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의 국제정치학

[워커스 서평] 정욱식, <사드의 모든 것>

[편집자 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몰래 반입해 불거진 파문이 확산일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낸 <사드의 모든 것> 서평을 통해 왜 사드는 결국 철회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본다.


  정욱식 지음, 유리창 펴냄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대통령의 말, 행동, 정책 모든 것이 연일 화제다. 이전 대통령들에게는 익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5.18 광주항쟁 기념식에서의 연설과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그게 원래 기본이고 당연한 거라고 첨언하자니 잔소리밖에 안 된다. 당연한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시대가 되는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신호이자 높은 기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실적으로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중 사드 배치는 무엇보다 긴요한 사안이다.

사드는 북핵 방어에 무용지물

도대체 사드가 뭐기에 동북아 모든 국가에서 난리일까. 사드배치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 과정이 의문투성이다. 사드의 모든 것을 안다면 쉽게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일일이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사드 배치가 왜 위험하고 철회돼야 하는지 명쾌한 대답이 필요하다. 마침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가 《 사드의 모든 것》을 발간하면서 그 갈증을 풀어줬다.

사드 배치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본토를 레이더로 감시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와 안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2015년 전승절에서의 박근혜에 대한 대접이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의 입장에서 사드는 정말 북핵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질문이면서 소홀히 취급돼 온 문제이다. 사드의 최대 사거리가 200㎞라고 한다. 그래서 사드 기지를 기준으로 반경 200㎞ 안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평면도가 아니라 측면도를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드의 최저 요격고도는 40㎞이다. 그 밑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오면 어떻게 될까.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는 150㎞이다. 그 위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75쪽)

국방부와 보수-수구세력은 사드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런데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해서 억지 주장에 불과한 환상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5분 내에 날아 오는 북한의 미사일이 500개가 넘는데, 그 빠른 미사일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결국 사드는 북핵 방어에는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백해무익이다. 사드 배치가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한미동맹 강화가 반드시 안보를 포함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123쪽)

이번 사드 문제에서 보았듯이 한미가 합의한 내용을 미중합의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한미동맹이 보여주는 취약점이다. 한미동맹이 갖는 기본적인 비대칭성이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 세계적 군사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 역시 환상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된 애기다. 제국주의 국가들 경쟁의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의 일차적 과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드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경쟁

하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에 커다란 전략적 이익이다. 사드는 MD의 일종이다. 그래서 MD(미사일방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MD의 역사는 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93년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본격화됐다. 미국의 MD집착은 단순하지만 전략적이다. 군사적으로 최강국인 미국으로서는 중국, 소련 그리고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적대국들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어체계가 갖춰지게 되면 상대방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공격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MD의 역사는 잠재적인 적이 러시아든 중국이든 북한이든 이란이든 상관없이 이들이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들도록 자극할 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사드 배치를 강행하게 되면 군비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명확하다(105쪽).

특히 미국의 단극적 패권체제가 붕괴되고 중국 제국주의가 새로운 경쟁 시대를 예고하자,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패권 유지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에 미국의 세계체제에 합류해 이해당사자(stake holder)가 되라고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현실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인 해양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고, 사드는 중국의 둥펑(東風)미사일에 대한 대응인 것이다. 둥펑과 사드는 잡느냐 잡히느냐 하는 게임이고 방어적이기도 하지만 공세적인 체계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을 명분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동북아시아에서 MD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집착이 오히려 북한 핵능력을 질적으로 양적으로 키웠다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이 사드나 MD를 우선순위에 두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은 더 힘들어진다. 북핵과 사드는 적대적으로 동반성장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만약 배치결정을 철회하게 된다면 전쟁가능성을 높이게 되는지 평화에 기여하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사드는 3만여 명의 주한미군을 방어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사드가 모든 걸 해결하진 않지만 방어의 중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철회하면 맥마스터나 매티스 등 이런 전쟁전문가들이 가만히 있을지 걱정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철회를 놓고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그 결과를 가지고 미국과 다시 협상하면 된다. 다수 한국 민중의 의사를 반영한 ‘주권적 조치’를 경시할 국가는 국가도 아니기 때문이다.[워커스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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