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의혹 만도헬라, 결국 비정규직 130명 대량해고

독소조항 강요 베스템프, 돌연 ‘사업 포기’...만도헬라는 해고자 출입 막아

㈜만도의 관계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 130명이 결국 전원 해고됐다. 그동안 사측의 불법파견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문제제기 해 온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됐다. 원청인 만도헬라 측은 비정규직 130명에 대한 해고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무단침입 금지 공고문’을 게시하고 해고 노동자가 회사에 들어올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출처: 금속노조]

만도헬라의 새로운 하청업체로 선정된 베스템프(주)는 3일, 돌연 만도헬라와 도급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만도헬라의 하청업체 HRTC(주)도 지난달 2일, 사업주의 일신상의 이유를 내세워 원청과의 도급관계를 종료하고 폐업을 선언한 바 있다.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이후 베스템프가 새로운 업체로 선정됐지만, 지속적으로 근로계약 체결을 미뤄오다가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특히 베스템프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독소조항이 포함된 서약서 및 근로계약서를 강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베스템프 측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했던 서약서에는 업체가 노동자들의 근무지 및 업무 변경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잔업 및 특근을 강제하는 조항이 포함 돼 있었다. 업체가 노동자 또는 연대보증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손배가압류’ 조항도 들어 있다. 사측의 이미지 손상과 재산상의 피해, 파업 선동 등을 했을 경우 노동자를 귀책할 수 있는 노조탄압 조항도 포함 돼 있다.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는 독소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를 ‘근로계약서’에 동일하게 포함시켰다. 지회 관계자는 “입사지원서를 두 번이나 냈다. 처음에는 서류를 제출했고, 나중에는 업체에서 말을 바꿔 하루 안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라고 해서 전 조합원이 일요일날 작성해 제출했다”며 “노조에서는 서약서 내용에 문제가 많아 수정을 요청했는데 수정한 내용이 그대로 근로계약서로 들어가 있었다. 눈속임이었다. 도저히 근로계약서에 사인할 수 없어 몇 가지 항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는데 업체가 돌연 사업을 철회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기존 하청 업체인 HRTC측의 임금 및 복리후생을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는 요구 조차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근무지를 ‘만도헬라 내’로 명시하는 것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아, 근로계약서에는 ‘만도헬라 생산직 관련 업무’라고 표기됐다. 노조가 문제제기를 해 왔던 불법파견 의혹을 지우고, 원청과의 관계를 축소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동안 만도헬라 하청노동자들은 원청 관리자의 업무지시, 감독을 받으며 일을 해 왔다. 노조는 지난 6일, 인천지방법원에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 해 놓은 상태다.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만도헬라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 금속노조]

현재 100%비정규직 공장인 만도헬라에는 하청업체 SC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HRTC의 폐업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있다. 두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 모두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 해 있다. 노조 결성 두 달 만에 업체 폐업 및 고용승계 회피, 신규업체 사업 철회까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원청의 ‘계획 된 노조파괴’가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조합원 갈라치기와 불법 파업 유도를 통해 ‘노조파괴’ 및 불법파견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지회 관계자는 “원청의 계획 하에 노조의 불법 파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3일, 원청인 만도헬라에 공문을 발송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최대한 빨리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고용승계를 할 것과, 업체 선정 기간 동안에는 계약직이라도 일을 하게 해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원청은 지속적으로 면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원청은 회사에 ‘무단침입 금지 공고문’을 붙여 놓고 “기존 HRTC 소속 근로자의 당사 출입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무단침입 금지 공고문’도 붙여 놨다. 만도헬라는 자동차 운행 및 안전과 직결된 센서를 생산하는 공장이어서, 비전문 인력 투입에 대한 안전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지회 설립에서부터 130명 전원 해고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의심을 해소할 지름길은 만도헬라의 빠른 판단과 고용승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만도헬라 측은 “베스템프의 계약 철회는 우리도 당혹스럽다”라면서도 “(대량 해고 부분은) 확정된 사실이 없고, (고용승계도)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만도헬라는 2012년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만도의 관계사다. 만도헬라의 대표는 정몽원 전 만도 회장(현 한라그룹 회장)의 처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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