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촛불은 좋아서 울고, 반대파는 분노의 광기

세월호는 탄핵 사유에서 빠져…난장판 된 탄기국 집회서 기자 폭행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탄핵심판 92일 만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헌재의 선고 후, 헌재 앞 시민들은 ‘촛불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반면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이 죽었다”며 국민저항운동을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탄핵 인용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환호하는 시민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오전 11시 23분경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파면을 확실시하자 헌재 앞 시민들은 함성을 질렀다. 재판관 8명 전원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을 결정했다. 이 권한대행의 선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생중계를 보던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애초 4, 50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선고 시간은 20분 정도로 짧게 끝났다. 오전 11시 4분 이정미 권한대행은 “지금부터 2016헌나 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헌재 앞에 모인 시민 1만여 명은 초조히 선고 장면을 지켜봤다.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국정개입 허용, 대통령 권한 남용, 뇌물 수수 등 박근혜의 범법 행위가 인정될 때마다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에게 국가 정책 문건을 유출했고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다”며 대통령이 대기업과 이권을 도모한 점을 적시하기도 했다.

‘세월호, 공무원 인사 개입 의혹은 탄핵 사유 아냐’

다만 헌재는 박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 등은 증거 부족의 이유를 들어 탄핵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통령 직책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탄핵심판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중계를 보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세월호에 대한 부분은 아쉽지만,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는 사실만으로 고맙고 지난 3년간 싸워온 마음에 위안이 된다”고 했다. 김 씨는 “빨리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철저한 조사와 빠른 인양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선고 직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자회견에선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열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왜 세월호만 안 되고, 왜 우리 애들만 안 되냐. 내 새끼, 우리 애들 왜 죽었는지 그거 하나만 알려달라”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탄핵 결정에 기쁨의 눈물 흘리는 시민도

  탄핵 인용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환호하는 시민들

다른 시민들은 탄핵 결정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구에서 올라와 어제 저녁부터 헌재 앞에서 밤을 새웠다는 60대 남성은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이제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생각에 기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대구엔 ‘박근혜 접근 금지’ ‘오염 주의’ 플래카드가 걸렸다”며 “대구 시민들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24세 남성은 “4.19나 6월 항쟁처럼 독재 정권을 타도한 역사로 남을 일”이라고 오늘 탄핵 선고를 평가했다. 이 남성은 “대한민국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음을 느꼈다”며 “국정 교과서 아닌 역사 교과서에 오늘 탄핵 심판이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구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고통스러운 1차 관문이 끝났는데 이제 적폐 청산이라는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의 지인 통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시스템은 철저하게 망가졌다”며 “관련자를 구속 처벌하는 것으로 적폐 청산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분 참지 못하고 폭력 행사

  탄핵 인용 선고 직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모습

  주저 앉아 우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안국역 일대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대통령이 파면되자 아수라장이 됐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주축인 일명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이 죽었다” “불쌍한 대통령이 배신당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주저 앉아 우는 참가자도 있었다.

  경찰을 향해 도시락을 던지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쇠파이프 휘두르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이들은 경찰, 취재진 등에게 음식이 든 도시락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쇠파이프까지 나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현장 상황을 촬영하고 있는 <참세상> 기자에게도 달려들어 구타를 했다. 이들은 기자를 발로 수차례 가격하고, 태극기 등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이날 다른 취재진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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