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버스 탄 20대 노동자, “건설도 청년일자리 대안”

건설현장 청년 늘리려면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사회적 인식 개선, 불법하도급 근절’


20대 건설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의 청년 일자리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회적 인식, 장시간 저임금 구조, 불법도급 등의 문제 때문에 청년 구직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꺼리고 있다”며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건설 현장의 노동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건설노동자 40여 명은 8일 하루 ‘청춘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부터 기자간담회, 국회간담회 등에 참석해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정부가 청년일자리가 얘기하고 있는데, 건설 현장은 주목하지 않고 있다”며 “건설 부문 청년 일자리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청춘버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현재 임금은 만족, 사회적 인식 개선 반드시 필요’


이 같은 청춘버스를 타고 온 건설 현장 청년 노동자들은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마다의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임금 수준에 대해선 비교적 만족한다고 했지만, 저임금 구조로 임금이 정체되는 것을 우려했다. 또 건설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방산업체로 스카우트돼서 사무직으로 일했습니다. 일반 대졸 신입사원처럼 세전 180만 원을 받았는데 전셋집 구하기는커녕 차도 못 살 것 같았습니다. 회사 동기들, 강사로 일하는 친구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취업해도 답이 없는 저질 일자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지금 근무 강도는 훨씬 낫습니다. 오후 5시 칼퇴근하고 주말에 쉽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주위에 건설업을 권유하면 ‘내가 어떻게 노가다를해?’라고 말하거든요.”(박원일,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26세)

박 조합원과는 달리 저임금, 과중한 노동강도, 불안정한 일자리 등의 이유로 주위에 일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20대 조합원도 상당수 있었다.

앞서 건설노조는 20대 조합원 72명을 대상으로 5월 12일부터 보름간 스마트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건설현장의 가장 큰 문제로 사회적 인식(62%), 저임금(52.1%), 외국인력(49.3%), 장시간 노동(36.6%), 불법도급(35.2%) 등을 꼽았다.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으로는 저임금 타파(66.7%), 노동시간 단축(59.7%), 불법하도급 근절(51.4%), 노동안전 확보(51.4%), 사회적 인식 개선(51.4%), 내국인력 고용차별 해소(50%) 등이 거론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둘러싼 우려도 곳곳에서 나왔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새벽 5~6시부터 하루 14~15시간 일하고 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단체협상을 통해 8시간 노동,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전재희 실장은 “외국인력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건설사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는 외국인력을 흡수해 임금경쟁을 벌이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산업 내 질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적정임금제 도입 △8시간 노동 정착 △직접고용(직접시공) △내국인력 쿼터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적정임금제 관련 법안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설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직접시공 대상 공사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도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발의해 위원회 심사 중에 있다.

결국은 노조… ‘건설노조 중심으로 뭉치자’

한편, 건설 현장 일자리 개선을 위해선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광득 경인건설지부 조합원은 노조 가입 이후 “어깨 펴고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어 조합원은 “건설현장은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은 곳이 많은데 그나마 노조를 통해서 권리를 주장하고, 선배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있다”며 “더는 옮겨 다니는 생활을 하지 않아 미래도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극화 사회에서 건설노조가 유일하게 노동조건을 개선시켰다”며 “청년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을 바꾸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20대 청년 노동자는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정책 제안을 접수했다. 오후 1시 30분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정책을 제안했고, 오후 3시엔 국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법개정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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