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으로 시작한 나의 공동투쟁

[연속 기고] (4) “(가칭)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다녀와서

판매연대 노동조합은 자동차 대리점에 근무하는 비정규 판매노동자들의 노조다. 자동차 판매노동자는 원래 모두 정규직 였으나 IMF 구조조정으로 대리점 제도를 도입하면서 비정규 판매노동자들이 생겨났다. 정규직과 동일노동을 하지만 기본급과 4대보험도 없고 퇴직금 또한 없다. 18년 동한 원청과 대리점 소장들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착취를 견디다 못해 2015년 8월 22일에 설립한 노동조합이다. 원청과 투쟁하기 위해 2016년 5월 21일 조직형태변경총회를 하고 금속노조로 가입요청을 했으나 정규직 판매노조의 반대로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아직 금속노조 가입을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금속노조 소속도 아니고,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도 아니지만 공동투쟁의 목적과 정신에 동의하고 전국순회투쟁에 참여했다.

[출처: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행동]

3월 20일

전국 순회 투쟁의 첫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광화문에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국순회 버스를 탔다. 첫 번째 행사는 전주지검에서 우리 판매연대의 기자회견이었다. “노조파괴범 김정완을 구속 처벌하라!”는 취지로 현대 금암대리점주 구속 처벌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처음 투쟁에 참가하는 우리 판매연대의 기자회견에 연대해주신 동지들에게 고마웠다.

그 다음 일정엔 ‘전북고속 정홍근 동지’에게 찾아갔다. 혼자서 6년이나 외로운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투쟁의 초보인 나는 목표와 결심을 다지게 됐다. 정홍근 동지의 승리도 마음 속으로 빌었다.

이어 LG U+ 홍수연양 죽음의 규탄대회에 참가했다. 자본은 개인적인 자살이라고 책임을 전가한다. 어리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 들었으면 세상과 연을 끊어버리나. 원통하고 분통하다. 죽음을 외면하는 이 사회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3월 21일

이날 밤은 민주노총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리곤 새벽에 ‘군산 한국GM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632일차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선전전을 하는데 세찬 칼바람에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내 몸이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 천막치고 632일차 투쟁을 하고 있는 동지들. 정말로 자본의 횡포와 만행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두 번째 일정인 창원마산의 ‘한국산연’은 일본에서 온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자기 나라에서는 감히 노동탄압을 못하면서 남의 나라에 와서는 불법과 편법을 배워 해고와 탄압을 밥 먹듯이 자행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의 불법에도 정부는 정작 자본의 편을 들며 옹호하고 있다. 정치도 법도 분명 잘못된 나라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빨리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힘차게 투쟁을 외쳐본다.

세 번째 목적지인 창원시에 있는 ‘S&T’ 투쟁현장에선 간담회와 선전전을 했다. 그런데 곧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공동투쟁 동지들이 온다고 자본이 겁을 먹었는지 교섭이 잘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저녁식사 후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노동자는 많은데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노동자는 소수”라는 얘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해고 당할까봐 자본의 횡포와 탄압에 저항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3월 22일

새벽 6시 20분부터 ‘대우조선소’에서 선전전을 시작했다.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노조가입을 권하는 명함과 볼펜을 주면서 예전에 영업 판촉 활동을 하듯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1시간 20분 동안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에 생기나 웃음이 있는 노동자는 없었다. 자본이 시키는 대로 마지못해서 출근하는 기계인 것 같았다. 이 잘못된 세상을 우리 모두의 힘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보게 됐다.

우리는 두 번째 일정으로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을 할매들의 ‘성주 사드 반대 투쟁집회’는 참으로 놀라웠다. 집회에 참여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구부정한 몸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시고 힘찬 팔뚝질로 사드반대를 외치셨다. 시 낭송 시간에 눈물을 연신 닦아 내시는 어르신들 모습에 나도 몰래 눈물을 훔쳤다.

“사무여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런 단단한 각오로 투쟁하시니 사드는 성주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 판매연대도 이런 정신으로 싸워야겠다. 성주 소성리는 우리 노동자들이 어르신들에게 투쟁의 정신을 배우고 가는 현장이었다.

성주 소성리 마을 회관에서 동지들의 코고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샜다. 덕분에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 소리까지 들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마을에 새벽이 밝아 오면서 오늘은 또 어떤 동지들을 만날까 기대가 됐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마을에 수많은 야광 벌레들(경찰)이 시골 거리에 가득했다. 새벽에 난생 처음 시를 썼다.

아. 원통하고 슬프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경찰은 국민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있어야 나라가 있고
우리가 있어야 당신들이 있다
내 나라 내 땅에 이게 무슨 짓인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새벽 기도한다
이곳 소성리에 평화가 살며시 내려 앉기를 소망한다


3월 24일

모두들 마을회관에서 자고 일어났다. 싸우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마을 회관을 깔끔히 대청소했다. 식사 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투쟁 현장으로 출발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1021일째 투쟁’ 중이었다. 울산과학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청소하시는 분들을 도리어 해고한 곳이다. 김순자 지부장님은 “과학대 학생 5000명 가운데 단 한명도 농성장에 오지 않습니다”라며 서러움을 호소하셨다.

그리곤 금속사업장 신규노조인 ‘동진지회’ 집회 장소로 이동했다. ‘글로비스 공장’ 정문에서 집회하는데 용역경비가 사진 촬영을 해서 붙잡아서 사과를 받아내는 일도 있었다. 전국에 있는 여러 투쟁 현장을 보면서 전국 판매연대인 우리가 투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됐다. 전국순회에서 만난 동지들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숙연해지고, 눈물이 나면서도 스스로 결의를 다시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일정인 삼척에서는 우리를 많은 동지들이 환영해주었다. 이곳 강원도 가스공사 비정규직 지부장은 24일부터 부당해고를 당하고 외로운 투쟁을 선포했다. 그는 “예전에는 빨간 띠 두르고 팔뚝질 하는 광경을 보면 손가락질 했다”고 고해성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해고자가 돼보니 알겠더라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했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며 자본의 부당함에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 나도 함께 마음을 되새겼다.

3월 24일 마지막 날

삼척 동양시멘트에서 정문 출근선전전을 마치고 평창에 있는 평창운수 집회에 도착했다. 집회에서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 3권 쟁취!”를 힘차게 외쳤다.

머리털 나고 전국순회를 처음으로 해봤다. 4박 5일간 ‘광화문-전주-군산-창원-거제-성주-울산-삼척-평창-광화문’으로 이어진 긴 여정은 소중한 동지들과 희노애락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번 투쟁은 앞으로 많은 동지들과 함께하는 투쟁에 뜻깊은 전국순회로 기억될 것이다. 전국순회 기간 내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뜨거운 동지애를 느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신 사업장별 동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판매연대 동지들과 전국의 투쟁을 만나게 해준 함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동지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이 글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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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원(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 부위원장)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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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빌게이츠

    고생많으셨습니다.

  • 만두왕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 노동인권 신장!!
    그날까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빌어먹을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