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 장례 353일 만에 치러져…“정몽구 구속은 남아있다”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모인 600여 명, 행진과 영결식 진행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유성기업지회 한광호 열사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353일이라는 최장기 열사 투쟁 끝에 열사는 천안 풍산공원묘역에 잠들었다.




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진 열사의 장례에는 전국 3,500여 명의 장례위원이 참여했다. 4일 오전 6시 충북 영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한 발인제를 시작으로, 오전 7시 30분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노제를 지냈다. 오전 11시 30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선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및 노동사회단체, 시민사회 등 600여 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까지 행진 후 영결식을 진행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부터 1km에 이르는 행렬은 선소리꾼의 노래에 맞춰 현대차 본사 앞으로 행진했다.



12시부터 시작한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열사의 약력은 ‘짧지만 치열했던 삶’으로 요약됐다. 박범식 유성영동지회 부지회장은 “2011년 5월 18일 용역 깡패를 앞세운 유성기업의 직장 폐쇄 후, (열사는) 2014년까지 3번의 현장 대의원을 역임하며 치열하게 노조 파괴에 맞서 싸웠다”고 설명했다. 박 지회장은 “열사는 힘 있고 가진자한테 굴복하지 않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며 “짧지만 치열하게, 의미 있는 삶을 살다 가셨다”고 말했다.

김성민 유성영동지회 지회장은 ‘항상 가장자리에 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김 지회장은 “한광호 열사는 가장 어려울 때 간부를 자처했고, 누구도 가려 하지 않은 곳을 먼저 찾아갔다”며 “몇 안 되는 그의 사진엔 그가 항상 가장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빛나고 싶은 시절에도 가장 구석에서 조용히 자신의 삶을 태워 우리를 밝혀줬다”고 덧붙였다.

  노조 탄압으로 괴로워하던 열사의 영혼을 달래는 진혼무가 펼쳐지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나왔다.


“노조파괴 지시, 현대차 정몽구를 감옥으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첫번째 조사를 맡았다. 백 소장은 “원통하게 학살을 당하면 장례식을 치르는 게 아닌 성풀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한광호 열사를 땅에 묻지 말고, 살인마 정몽구를 묻어야 한다”며 “정몽구와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범대위 소속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열사의 죽음에 사과하지 않는 유성기업을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유성기업은 열사 투쟁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며, 왜 현대차를 가고 전경련을 가느냐고 물었지만 죽게 만든 사람 처벌받게 하자는 게 독한 일이냐”며 “노조를 깨고, 노동자를 괴롭히는 게 독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명숙 활동가는 “아직 정몽구를 비롯한 경영진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대차의 처벌 근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열사가 원하는 세상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조 파괴 없는 세상을 다짐하며 열사를 영원히 기억하는 3월을 만들자”고 했다. 최 직무대행은 “유성 자본은 치밀한 기획과 야만적 폭력과 괴롭힘으로 민주노조를 짓밟고 조합원 학대했다”며 “유시영을 끝내 구속했지만 사장 한 명을 구속하는 데 6년이 걸린, 참담한 대한민국을 봤다”고 비판했다.

353일 만에 고맙고 미안한 동지를 보내며

열사 산화 후, 353일간 전면에서 싸웠던 유성지회 조합원들도 무대에 올랐다.

박효종 유성영동지회 조합원은 직접 써온 편지를 낭독했다.

“난 형 못 보낼 거 같은데 어떡하지. 아무도 형한테 잘못했다고 안 했잖아. 아무도 형한테 미안하다고 안 했잖아. 유시영이 구속됐다고 형을 보내? 형을 이렇게 만든 놈들은 뻔뻔하게 숨 쉬고 살아있고 밥만 잘 처먹는데 억울해서 어떻게 가. 형만 생각하면 목구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고 눈물부터 나는데 어머니나 석호형 생각해 보내줘야 하는데 난 모르겠어. 형 죽인 놈들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을 봐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내 마음이고 하자는 대로 해야겠지.”


열사의 친형, 국석호 유성지회 조합원은 “어느 형이 동생을 차가운 냉동고에 일 년 가까이 안치하고 싶었겠나”라며 “수많은 동지와 시민들이 함께해주셨기에 동생을 맘 편하게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진행한 현대자동차 정몽구를 처벌하는 투쟁할 것”이라며 “정몽구가 구속되는 날, 동지들께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말을 줄였다.


장례위원회는 열사에게 헌화하며 오후 2시쯤 영결식을 마쳤다. 이어 천안 풍산공원묘역으로 이동해 열사를 안치하고 장례를 마무리했다.

저 하늘에 가서는

한광호 열사 가시는 길에

송경동 시인

당신의 목을 조인 건
한적한 강변 가로수에 매달린 줄이 아니라
현대라는 재벌이었지
재벌의 사병이 된 국가였지
야간노동 철폐
밤엔 잠 좀 자자는 소박한 요구에
돌아온 것은 청와대의 국정원과 현대와 검경과 창조컨설팅이 공모한
총체적 탄압이었지
귀족노동이라는 흑색선전이었고
민주노조 간판을 내리라는 엄포였지

그러나 당신은
동료의 등에 칼을 꽂지 않았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인간됨을 포기하지 않았지
죽어서도 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가운 냉동고에서 다시 1년을 얼어 지내다
이제야 저 하늘로 돌아가는 당신

저 하늘에 가서는
제발 다시는 또 누군가 오른 철탑 아래에서
아득히 추락하는 꿈을 꾸지 않아도 되길
대포차로 돌진해오고 소화기로 내려치고
쇠파이프로 후려치는 용역깡패들에게 시달리는
꿈을 꾸지 않아도 되길
적군도 아닌데 공장 하늘 위로 헬기가 나오고
전투경찰들이 쫓아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기를

저 하늘에 가서는
더 이상 무당한 까닭으로 해고를 당하고
징계 받아야 할 자들에게 도리어 징계를 받고
시시때때로 경찰에 끌려가 조사받고
또 종일을 CC카메라 앞에서 사찰받지 않아도 되기를
제2노조 제3노조 영혼까지 매수당한
구사대 동료들 앞에서 더 이상
까마득한 절망과 분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기를
정당한 조사와 판결을 미루고
6년 동안 뺑뺑이를 돌리던 검찰과 법원 앞에서
속이 꺼멓게 타들어가지 않아도 되기를
거덜난 통장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앞에서
서러운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기를

저 하늘로 가서는
정몽구 구속 재벌해체
지상의 모든 과제는 우리에게 맡기고
좋은 꿈만 꾸며 살 수 있기를
소수의 무한한 독점과 행복을 위해
모든 이들이 헐벗고 탄압당하지 않는 세상
자본과 권력과 군대와전쟁이 사라진 세상
어떤 이도 어떤 이를 처벌하거나
어떤 이도 어떤 이 위에 군림하지 않는 평등한 세상
경쟁이 사라지고
모든 생명의 조화로움만으로 충만한 세상
부디 그런 좋은 꿈만 꾸며 살 수 있기를
부디 그런 아름다움 꿈만 꾸며 살 수 있기를

여기 모인 모든 벗들의 소망과 사랑을 담아
이제 당신을 보내드리니
부디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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