 손배를 청구했다”고 현대차를 규탄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8년간 싸우며 다시 노숙농성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을 위해 광화문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국가가 제기하는 손배와 기업이 제기하는 손배까지 망라해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비단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이디스지회,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등이 명예훼손과 모욕 등으로 90억이 넘는 천문학적 손배를 선고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잡고 운영위원이기도 한 박래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적폐특위장은 손배가압류를 ‘악마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박 적폐특위장은 “유엔은 파업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형사처분, 민사상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매번 지적하는데 현재 한국은 수십 명있는 노조에 수백억 원을 때리며 노조를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숨마저 앗아가는 이런 악마의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없어져야 할 적폐 중 하나로 꼽았다.

서영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노동위원장은 연대하는 시민들에 부과되는 벌금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 위원장은 “쌍용차 해고자들과 연대했다고 3백만 원 벌금 선고를 받았다”며 “이마저도 검찰은 금액이 적다고 항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단순히 어떤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함께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기 때문에 손배가압류나 벌금 같은 법적인 제도에 대해 강력히 저항하고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 해고노동자들이 캠핑촌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거처는 광화문 캠핑촌 문화예술인들이 쌍용자동차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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