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들이 16Km 행진에 나서는 이유

[기고]새로운 세상, 새로운 길을 걷자!

2011년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부품회사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심야 노동 없는 노동자의 삶을 요구했습니다. 2급 발암물질이라는 야간노동을 없애고,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지금은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는 회사가 많아졌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모든 사업장이 밤샘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인간다운 일터, 새로운 세상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제안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열어야 바뀔 수 있는 세상, 굳게 닫혀버린 문 열쇠를 찾아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위해 시작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는 사측의 태도는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폭력으로 점철된 노조파괴 시나리오였습니다.

용역깡패 폭력, 경찰병력 투입, 해고, 징계, 손해배상, 고소고발… 우리들은 쓰러지고, 다치고, 아파하며 7년의 세월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2/3가 앓고 있는 중증 우울증, 분노조절 약을 복용하지 않아 충동적 폭력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과 약을 복용하고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또 다시 반복됩니다.

아파서 울부짖고 몸부림을 쳤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동료 한광호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회사 정문에 들어서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어 몇 번을 발길을 돌려야 했던 노동자, 11건의 고소고발, 사측의 폭력에 저항했고, 또다시 징계 통지서를 받아야 했던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는 2016년 3월 17일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리고 이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노조파괴를 지시한 현대자동차와 이를 실행한 유성기업은 1년이 다 되도록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이대로 동료를 보낼 수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시작한 싸움, 네 번의 계절이 지나 다시 봄이 다가오는데, 사람을 죽인 자들은 아직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파괴는 노동자의 마음과 정신까지 갉아먹는 중대범죄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지 6년이 지나서야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시영 1심 선고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수천 건의 고소고발과 구속이 신속하게 이뤄지더니 유성기업 사측에게 사법부는 어찌 그리 너그러운 걸까요.

현대자동차가 노조 파괴를 지시한 이메일과 문건이 드러났지만, 아직까지 현대자동차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의 법이 군림하고, 불법을 합법화하는 법안들이 통과되는 이 나라 노동자는 삶의 존재 가치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주인이 열지 못할 길이 존재 한다는 것은 누군가 독점하고, 길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청와대의 안방을 내주면서까지 국민을 외면하고, 재벌들과 뒷거래하여 주권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세상의 길을 열어야 할 이유는 명확해졌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2월 10일 시작되는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1박2일 행진’에 함께 합니다. 우리가 제안하고 함께 걷는 이 길은 유성기업 노동자의 투쟁의 길이고, 반드시 바꿔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노조파괴로 노동자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 대통령이라고 국정을 내어주고 국민을 농락하는 일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길을 걷는 것입니다.

사법정의 실현을 지켜보는 국민과 대선 준비에 일손을 놓아버린 국회, 아직도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알 듯 모를 듯 입으로 정치하는 그들에게 내어주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거짓 뒤에 숨어버린 재벌총수들의 불법이 단죄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 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아직도 우리는 내가 주인이 아닌 저들이 주인이라는 편견에 물들어 관성화 되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더 이상 내 것을 내어 주는 세상이 아닌, 내가 주인인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길에 함께 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입니다.

함께 하면 할 수 있습니다. 이 길에 당신을 초대 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종인(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