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최순실의 땅인 평창

[기고]평창군과 평창경찰, 태연하게 버스노동자 인권침해

평창군수와 면담을 위해 20일 군수실을 방문한 평창 버스노동자들이 오후 1시반 경 단 3시간 만에 퇴거불응을 이유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3일이 아니라 단 3시간이다. 하루를 보낸 것도 집기를 망가뜨린 것도 아니다. 평창군수가 없어서도 아니다. 평창군수는 버스노동자들이 요구한 ‘면허권 회수’는 못하겠다며 면담 10분 만에 퇴거를 명령했다. 기다렸다는 듯 평창경찰은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면담 10분 만에 나가라는 게 면담인가. 또 경찰이 도대체 어떤 근거로 버스노동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가. 지역 공공기관에 찾아간 버스노동자들을, 단 10분 만에 현행범으로 체포한 그 근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평창운수 노동자들의 전면파업 50일차였던 20일, 노동자들이 평창군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군수실에서 농성에 돌입했던 상황 [출처: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장갑 낀 손으로 한 성추행은 괜찮다고?

더 큰 문제는 무리한 강제연행을 하다 공공운수노조 여성간부를 남성경찰이 성추행한 점이다. 평창 경찰서에 여성 경찰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매우 위험한 상황도 시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가관은 경찰에 성추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였지만 “손에 장갑을 끼고 있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피해여성노동자를 모욕했다. 장갑 낀 손으로 여성노동자의 가슴을 만지면 성추행이 아닌가. 버스나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숱한 성추행이 장갑 끼면 면죄된 적이 있는가. 왜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집회 때 여성참가자들을 연행하거나 자리를 이동시킬 때 여경이 하겠는가. 물리적 힘이 크다고 여겨지는 남성경찰이 신체접촉을 하며 성추행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집회참가자 중 남성이 여성참가자에게 성추행을 해 고소당한 적이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에도 이는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한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리를 더 분노케 한 일은 성추행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여성노동자에게 경찰이 나중에 법적으로 고소하든 하라며 모욕했고 나중에는 수갑을 채우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서 현관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바닥에 얼굴을 쳐 박고 모포에 말아 조사실로 끌고 갔다. 입을 막기 위해 더한 인권침해를 한 것이다. 위험한 무기도 없고 경찰서에서 도주 시도도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 물리력을 쓸 이유는 없다. 단지 인권침해를 한 경찰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필요했을 뿐이다.

[출처: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최순실의 힘이 통하는 평창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싶었다. 작년 말부터 거리로 시민들이 나오면서 민주주의를 말하고 공정함을 말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삶은 경찰 ‘나으리’들과 군수 등 정치인 ‘나으리’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지역사회에서 법은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군수 말 한마디에, 서장 말 한마디에 인권은 땅에 처박힌다.

게다가 평창은 최순실의 힘이 여전히 통하는 곳이 아닌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며 지역사회 인맥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겠는가. 땅도 사고 업체도 밀어 넣으며 경제 활성화를 약속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약칭 박근혜특검법)에 대해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이 강원도에 3명이나 된다. 반대한 김진태 의원, 기권한 권성동, 김기선 의원 모두 새누리당이다. 그런데 심재국 평창군수는 친히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실에 방문해 ‘평창명예군민’ 증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버스노동자들은 만나지 10분 만에 경찰을 동원해 연행을 지시하면서도 멀리 새누리당 의원실까지 찾아가는 노고는 아까지 않는다. 여전히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는 평창군이다. 중앙정부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의 횡포를 막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예산은 세금, 착복은 회사, 뒤 봐주는 군청

공공운수노조 평창운수지회 버스노동자들이 평창군수를 만나려고 했던 이유도 지방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군민이자 노동자로서 마땅한 권리이다. 평창운수 버스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저임금 장시간노동 개선과 버스공영제 및 군 단위 버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싸웠다. 작년 12월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지만 군청은 관광버스 12대를 대체버스로 투입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사태를 악화시켜 왔다.

평창운수는 농어촌복지 차원에서 지자체로부터 100% 보조금(매년 10억 원)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농어촌버스다. 그런데도 노조 설립 전까지는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2016년 노사교섭에서 사측 인상안은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6,040원, 노조 측은 85원 더 많은 6,125원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항상 적자라며 최소한의 노동조건도 보장하지 않는다. 19일을 일하기로 됐지만 실제는 25일이 넘고 한 달 근무시간은 월 350시간으로 연간 4000시간이 넘는다. 그에 비해 사업장에서 일하지도 않는 관리직이 6명이나 된다는 건 매우 수상한 일이다. 농어촌복지 정책으로 지자체가 농어촌버스에 100% 예산을 지원하지만 그 돈은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회사가 가져가고 있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회사가 착복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평창운수노동자들은 면허권을 군청이 가져와서 직접 운영한다면 이런 불합리한 일,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요구한 것이다. 농어촌 버스문제 해결은 농어촌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해결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심재국 평창군수는 고민도 없이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나는 바란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방정부까지 확대되기를. 언제나 약자에게 강한 저 경찰 ‘나으리’들의 횡포에 분노하며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도록 동료시민들이 함께 목소를 내주기를. 이글을 읽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들이 풀려나도록 평창군과 평창 경찰서에 항의해주기를 부탁드린다.

* 참고
평창군 자유토론 게시판 (전화033-330-2000)
http://www.happy700.or.kr/board/list.happy?boardId=BBS_0000009&menuCd=DOM_000000103002000000&contentsSid=24
평창경찰서 자유게시판 https://www.gwpolice.go.kr/pc/sub02/sub02_01_01.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