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년…“여전히 범죄자 취급”

“외국인보호소 폐쇄하고 모든 미등록이주민 사면하라”

‘범죄자 취급’하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으로 10년 전 오늘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이주노동자 10명이 숨졌다. 11일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선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대회를 앞두고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죽음을 부르는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정책을 규탄하며 외국인보호소를 폐쇄하고 미등록이주민을 사면하라고 촉구했다.

2007년 2월 11일 새벽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보호소 근무자 9명은 이주노동자 도주를 우려해 이중 잠금장치를 열어주지 않고 시간을 지체했다. 당시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직원들은 보호실 한 호를 열고, 이주노동자 몇 명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다시 돌아와 남은 보호실 이주노동자를 옮기는 식이었다.

그 결과, 10명의 노동자가 유독가스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다수의 생존자에게도 부상과 후유증을 남겼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화대 경보기 등 소방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출처: 김한주 기자]

[출처: 김한주 기자]

사고 후, 지휘책임자는 처벌받지 않고, 하급 공무원과 경비 몇 명만 처벌받았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부상자들은 제대로 된 후유증 치료 지원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은 밝혔다.

“외국인 도망갈까 불 나도 문 열어주지 않는 한국”

추모제에는 시민 약 100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이주노동자 인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추모사로 “한국엔 AI, 구제역이 퍼지고 있다며 처분 통계가 바로 나오는데, 한국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죽었는지는 아무런 통계가 없다”며 “피부색 다르다고, 가난하다고, 아무도 이주노동자 목숨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식을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를 데려왔지만, 정작 이주노동자는 여러 차별을 받아왔다”며 “법과 제도도 사업주와 정부 입맛에 맞췄지, 우리 편이 아니”라며 기업과 정부의 이주민 대책도 지적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세월호 배 안에서 손톱이 빠지도록 구조를 원한 학생들과 철창 안에서 죽음을 목도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르지 않다”며 “타국에서 먹고 살기 위해 한국에 온 노동자들은 지금도 멸시와 착취,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는 이런 야만적인 폭력이 없도록 노동자가 앞장설 것”이라고 추모사를 전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출처: 김한주 기자]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법원 판단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출입국관리법”이라며 “무기한 구금은 외국인 노동자, 정신병 질환자, 메르스 같은 1종 전염병 환자 대상으로 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이 이주민을 전염병 환자만큼 위험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꼬집었다.

또 김대권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라며 “(체류 기간) 하루가 넘으면 범죄자로 변해 ‘인간 사냥’하는 게, 외국인이 도망갈까 봐 불이 나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게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주공동행동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강화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3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직간접적 단속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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