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출입국관리소의 무리한 단속, 사전 통보도 없는 위법”

옹벽으로 뛰어내린 24세 이주노동자, 무릎 부상 심각…장애 우려도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의 무리한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노동자 한 명이 다리를 심각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권단체 등은 올해부터 실시된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조치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출처: 이주노조]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인간사냥이나 다름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이들을 합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직간접적인 단속 과정에서 4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지난 3월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던 이집트 출신 이주노동자는 4m 높이의 옹벽에서 뛰어내려 다리뼈가 부러졌고, 6개월 넘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후에도 장애가 남을 것이 우려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철심 수술 직후 고님 씨의 다리 [출처: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주공동행동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경주시의 한 제조업 공장에 영남권 광역단속팀이 들이닥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이주노동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과정에서 이집트 국적 만24세 고님 씨는 3~4m 높이의 옹벽에서 뛰어내렸다. 고님 씨는 좌측 종아리뼈(비골) 골절, 정강이뼈 상단 골절과 우측 발등 골절 등 심각한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철심을 박아넣는 수술을 했으나 6개월 넘는 재활치료가 예정돼 있고, 향후 장애도 남을 수 있다.

고님 씨는 “단속 직원들을 피해 반대편 현장 뒷문으로 빠져나갔으나 3~4명의 단속 직원이 계속 쫓아와 결국 옹벽에서 뛰어내리게 됐다”고 이주단체에 밝혔다. 이주공동행동 역시 “단속실적에 눈먼 단속반들의 집요한 추적, 그리고 이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부상을 초래한 폭력적 단속”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울산출입국은 “스스로 뛰어내려 다쳤다” “차량 진입을 보고 도주하다 발생한 사고”라며 무리한 단속의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 공개하겠다던 단속영상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달린 단속 ‘통보’ …사업주 동의받았다고 할 수 있나?

단속과정의 문제점은 또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3자의 주거 또는 사업장에 들어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기 위해선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울산출입국 관리소는 그 과정을 생략한 채 단속에 나섰다.

이 문제를 이주단체가 항의하자 울산출입국 관리소는 “공장 정문에서 하차해 사무실로 이동해 제보에 의한 단속을 나왔음을 직원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주단체는 “‘사업주의 동의’를 얻은 것이 아니라 ‘단속 통보를 받은 그 어떤 동의할 위치에 있지 않은 직원이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한 것을 사업주의 동의로 왜곡한 것”이라며 “이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 행해진 위법적인 강제단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초 광역단속팀을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상하반기 10주씩 합동단속을 벌이는 등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빼앗는다는 명분에서 내린 조치였다. 이주공동행동은 정부의 단속 강화 조치를 유지하는 이상 이러한 사고는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주공동행동은 “실업과 저임금의 책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있다”며 “이주노동자가 필요해 들여왔으면서 자의적으로 체류 기간과 권리를 제약한 정부의 모순적 정책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은 울산출입국 관리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추방 중단 △위법한 강제단속 강행한 울산출입국관리소장 사퇴 △이주노동자 부상 초래한 단속담당자 징계 △부상 당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다솔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