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노조 못할 만큼 특수하지 않은데요

국회토론회,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보장 위한 입법 모색

“어제 재벌 기업 정규직 했던 사람들이 오늘 특수고용노동자가 됩니다. 왜 특수고용노동자가 느는가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특수고용자를 늘리기 때문입니다. 특수고용 현장에선 교섭해서 투쟁으로 얻어낸 것도 부정되는 상황입니다. 단결권만이라도 보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가 부당한 일을 당해 고용노동부에 전화하면 보통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습니다. 특별한 경우긴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여기 전화하면 도와줄 거라고 노조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부는 법원으로, 법원은 국회로 일을 미루다, 심지어 노조에 공을 던지는 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28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판례의 변화와 노동기본권보장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보험모집인, 건설기계노동자, A/S 기사, 화물차운전노동자 등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발제와 토론을 주의 깊게 들었다. 현장 발언과 질의 시간이 오자 부당한 처우와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놨다.

발제를 맡은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국회에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개정을 요구했다. 노조법에서 인정하는 근로자 범위를 수정해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자는 것이다. 권 법률원장은 “한정애, 이정미 의원이 이미 제출된 입법안이 있다”며 “근로자 정의 조항을 일부 수정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직종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정애 의원이 지난 6일 대표발의한 노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근로자’ 정의조항에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 ‘그밖에 다른 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 이 법에 따른 단결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등을 포함했다. 민주노총도 입법요구안도 이와 큰 차이가 없다.

권 법률원장은 “대법원 판례도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본다고 판시하고, 헌법재판소도 입법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며 “여러 외국 입법례에서도 노조할 권리를 넓게 보장하고 있고, ILO에서도 권고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 권리 보장에 대한 얘기는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 요구집에도 있었다”며 “십 몇 년 전부터 이어온 문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대통령 되면 그다음 날 노조 설립증 교부하겠다고 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권 법률원장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 나온 뒤 중노위가 조정자리에서 ‘당신도 대법원 가서 판결을 받아오라’는 말을 했다”며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조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고 법적 분쟁이 생기면 피고로 나서 방어하라”고 촉구했다. 또 “그렇게 하라고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영민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다양한 고용형태가 나와 1990년대 후반부터 ‘근로자냐, 아니냐’라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노동부는 경제적 종속 관계, 사용 종속 관계에 따라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2012년 11월 21일 제311회 국회 4차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새누리당 소위원장 김성태 의원과 간사 이완영 의원이 수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던 내용”이라며 “이 법안 처리부터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철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은 특수고용노동자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장은 “자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경영 불안을 겪으면서 경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고용 외부화를 선언했다”며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상황 실태 파악’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전체 취업자 2,500만 명 중 특수고용노동자는 230만 명 정도다.

이 의장은 “집계되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가 100만 명은 더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이어 “갈수록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증가하지만, 이들의 노동자성은 부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는 결코 특수하지 않은 노동자이고, 이런 고용형태로의 변질을 요구한 적 없기에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형식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자 지위가 인정되는 특수고용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백지위임’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령에 지나친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직종을 지정하는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권두섭 법률원장은 “‘다른 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자’, ‘단결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라는 두 가지 요건을 전제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반적 위임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가 주최했다. 한정애, 이용득, 강병원, 송옥주, 서형수,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도 함께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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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적종속

    고용노동부 발언인용에서 '존속'관계가 아니라 '종속'관계입니다...두 번이나 잘못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