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 300일 추모제 열려 “노조파괴 끝장내자”

영하의 날씨에도 200여 명 모여 “정몽구 유시영을 구속하라”

고 한광호 열사의 300일 추모제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열렸다.

지난 10일 저녁, ‘뇌물상납 불법파견 노조파괴 범죄자 정몽구 수고! 한광호 열사 300일 투쟁 승리 문화제’에 200여 명의 연대 단위들이 모였다. 영하 7도,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 날씨에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한광호열사 대책위원회, 민중 가수 김성만, 이수진, 유성지회 법률대리인 김상은 변호사 등이 참석해 열사를 추모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지난해 3월 17일, 고 한광호 열사는 5년째 계속된 노조탄압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일했던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2011년 직장폐쇄 단행하는 등 악명높은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이 우울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인정돼 열사는 고인이 된 지 216일 만에 산재판정을 받기도 했다.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고리는 단순히 원하청 업무협력 차원이 아니었다. 두 회사는 노조파괴 공작도 적극적으로 모의했다.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2011년 9월 두 회사는 노조 파괴 전문업체 창조컨설팅이 만나 3자 회의를 진행했다. 그 뒤로도 동향 점검 회의를 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 현대자동차가 어용노조 신설을 통한 기존 노조 말살 기획을 주도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유성기업 전문가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엔 “(현대자동차) 요구사항 중 핵심은 유성노조(기업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는 강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김상은 변호사는 “재판 준비하면서 형사기록을 보는데 아무리 봐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구속과 실형은 분명하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라며 “완벽한 증거가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영업부 이사들을 법정에 세워 노조를 파괴한 자본가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성지회 6년 투쟁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여름 노숙 투쟁으로 까맣게 탄 얼굴, 맨 앞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화난 얼굴, 동료들에게 보이던 선한 얼굴 등이 스크린을 지나갔다. 살아 움직이던 얼굴은 아스팔트 위에 놓인 영정사진으로, 분향소의 영정사진으로 바뀌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이날 지회는 편지 한 장을 준비했다. 열사의 마음을 짐작해 투쟁 중인 조합원들에게 남기고 싶었을 말들을 적었다. 홍종인 전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편지를 낭독했다.

“영하의 날씨에 시청 앞에서 깔판과 비닐을 빼앗기면서도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던 모습,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이겨내며 양재동을 지키던 모습, 비바람과 영하의 날씨에도 오체투지를 이어가며 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성기업과 현대차, 그리고 정권에 묻던 당당한 모습까지… 때로는 지칠 때도 있었고 서로에게 날카로운 말들을 던질 때도 있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분향소를 지켜주시며 서로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다독이며 여기까지 와준 동지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유성지회와 함께 투쟁해온 연대자들도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함재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열사가 돌아가신 3월 17일이 계속되는 300일째인 것 같다”며 “노조 파괴를 중단하라는 외침이 아직도 저들로부터 팽개쳐져 있다”고 말했다. 함 부위원장은 “광장 민주주의에서 비롯된 노조 민주화투쟁은 양재동에도 광풍처럼 몰아칠 것”이라며 “유성기업의 꼬여진 매듭도 풀고, 야만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외쳤다.

민중 가수 김성만 씨는 <그 눈동자> <불패의 전사들>을 열창했다. 참석자들은 미리 받은 작은 등불을 흔들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이선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은 무대에 올라 현대차를 규탄했다. 이 대의원은 “현대차는 비리 재단과 사업 등엔 몇백억 원을 몰아주면서 노동자에겐 경비를 시켜 폭행하고, 각종 손해배상을 걸고 있다”며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영원히 구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광호열사 대책위 정주회 씨는 “올빼미농성단, 희망버스 등을 통해 함께 해왔지만 열사가 돌아가시고 노조 파괴를 끊지 못해 후회와 미안함이 무겁게 들었다”며 “이번에야말로 모든 노동자,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노조파괴를 끝장내고 열사 앞에 당당히 인사드릴 때”라고 말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추모제는 김성민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조합원들에게 건네는 투쟁 결의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김 지회장은 지난 투쟁에서 거뒀던 승리와 좌절에 관해 이야기했다. 거의 모든 재판에서 승리한 점, 현장에서 조합원 목소리를 힘있게 낼 수 있는 점 등은 그가 꼽은 성과였다. 김 지회장은 “우리에겐 좌절도 많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 살아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 자본과 검찰, 경찰, 노동부는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아도 그 좌절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다시 저들이 좌절을 준다고 해도, 우리 조합원들은 다시 싸우기 위해 엉덩이와 무릎을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풍경은 유성지회와 열사 대책위가 무기한 농성을 위해 처음 온 5월의 어느 날과 비슷했다. 상복을 입은 동료, 노숙농성을 위한 천막, 현대자동차와 유성기업에 책임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피켓, 본사를 24시간 사수하고 있는 덩치 큰 경비대는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도 있다. 세 계절을 지나며 현수막은 낡아져 있었고, 꼬투리 잡을 게 없을까 촉을 세우던 경찰은 미지근해졌다.

한편 오는 20일 선고가 예정된 유시영 회장의 재판은 또 미뤄졌다.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유 회장 측 변호인이 변론재개신청을 했다. 일부 사실에 대한 의견을 변경하니 이를 입증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김상은 변호사는 “지난 3년간 충분한 변론기회가 보장됐는데도 이제 와서 의견 변경을 이유로 변론재개신청을 한 것은 선고기일 연장을 통해 지금 재판부를 교체하는 등 재판을 장기화시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받아준 법원도 문제가 있으며 선고기일을 명확히 지정할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출처: 김한주 기자]

[출처: 김한주 기자]

[출처: 김한주 기자]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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