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잘못된 것은 ‘여혐’이다

[기자의 눈]여성도 예술도 폄한 발언, 정치만 성역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의 ‘더러운 잠’ 작품이 논란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며 다시 여혐 문제는 모르쇠하고 정치만 성역화하는 기득권의 논리를 가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번 논란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곧, 바이전’ 전시회의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새누리당은 이 전시회에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과 질 낮은 성희롱이 난무”한다며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시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의 발언대로라면 징계가 내려진다하더라도 몰 젠더적 근거에 기초한 ‘면피용’ 징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은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며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다르다”고 지적,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의 입장은 틀렸다.

[출처: 문재인 페이스북 페이지]

우선, 문재인의 발언대로라면 이 그림은 비판과 풍자가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작품이 단지 ‘정치인 영역’인 국회에 전시된 것만 문제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정치의 영역에서의 여혐이나 표현의 자유 논란을 피하며 예술은 그래도 된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비판과 풍자는 박근혜의 몸을 벗겨 모욕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여성혐오의 방식을 삼는다. 하지만 예술도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오히려 약자에 대한 폭력을 옹호하는 방식을 취할 때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그 반대라는 점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걸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 같은 문재인의 인식은 지난해 5월 강남역에서 살해당한 여성에 대해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고 기록한 그의 몰 젠더적 말과 다르지 않다.

전시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내용적인 면을 검토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이 말을 통해 자신은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했다며 단지 예술가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거리를 둔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도구로 박근혜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국회라는 공간에서 전시하고자 했다면 사전에 검토했어야 한다.

특히 여혐의 한국 사회 그리고 미술계 내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성찰이 이제 막 터져 나온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더욱 더 성적 약자의 입장을 돌아보고 성찰했어야 했다.

둘째, 예술과 정치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 또한 문제다. 이는 자신의 ‘성역’을 지키려는 오래된 기득권의 논리일 뿐이다. 주류는 자신을 찬양하는 예술은 숭고하다고 칭하면서도 예술이 기득권을 공격하면 예술과 정치는 다르다고 훈계해 왔다. 친일이나 군사정권은 비판하는 민중예술의 예술성은 폄해온 반면 자신에 부역해온 예술가들은 늘 추켜세웠다. 물론 서정주와 같은 친일, 군부 독재 부역자도 자신의 비정치성을 항상 강조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예술과 정치의 영역을 구분할 게 아니라, 오히려 박근혜 정부 기간 문화예술인들이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며, 모든 정치는 예술에 대한 검열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해온 투쟁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그가 집권하더라도 다시 비정치적인 예술, 자신을 미화하는 예술만을 원한다면 오산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의 눈은 약자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논란에 예술과 정치를 구분하는 프레임을 씌운 것도 바로 그 이유다. 그들의 추상적인 가치 ‘민주’ 또는 대의민주주의와 부르주아민주주의에는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는 없다. 그러니 말 많았던 ‘재벌’은 ‘경제민주주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제적 약자, 계급 없는 개혁을 해도 새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지원하지 않은 박근혜. 그리고 예술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며 무정치한 ‘백지상태’로 예술을 보는 문재인 식의 인식 중 나은 것은 무엇일까?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의 “더러운 잠”과 박사모의 “우리도 표현의 자유를 즐긴다”라는 그림을 보는 여성들의 심정은 정말 참담하다. 당신들과 당신들이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인가?

문재인이 지지했던 촛불이 저항하는 대상은 당신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만이 아니다. 그 촛불은 여혐에 이골이 난 여성들, 재벌이 수탈해온 노동자,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매일 같이 부정당하는 장애인들이 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정치와 예술은 다르다고 훈계할 게 아니라 약자를 찾고 그 편에서 예술과 정치를 논하라.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리나

    여자를 너무 모르는 남성들 지긋지긋하지 않나요?
    세계 1위 기업 릴로에서 발렌타인 이벤트한답니당;;
    남성에게서 해방된 완벽한 쾌락을 함께 누려봐요~
    언니들도 페미니스틱 명품이라며 칭찬하네요;;
    lip.go2cloud.org/SH6u

  • 이글은

    글의 논지가 잘 잡히지않는다....

  • 최인호

    오랫동안 수뇌부가 거세되고 /스너프 양키놈의 입맛에 맞는/ 모리배들로 채워져 /예쁘게 관리되어 온 /스너프양키의 초일류식민지/대한민국 짝짝짝 짞짝/ 근데 식민재벌앞잡이 대갈통을 꿈꾼다는 / 궁민지지율 1위라는 피노키오가 /식민재벌앞잡이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시된다고라..../너 되게 웃긴다/ 가짜 흑인 오바마 못지않게 ./여성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트럼프 못지않은 비열한 원숭이 클린턴보다 .../ 더 그짓을 잘할 것으로 여겨진다/ 호박씨 까기.../ 스핀닥터질하기../ 보호한답시구 도리어 근로자 물 처먹이기../

  • 재미나

    여혐이 문제인데 왜 문재인을 까는 것일까, 이구영과 곧바이전을 두고서. 그리고 이를 옹호한 문화예술단체와 송경동을 까야지.

    <더러운 잠>은 진보파들이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에 대한 황색 정보를 끝없이 확대재생산하던 맥락의 필연적 결과물이자 증거물 아니던가?

    요컨대 <더러운 짓>은 자기들이 했는데, 보수정치인이 선 긋는 게 화난다는 건가?

    자칭 진보파들, 무척 재미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