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주년 세계노동절, 장미 대선 앞두고 노동자는 절규

전국 3만 노동자 모여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노조할 권리 보장 요구

장미대선을 앞두고 전국 도심에서 127주년 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수도권 2만 여명을 포함해 전국 3만 여명의 노동자가 노동절 대회에 참석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은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핵심요구인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노조할 권리 보장 △국가대개혁과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지금 당장’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조합원들도 ‘지금 당장’ 피켓을 들고 적폐 청산에 나서라고 외쳤다.

이번 노동절대회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과도 겹쳐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오늘 사회를 맡은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987년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분노한 국민들이 6월 항쟁을 일으키고, 직선제를 쟁취했다”며 “2017년 촉발한 촛불 항쟁 역시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잃을 것은 쇠사슬이오, 얻을 것은 노동자 세상이다”


노동절 대회 발언에 나선 노동자들은 장미대선이라는 화려한 수식을 경계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 나이지지 않는 노동조건 등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권리,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권리, 곰팡이 안 피는 집에서 살 권리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의 CU편의점에서 살해당한 노동자를 언급하며 알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주장했다.


광화문 광고탑에서 18일째 고공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김혜진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의 역할을 촉구했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고 있는 김 공동대표는 10분 넘게 힘찬 발언을 이어나갔다. 김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이 진정 민중의 선봉에 있다면 비상한 투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미 장미대선은 피의 대선으로 돌아섰다”고 했다. 이어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 3권의 온전한 보장을 위한 노동법 재개정은 최소한의 요구”라며 “세월호 진실 규명, 사드 철회와 같은 당연한 요구들과 함께 조직된 노동자들의 파괴력을 과감히 보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중인 서광수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위아비정규평택지회 지회장

서광수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위아비정규평택지회 지회장은 정규직을 말살하는 재벌 시스템을 비판했다. 서 지회장은 “현대와 삼성같은 재벌들이 사내하청을 양산해 정규직이 하나도 없는 공장이 이미 들어섰다”며 “유성기업이나 갑을오토텍처럼 정규직 사업장을 때려부숴 비정규직화하는 것이 재벌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서 지회장은 “노동을 왜곡시키는 적폐에 맞서 힘있게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 공동대표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박 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로 장애인들은 시나브로 죽어가고, 폐기물 취급당한다”고 성토했다. 박 공동대표는 “권력과 자본이 만든 강요된 울타리에서 살아가지 말자”고 주장하며 ‘잃을 것은 쇠사슬이오, 얻을 것은 노동자 세상이다’ 구호를 제창했다.

대선주자 우클릭 두고 경각심 일깨워

대선을 8일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들의 우클릭 행보를 비판하는 발언도 나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촛불대선에서 촛물민심은 사라지고 권력다툼만 요란하다”며 “촛불의 요구, 노동자의 요구를 대선후보들에게 맡겨선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직무대행은 “노동의 권리는 더욱 외면 받고, 사드가 도둑 배치 되고, 10억불을 내놓으라 하는데 누구하나 중단하라, 철거하라는 말이 없다”며 “다음 정권이 노동자를 두려워하도록 오늘 민주노총이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진 공동대표는 노동 3권, 사드 배치에 대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문제 삼으며 “노골적 반동으로 돌변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가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샤란 바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했다. 샤란 바로우 사무총장은 “촛불혁명으로 반노동 부패정권을 몰아냈다”며 “민주노총의 투쟁은 이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 대통령은 노동자를 적대시 말고 존중해야할 것이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은 이윤을 가져가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밝혔다.

오후 3시 30분 경 본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까지 3.5km 거리 행진에 나섰다. 노조할 권리를 상징하는 빨간우산 300개를 든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마트 노동자는 카트를 밀고, 청소노동자는 상징물을 들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재벌 총수 구속과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재벌총수 상징물과 함께 걸었다. 오후 5시경 광화문에 도착한 노동자들은 광화문 고공단식농성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낸 후 마무리 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한편 오늘 대회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김선동 민중연합당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절대회에 앞서 두 명의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두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며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은 물론, 한국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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