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노조 분리…사라진 '정몽구 구속'

“기업의 정규직-비정규직 분할 통치, 조직 갈등 불러”

“광장에서 이어진 정몽구 처벌 요구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모든 비판이 정규직에 쏠렸다. 가해자가 정몽구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순간이다. 광장에서 터진 재벌개혁 요구에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싸웠다면 승리할 수 있었던 최적기를 놓쳤다.”

지난 27일 열린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1사 1조직 분리 총회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서 배제되자 정규직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 사이 10년간 비정규직을 만들고, 불법파견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의 비판 여론은 조금씩 사라졌다.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아차 1사1노조 조직 분리를 통해 본 민주노조운동 평가’ 토론회에서 김수억 기아자동차 화성 사내하청분회장은 “1사 1노조 분리 총회가 정몽구에서 정규직으로 가해자를 바꿔치기했다”며 “이재용 구속 이후 광장은 정몽구 구속을 외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실제로 시민 연대로 넘어온 것이다.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싸웠다면 어느 때보다 승리할 가능성이 컸던 최적기를 놓쳤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수억 분회장은 “분리 총회로 중요하게 놓치고 있는 건 광장에서 터진 재벌 개혁 요구”라며 “기아차지부 집행부의 잘못된 판단도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비정규직을 만들고 10년간 불법파견을 자행한 건 정몽구”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기아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란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비정규직 노동자 20%만 선별해 채용하겠다는 안을 냈다. 기아차지부는 이를 수용한 반면, 비정규직은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벌였다. 이런 갈등 속에서 조직 분리안이 가결됐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정규직 조합원이 비정규직 조합원을 배제한 양상에 주목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기업은 경제위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할 통치했다”며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을 유연화하는 반면, 정규직 노동자를 안정화했다. 이런 위계화된 이데올로기를 정규직 조합원이 수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의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은 ‘비정규직의 주체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힘이 대등할 때 공동 투쟁이 가능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대표할 때 힘을 갖는다. 힘을 키우려면 사회적 인정이 돼야 하므로, 적극적인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권영국 변호사는 ‘이익 집단’으로 전락한 노조를 우려했다. 권 변호사는 “한국의 노조운동은 10%대 조직률이 보여주듯 그 토대가 매우 척박하다”며 “분단으로 인한 이념 공세로 시민들의 노조 인식은 부정적인데, 이념적 공격을 넘어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이기적 조직으로 인식된다면 노조 운동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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