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연구 국가대표? 경상대, 비정규직 월급 줬다 뺏기

학교가 비정규교수 임금 삭감 계약서 임의 날인, 반환청구 소송까지

경상대학교가 사회과학연구원 비정규직 연구교수들의 임금을 임의로 삭감하고, 이미 지급했던 급여 일부가 ‘부당이득’이라며 학교로 반환하라는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경상대가 비정규 연구교수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를 제기했다.

경상대는 2014년 2월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4명의 임금을 225만 원에서 207만 원으로 삭감했다. 해당 학술연구교수들은 임금 삭감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비정규 교수들은 2년마다 학교와 재계약하는데, 임금 삭감 당시 학교가 재계약서에 연구교수들의 도장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비정규 교수들에 따르면, 2014년 이전 ‘경상대학교 초빙교원 계약서’상 월 보수는 225만 원이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 시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상대에서 12년 동안 일한 김영수 씨는 25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2년 계약 비정규직 신분으로 항상 정규직 전환을 바랐고, 수행 연구는 2016년 11월까지 계속돼야 했기 때문에 2014년 2월 임금 삭감 당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며 “문제 제기하면 다른 연구 프로젝트 신청도 못 하고, 부당한 영향을 받을 게 뻔했다. 이런 갑을 관계에서 학교가 임의로 (임금 삭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전했다.

결국 비정규직 연구교수들은 지난해 11월 30일 계약이 만료돼 사회과학연구원을 퇴직하게 됐다. 이후 연구교수들은 임금 삭감 금액을 체불임금으로, 월 보수 225만 원이 아닌 207만 원에 대한 퇴직금을 체불 퇴직금으로 보고, 2월 10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에 경상대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상대 역시 체불임금과는 달리, 체불퇴직금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경상대가 비정규직 교수들을 상대로 임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경상대는 2014년 2월 이후 삭감된 급여 207만6920원을 기준으로 삼아, 그 이전에 지급된 225만 원의 차액 17만3080원이 부당이득이라며 4월 14일 연구교수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를 제기했다. 삭감된 임금이 실제 급여고, 225만 원은 퇴직금을 포함했기 때문에 초과 지급된 돈이라는 논리다.

연구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영수 씨는 “연구교수들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지원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2007년 한국연구재단 모집 요강에도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경상대와 연구교수들이 맺은 계약서에도 퇴직금분할지급 약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교수 측 법률 대리인인 김승섭 노무사도 “학교는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에 삭감 전 급여인 225만 원에 대한 퇴직금으로 산정하는 게 맞다”며 “경상대는 삭감 전 임금이 부당이득이라며 체불 퇴직금에서 상계한다고 하지만, 상계하려면 적어도 퇴직금 액수가 나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계약상 정해진 퇴직금액도 없고, 동의도 없었다”고 자신했다.

또 김 노무사는 “지난해 대법원에서도, 한 사용자가 퇴직금 중간 정산 요청서를 갖고 있었는데도,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이긴 판례가 있다”며 “노동자 동의 없이 임금을 깎아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도 무리지만, 부당이득이라 주장하는 건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노무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근로감독관은 대질조사에서 경상대가 날인한 근로계약서 제출을 요청했다.

경상대는 연구교수들에 퇴직금분할지급 약정이 있었다며 2008년 1월 김영수 씨와 체결한 계약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반면 김영수 씨는 학교가 계약 내용을 본인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임의로 날인했으며, 퇴직금이 지급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 계약서에만 퇴직금 조항이 있을 뿐, 이후 재계약서, 다른 연구교수 3명의 계약서엔 퇴직금 관련 조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상대는 26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답할 게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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