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노선 불확실···미국서도 사드 막을 방법 연구”

[인터뷰] 한국계 미국인 평화활동가 이현정 씨

사드 반대 목소리가 트럼프 정부 하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까. 미국 평화활동가들도 미국에서 경북 성주와 김천의 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민>은 지난 3일 화상채팅으로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 이현정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씨는 미국의 코리아정책연구소 연구원, 미주한인 청년단체 노둣돌 회원, 한국의 민주주의 및 평화를 위한 연대회의 대표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25일 사드 반대지지 활동, 미군기지 순회 조사 등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려 했지만, 입국 금지당했다. 당시 법무부는 입국 금지 이유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씨는 성주·김천 여성 주민 4명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당사 점거 등 민주당을 대상으로 투쟁을 한 이유와 민주당의 반응 ▲미국 활동가들이 사드 반대 투쟁을 지지할 방안 등을 묻는 인터뷰를 했다. <뉴스민>은 이 인터뷰 직후 이 씨와 트럼프 정부에서 사드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그리고 미국에서 사드와 관련해 어떤 움직임들이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출처: 이현정 씨 [갈무리:http://www.zoominkorea.org]]

뉴스민(이하 뉴)=지난해 한국에 입국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납득할 수 있나. 사드 반대 여론을 우려해서 입국을 거부한 것이라면, 법무부보다는 당시 박근혜 정부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분은 어땠나.

이현정(이하 이)=저희가 그때 한국에 갔던 목적은, 미국의 평화재향군 세 분과 같이 한국에서 사드 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제주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다음, 강정마을, 군산, 평택 등 미군 기지가 있는 여러 지역을 순회해 미군기지가 지역 주민들이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하려고 했다.

평화재향군 세 분은 입국했으나 이주연 씨와 저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 당시는 사드 반대 투쟁이 성주에서 아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공항 곳곳에 설치 돼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 봤는데 성주 주민들이 그 당시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시위하는 장면이 거의 24시간 방송되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 여러 번 갔었지만 한 번도 입국 금지된 적이 없고, 법을 어겨서 문제가 생긴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굉장히 의외였다. 100% 사드 이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문제 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 투쟁을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연대 하러 갔는데, 우리 입국을 금지한 것은 바로 그 행동을 막으려 한 것으로 생각한다. 평화를 지지하는 미국 시민들과 한국에서 사드 반대 투쟁하는 분들의 연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뉴=트럼프는 당선 전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성주 사람들은 오히려 동북아시아 정책 측면에서 힐러리보다 트럼프 당선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은 사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이=우리도 그것이 궁금하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지금(2월 3일)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정부 이래 첫 순위로 한국을 방문했다. 전례 없는 상황이다. 서둘러서 한국에 간다는 것은 유의미하다.

여러 한국 언론사는 사드 배치를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해석을 하는데,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아니면 오히려 지금 북의 ICBM 실험 위협 때문에 중국의 협조를 받으려면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얘기했고, 미국 시민들이 제일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군사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현정 씨와 성주, 김천 주민들이 화상통화를 통해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뉴스민]

뉴=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음 정부는 야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와중에 메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 중이다. 방한 목적이 무엇이라고 보나? 사드 배치 시점을 당기려는 것인가?

이=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론 미국 정부나 미군은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만약에 그게 목적이라면, 한국 대선이 열릴 5월 초 전에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는 건데, 부지 결정조차 나온 게 없다. 그 안에 사드 배치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아직 외교정책을 뚜렷하게 세운 상황도 아니다.

뉴=성주 주민들은 사드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필요한 무기라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은 한국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구도에서 한국을 방패 삼으려는 것인가?

이=사드배치는 두 마리 새를 잡으려는 수단이다. 하나는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용도다. 또 하나는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다. 둘 다 한국 시민들에게 이익이 없는 시나리오다. 한미연합은 동등한 얼라이언스가 절대 아니다. 미국은 지난 60년, 70년 동안 계속 그래왔듯이 미국의 지정학, 군사,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정책을 한국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본다.

뉴=조금 전 인터뷰에서 사드 반대 투쟁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많이 질문했다. 여성 역할에 관심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나라 여성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가?

이=Women Cross DMZ의 국제부장인 크리스틴 안이 여성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롯데 불매운동을 한국과 타국 여성들의 국제적 연대운동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뉴=마지막으로 미국에서도 사드와 관련해 어떤 활동이 준비되고 있나?

이=불행하게도 미국 시민, 심지어 미국 평화 반전 운동가들도 사드에 관해서 잘 모르는 상태다. 우리의 목적은 이 이슈를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특히 미국 평화운동가들에게. 재미동포들과 평화재향군들이 연대해서 사드배치반대 태스크 포스 (Task Force to Stop THAAD in Korea and Militarism in Asia and the Pacific – stopthaad.org)를 만들었다. 2월 13일 미국에서 웨비나(웹세미나)를 통해 평화운동가들 대상으로 홍보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사드배치를 막을 방법을 연구 중이다. 매년 봄마다 열리는 국회의 연방정부 예산 논의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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