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또 노동자 대상 강제 DNA 채취 시도

흉악범 취급에 인권탄압, 노동탄압 비판 거세

검찰이 흉악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하는 DNA 채취를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시도하면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12월 29일 부산지검이 생탁 막걸리 투쟁으로 기소돼 복역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최승환 사무처장의 DNA 시료를 채취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이유로 DNA 채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사무처장이 DNA 채취를 하러 온 구치소 내 기동순찰대에 거부할 수 있는지 묻고 거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면할 수 있었다. 최 사무처장은 그 자리에서 거부서를 작성했다.

이 사건 외에도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세 명이 DNA 채취에 응할 것을 요구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게 DNA 채취를 해야 하니 방문해달라고 전화상으로 통보했다. 이 중 한 조합원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영장이 청구돼 채취가 이뤄진다’는 말에 DNA 채취에 응하기도 했다.

황성혁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담부장은 “(검찰이) 통상 3회까지 DNA 채취 요구서를 보내고 이후에도 거부를 하면 영장 청구를 통해 DNA 채취에 나선다”며 “지금은 1차 시도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DNA 채취 논란은 2010년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제정되면서 시작했다. 정부는 살인, 성폭력, 강간 등 흉악범의 DNA 신원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면 재범을 막고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DNA법의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를 남용해 국가 통제가 심화될 것을 우려했고, 이 같은 우려는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2011년,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던 장애인 활동가에 대해 검찰은 DNA 채취를 요구했고 용산참사 당시 진상규명 활동을 하던 이들에게도 DNA 채취를 요구했다. 2014년엔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노동기본권을 요구했던 학습지 교사에게도 DNA 체취 출석 안내문이 날아와 노동탄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DNA 채취 요구를 받은 장애인 활동가, 철거민, 노동자는 흉악범죄와는 무관한 탓이다.

  23일 '검찰의 무차별적 DNA시료 채취 중단 촉구' 기자회견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출처: 민주노총 부산본부]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민중연대 등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노동자들의 DNA를 채취하려는 것은 신종 공안탄압이며 노동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범죄수사와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를 넘어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저항하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DNA까지 수집하고 있다”며 “검찰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농성을 하거나 파업을 했던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DNA법 입법 목적에 맞게 대상을 제한해 행사하고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네 명에 대한 DNA시료 채취 요구를 중단하라”며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다. DNA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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