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평화를 맛보려면 소성리로 오라

[워커스 르포2] 몸으로 사드 막는 주민들

경고
이 지역은 평화구역이므로
사드 배치 관련 장비 및 인력
출입 자체를 금함.
소성리 마을 이장 및 주민 일동


3월 11일 성주군민이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 부지 인근에 팻말을 세웠다. 선수 친 쪽은 국방부였다. 2월 28일 국방부는 사드 부지 일대에 철조망을 치고 출입통제 팻말을 세웠다. “이 지역은 군 시설이므로 허가되지 않은 인원의 무단출입 및 사진촬영을 금함.” 어려서부터 소성리 땅에 살던 주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누구 마음대로?

성주군민이 사드 배치를 몰아붙이는 미국과 국방부에 맞서 싸운 지도 어언 8개월. 국가폭력에 맞선 처절한 싸움터는 성주군청에서 소성리로 옮겨졌다. 성주군민의 싸움을 ‘처절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이곳은 국방부의 엄포를 똑같이 되받아치는 팻말처럼 재치와 해학, 여유가 넘치는 신비로 가득한 동네가 됐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출처: 박중엽 뉴스민 기자]

평화가 불꽃 튀는 성주군 소성리
새마을기 내렸더니 박근혜도 내려오네
몸으로 사드 막는 주민들


60가구 100명 남짓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 소성리에 별안간 군인이 찾아왔다. 그들은 철조망을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소야(邵野, 아름다운 들)라는 소성리의 옛 지명이 무색해졌다. 28일 국방부가 철조망을 치고 군경의 감시초소가 배치되면서 주민들은 시름에 빠졌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와 성주군민들은 롯데가 사드배치 예정지인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넘기지 않을 것으로 봤다. 중국의 압박을 무릅쓰고 탄핵 위기에서 몰락하는 정부 말을 들을 것인가, 계약을 미루면서 다음 정부에 공을 넘길 것인가. 자명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일절, 투쟁 의지를 다잡으며 마을회관에 걸려있던 새마을기를 내렸다. 그랬더니 박근혜도 내려왔다. 박근혜 파면을 마을회관에서 모여 지켜보던 소성리 주민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만세삼창 했다. 주민 여 모(80) 할머니는 말했다. “가스나 저거 때메 밥맛이 없었어. 이제야 맛나겠다. 앞으로는 사드가 문제다. 사드 때문에 이래 좋은 날에도 가슴 한쪽 구석에 마음이 답답해. 누구든지 사드 보내는 사람 이제 찍을 거라. 이제 숨 좀 쉬자!”

그뿐이던가. 지난여름 성주군민이 새누리당을 탈당하자 새누리당이 간판을 내렸다. 성주에서 촛불을 들었더니 광화문까지 촛불이 번졌다. 이를 성주에서는 ‘평화나비효과’라고 부른다. 이제 성주군민은 이렇게 외친다. “박근혜는 구속돼라”,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이 땅으로!”

철조망 배치 직후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 성주투쟁위 상황실도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김천·원불교의 천막이 상황실 역할을 했는데, 이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6개 사드 반대 조직에서 1명씩을 상시 파견했다. 당초 국방부가 사드 최적합지로 성주읍 성산포대를 지목했을 때에도 시민들의 연대는 꾸준히 있었지만,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군민들이 매일 열리는 집회에 1천명 이상 상시 참여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지난 9월 30일 최적합지가 성주읍 성산포대에서 성주골프장으로 변경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성주투쟁위 내부가 한반도 사드반대와 성산포대 반대로 갈려있던 상황에서, 성주군수가 제3부지를 지지하자 투쟁 동력이 떨어졌다. 제3부지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성주투쟁위를 빠져나왔다. 그 자리를 김천·원불교가 채웠다. 성주투쟁위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가 접촉했고, 원불교와 함께 10월 3주체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소성리 주민과 연석회의가 투쟁의 구심이 됐고, 여기에 시민들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주민과 연대 시민들은 엑스밴드레이더(사드 핵심 부품) 반입 저지를 위해 감시를 시작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는 엑스밴드레이더를 부지로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다.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의 보행기가 긴급출동장비처럼 줄지어 서 있다. 주민들은 장비가 온다면 당장에라도 도로에 나설 기세다.

사드는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했다. 임순분 부녀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농번기에도 손을 놓았다. 매주 수요일 2시 집회에서는 손님들 빈속으로 보낼 수 없다며 팥죽이나 어묵탕을 끓여 냈다. 분명 힘든 일로 가득한데, 좋은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데면데면했던 귀촌 가정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하기 시작했다.

임순분 부녀회장은 “사드 때문에 귀촌한 젊은 사람들하고 친해졌다”며 웃음 지었다. 임순분 부녀회장은 국방부가 소성리를 택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이곳 소성리는 1980~90년대 농민운동이 확산된 곳이며, 임 부녀회장처럼 젊은 세대가 이전부터 민주적 마을 운영을 위해 노력했던 곳이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신뢰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에도 익숙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관의 의사가 미치지 못했다. 이 소성리에서 주민은 사드를 막아내기 위한 몸짓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움이 이뤄지는 마을에서 이들의 몸짓은 어떤 결실을 이룰 것인가.

전국 5천여 명 모인 성주 평화대회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 안 되도록 도와주세요”


18일 소성리에서 열린 사드배치 원천 무효를 위한 성주 평화대회에 모인 5천여 명은 전국적 사드 반대의 시작을 알렸다. 미중관계도 나아질 조짐을 보이자 주민들은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국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와중, 17~18일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사드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성주투쟁위는 “속단할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이지만, 다음 달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결판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품었다. 한국 사드 배치 문제가 미·중간 패권경쟁이기 때문이다.

이날 평화대회를 위해 모인 이들은 초전면 농협에서 소성리 마을회관까지 걸어오며 분위기에 쐐기 박듯 “사드 철회”를 외쳤다. 이후 소성리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골프장 코앞까지 걸어가 등등한 기세를 보였다. 이날 이석주 이장은 “국방부가 하는 작태가 일제시대 친일매국노들이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 맥을 끊은 것과 같다. 사드를 여기에 배치하면 대한민국에 재앙이 온다. 산맥을 끊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동네 주민들이 앞장서서 동네를 지키겠다. 전국의 애국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그때 함께해서 대한민국 이 땅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국방부의 사드 강행.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투쟁만큼 주민들은 더욱 의지를 굳힌다. 소성리 마을회관 게양대에는 이제 새마을기 대신 평화나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주민들은 믿는다.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평화의 외침을 이어온 성주·김천의 ‘평화나비효과’ 덕에 결국 사드가 물러갈 것이라고.[워커스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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