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투기에 현수막 훼손까지...보수단체의 ‘애꿎은 화풀이’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사회적 약자와 진보 세력에 대한 분노 표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설치된 배너에 '김대중 처단'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출처] 광화문공동행동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보수단체의 장기투쟁 농성장 훼손 사건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4시경, 광화문역 안에 위치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아래 광화문 공동행동)' 농성장에 누군가 인분을 버리고 농성장에 세워두었던 배너에 '김대중 처단'이라는 글귀를 쓴 후 달아났다. 광화문역 청소노동자가 청소했지만, 이미 한 장애인 활동가의 휠체어 바퀴에 인분이 묻은 후였다. 광화문 공동행동은 경찰에 의뢰해 CCTV 확인을 했지만, 인분을 버리는 장면은 잡히지 않았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신원을 알 수 없어 확언은 어렵지만, 지난번에도 보수단체 회원들의 농성장 침탈이 있었고 당일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위가 있었던지라 보수 성향 시민의 소행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화문 농성장이 보수 성향 시민들의 폭력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0일, 탄핵 반대 집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던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농성장에 있던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바닥에 던지고, 현수막과 세월호 리본 등을 뜯어냈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장애인 활동가들을 향한 욕설과 폭언도 이어졌다.

보수 성향 시민들의 물리적 폭력은 광화문 농성장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2일, 유튜브에는 한 남성이 민주노총이 설치한 현수막을 훼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신의 한 수'라는 팟캐스트 방송 중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이 남성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부산역에 설치한 '대한민국 어디에도 미국 사드 필요없다'는 글이 담긴 현수막을 "종북주의자들이 설치했다. 응징해야 한다"며 칼로 난도질한다.

그뿐만 아니라, 16일에는 삼성 본관 앞에서 1년 넘게 농성 중인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 농성장에서도 보수 시민의 폭언과 현수막 훼손 사건이 발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엄마부대' 회원 30명가량이 "대한민국 무너뜨리는 특검은 이재용 구속 당장 중단하라!"며 삼성 본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삼성 본사 앞에 있는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활동가들에게 폭언하고 물건을 훼손했다.

반올림 측은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전시해둔 사진 등을 훼손하려고 해 이를 막으려던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고, 경찰을 부르자 해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산 이후 이들은 농성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걸린 반올림 현수막 6개를 칼로 찢었다. 현재 반올림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16일 저녁 7시에 농성장을 침탈한 '엄마부대'의 폭력을 규탄하는 '촛불 이어말하기' 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재왕 희망법 변호사는 "보수 성향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훼손하는 이러한 행동은 그 의미가 굉장히 무겁다"라며 "그러나 비난받아야 마땅한 행위임에도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법이 마련되지 않아 행위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운 '손괴죄'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6일, '엄마 부대' 회원들이 훼손한 반올림 현수막. [출처] 반올림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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