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도시와 로지스틱스

[서평] 데보라 코웬의 <로지스틱스,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

[출처: 갈무리]
데보라 코웬의 <로지스틱스,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이하 로지스틱스)는 로지스틱스(logistics)의 기원을 추적하고, 이 산업에 의해서 재구성되는 경제, 정치, 사회 영역의 양상과 이와 결부된 갈등/폭력의 지리를 문제화하고 이론화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로지스틱스’란 상품 공급 사슬을 말하며, 상품이 생산된 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흐름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군대의 배치와 보급을 다루는 병참술(military logistics)에서 기원하는 로지스틱스는 1960-70년대 경영학 담론 내에서 재구성되며 성장했다. 그런데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세계화(globalization) 담론이 등장한 시기와 겹친다. 하비(Harvey)에 따르면 세계화라 불리는 경제적 흐름은 자본의 이윤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시․공간의 압축에 의해서 나타난다. 이 시기 자본은 하락하는 이윤율을 상쇄하기 위해서 상품의 생산-유통-소비 과정, 즉 상품 순환 주기를 단축하고 상품 유통과 소비의 공간적 장벽의 최소화(시공간의 압축)를 진행한다(Harvey, 2000). 이제 자본에 의해 작동되는 모든 경제활동은 시공간 압축을 통해 상품의 순환 시간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으며, 따라서 상품 공급 사슬(로지스틱스)은 자본의 이윤 창출의 토대로 등장한다.

1970년대 전까지 생산의 합리화는 생산, 유통, 소비의 영역으로 독립적으로 관리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상품 순환에 대한 강조는 경영학 내에서 이 영역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공급 사슬 시스템을 구상하게 한다. 소위 로지스틱 혁명이라 불리는 공급 사슬 시스템은 각 영역이 개별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저효율성의 문제, 즉 각 영역에서 연결될 때 적체되는 시간 비용(저장 비용, 운송 비용, 재고 유지비용 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상품이 매끄럽게 순환하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로지스틱스 혁명은 생산과 소비에 걸쳐있는 관국가적(transnational) 순환 시스템을 낳으며 오늘날의 지리를 순환의 흐름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로지스틱스 산업은 이처럼 상품 순환의 중요성이 재발견되며 나타났고, 이는 자연스레 이 순환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안전)의 문제와 국경(국민국가 주권)의 문제를 중첩시킨다. 상품의 순환을 강조하는 로지스틱스는 홈 없는 흐름을 요구하는데, 이 흐름을 교란하고 홈을 만드는 것을 메꾸기 위해 다양한 보안 기술들을 작동시킨다. 예컨대 로지스틱스의 결절점인 항구, 공항, 터미널 등은 공공/민간 보안 업체에 의해서 엄격하게 통제, 관리되며 노동자들의 파업과 같은 교란이 일어났을 때는 군대까지 동원한다. 따라서 상품 공급 사슬은 필연적으로 보안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으며, 시장(민간)과 군사의 영역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의 폭력적 탈취와 축적 체계를 강화한다.

로지스틱스의 보안의 중요성은 영토에 기반한 국민국가의 주권을 흐리게 한다. 상품 순환을 교란하는 기상 악화, 파업, 그리고 해적 등의 위협들은 이제 일 국가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순환에 관여하는 모든 국가들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중 해적의 사례는 특히나 흥미로운데 코웬에 따르면, 해적은 국민국가의 주권을 재구성하는 하나의 문제계로 나타난다. 바다는 크기와 유동성으로 인해 어느 국가로부터도 통치 받지 못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적은 영토에 기반 한 국민국가의 구성적 외부로써 등장한다. 국가의 주권 외부에 해적이 놓임으로써, 이들은 역설적으로 모든 국가들에 의해서 기소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해적들은 국민국가에서 보장하는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거세당한 채, 아감벤(Agamben)의 표현을 빌리면 주권 권력의 물러섬으로 인한 ‘예외 상태’에 놓인 호모사케르(벌거벗은 생명)로 나타난다(Agamben, 2008). 이러한 의미에서 코웬은 해적을 반정치적(anti-political) 사법 기술로 범주화한다.

반정치적 사법 기술은 상품 순환의 효율성을 위해 노동자를 규율하고 정치적 권리를 억압하며 작동한다. 특히 ‘로지스틱스 도시’에서 이 반정치적 사법 기술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순수하게 로지스틱을 위한 허브로 구성된 도시(바스라, 두바이)는 민간 기업들의 운송 최적화와 로지스틱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두 가지 모두는 공간의 생산을 통해서 효율적인 상품 운송을 기본 원칙에 두고 작동한다. 여기에 상품 흐름을 보안하기 위한 다양한 반정치적 사법 기술들이 도시에 접합한다. 예컨대 두바이의 경우 로지스틱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90% 이상은 외국인으로 이들은 어떤 시민권도 없이 임시 취업 상태에 있다. 이들은 집합적 교섭, 파업과 같은 노동의 기본권도 인정받지 못하며 정치적 행동과 같은 교란을 유발할 경우 외부로 추방된다.

또한 이들은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감시당하며,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상품 순환의 최적화에 맞춰 규율되고 배치된다. 보안 자격 증명의 근간이 되는 생체 정보, 그리고 카메라를 통한 노동자 움직임의 감시에서부터 군사 및 민간 보안 업체를 통한 폭력적 신체 상해까지, 보안화의 무수한 형태들은 노동자의 신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즉 신체의 모든 움직임이 상품 순환에 맞춰 조율, 통제되고 이들은 숫자화, 데이터화되어 상품 흐름의 부속품으로 전환된다. 결국 시민권 강탈을 통한 로지스틱스 도시의 축적은 상품 흐름을 위해서 봉쇄를 요구하는 역설을 낳는다. 이 도시들은 상품 흐름을 위해 정치적 시민권이 미치지 않는 외부로 봉쇄되어야 하며, 예외 상태로 끊임없이 유예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바이의 사례는 로지스틱스 도시의 극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두바이의 사례는 다른 로지스틱스 결절점과 도시에 하나의 모델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세계가 로지스틱스 도시로 점차 재구성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령, 9/11 이후 미국 항구 도시는 테러로부터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인증 증명서를 도입하며 노동자들을 인종화했으며, 순환의 효율성 논리로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정치적 행위는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되어 폭력적으로 거부되고 있다.

결국 로지스틱스 혁명으로 확산된 전지국적 순환 축적체계는 보안(안전), 규율, 주권에 관한 푸코의 권력 논의를 포개어 놓는다. 영토를 경계로 작동하는 주권 권력, 그리고 개인들의 신체에 작용하는 규율 권력, 그리고 인구의 항상성을 위해 교란(리스크)들을 관리하며 안전(보안)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생명 권력(Foucault, 2012)은 로지스틱스 도시에 이질적으로 변주되며 결합한다. 주권 권력은 예외 상태로 유예된 상태로 결합하며 여기에 규율 권력과 생명 권력이 교차한다. 규율 권력은 상품 흐름의 효율성을 위해 인간 신체에, 생명 권력은 순환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개입한다. 그러나 여기서 작동하는 생명 권력의 대상은 푸코가 말한 인구가 아니라 사물로 대체된다. 따라서 이제 상품의 흐름은 이것 자체가 애초부터 생명을 가지고 진화한 것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대이주>(pp291-320)가 보여주듯 자연화되며, 우리 인간의 생명은 하나의 리스크로 관리되며 규율과 보안(안전)의 대상(사물)이 된다.

따라서 코웬에게 정치적 대안은 인간의 신체와 생명을 강탈적으로 축적하는 상품 순환에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개입 지점에서 코웬은 퀴어(queer) 이론을 들고 나온다. 자본주의 상품 순환 경제에 동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경제를 상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다른 경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퀴어 이론은 우리가 로지스틱스 관계에 대한 대안적 질문과 이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욕망의 자원으로 작용한다고 코웬은 주장한다. 그러나 나의 퀴어 이론의 무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웬이 얘기하는 대안으로써 퀴어 이론은 매우 추상적이고 난해하다. 퀴어 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품 순환 경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지, 퀴어적으로 상상한다는 것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제시가 되지 않아 아쉽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저자가 얘기하듯 상품 흐름의 공급 사슬이 확대되면 될수록, 오히려 역으로 광대한 거리의 사람들이 서로 연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통체(commons)의 기반도 더욱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런 공통체의 힘의 장에서 퀴어 이론은 그 의미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실천해야 할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코웬은 이처럼 로지스틱스의 역사와 지리를 좇아가며 경제(민간) 영역과 군사술이 상동하는 모습과 그 폭력의 지리를 폭로한다. 시민권 강탈, 생명의 억압으로부터 추출되는 로지스틱스 도시는 비단 이 도시만의 성격으로 제한될 수 없다. 도시가 자본축적을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고 창조될 수밖에 없기에, 축적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은 빈번히 폭력적으로 제거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사례를 본다면, 우장창창, 옥바라지 골목, 아현포차 등 부동산 가치의 순환을 위해 발생한 분쟁의 장소는 항상 용역들의 폭력적인 개입이 있었으며, 이 개입의 장소는 역시나 봉쇄된 ‘예외 상태’의 공간으로 재현됐다. 여기서 공권력은 폭력의 방관자 혹은 조력자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국가가 보안하는 것은 단지 상품 가치의 순환이라는 것을 가시화했다.

코웬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평화롭게 보이는 도시와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폭력과 예외 상태를 통해서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도시는 자본의 순환을 위해 봉쇄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으며, 이 봉쇄 공간은 현재 서울 여기저기에 비가시적으로 편재하며 자본의 순환을 매끄럽게 한다. 따라서 코웬의 <로지스틱스>는 상품 공급 사슬의 확장과 이로 인해 변형되는 공간과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탁월한 텍스트임과 동시에 현재 서울과 같은 도시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충실한 텍스트다. 오늘날 도시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꼭 책장 맨 앞에 꽂혀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 참고 문헌

Agamben, J. 2008. <호모 사케르 –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박진우 역. 새물결.
Foucault, M. 2012. <안전·영토·인구>. 오트르망 역. 난장.
Harvey, D. 2000.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구동회, 박영민 역.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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