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다 해주실 거야’가 가장 위험”

[인터뷰] 광화문 노숙농성 나선 전교조...‘법외노조 철회!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정부서울청사 맞은편에 농성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교조 중앙집행위원과 전임자들은 그중 하나의 농성장에서 15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정부에 ‘법외노조 철회!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날아온 ‘법외노조’ 통보 공문 한 장에 졸지에 법외노조가 됐다. 그 후 교육부, 노동부 등은 각종 공문서에 전교조를 ‘소위 전교조’ 등으로 명명하며 그 존재를 부정했다. 전임자를 해고하고, 전교조와 공동으로 꾸린 교육 사업을 중지하고, 지부 사무실을 회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못살게 굴었다. 지난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는 전교조의 탄압이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작업임이 드러났다.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전교조에 대한 표적 탄압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새 정부의 ‘개혁’ 정책은 인사나 정책 부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 분야에선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함으로 교육계의 적폐 청산 신호탄을 울렸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새 정부의 개혁은 전교조를 비껴간 채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전교조의 공약 이행 요구에 대해 보류하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조대엽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김 장관후보자는 대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교육공약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이력으로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을 주도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끈 점이 있다. 전교조와 오랜 인연이 있는 김 장관후보자는 그러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지난 9일 광화문 전교조 노숙농성장에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윤성호 전교조 전북지부장,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 2년 차 해직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앞 전교조 농성장에서 인터뷰 중인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왼쪽)과 윤성호 전교조 전북지부장(오른쪽).

해고 후 변화가 있었나?

손호만 대구지부장 : 가족들, 친척들, 지인들이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걱정해준다. 하지만 해직을 각오하고 전임자가 됐고, 전임 활동에 충실하기로 했으니 생활상의 큰 변화는 없다. 대구 같은 경우 어느 지역보다 징계도 일찍 당하고, 세월호 진상규명 계기 수업 등도 제지받는 등 탄압이 컸다. 그 과정에서 조직에 대규모 이탈이 생기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결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요즘 걱정은 정권이 바뀌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집행부가, 또 정권이 잘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커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다 해주실 거야’ 기대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조합의 힘으로 돌파해야 하는 일인데 고민이 크다.

윤성호 전북지부장 : 마음보다 몸이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예측된 상황이었기에 해고 뒤의 상황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또 해고 후 얼마나 힘들었는지 굳이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전교조는 탄압받고 있지만,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갑을오토텍, 하이텍 같은 장기 투쟁 사업장이 있다. 비정규직이어서, 노조를 만들어서 탄압받고 있는데 전교조 문제와 함께 얼른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보수언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에도 1면을 털어 전교조를 공격했다. 조선일보의 주적이 전교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보수언론이 왜 전교조를 총공격한다고 생각하나?

손호만 대구지부장 : 여러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성격을 꿋꿋이 유지해온 노조가 많지 않다. 전교조가 계속 활동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고, 강성 이미지가 있다 보니 상징적으로 때리기 딱 좋은 노조가 됐다. 다른 이유는 ‘교육’은 온 국민을 동원하기 가장 좋은 분야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교육이 미래세대의 사고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에게 기능하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우위를 정하기 위해 집요하게 빨갱이 덧칠을 해왔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교사는 스승’이라는 중세적 교사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초기엔 ‘어떻게 교사가 노동자가 되느냐’로 연결되는데 예전부터 이 점을 근거로 많이 공격해 들어왔다.

윤성호 전북지부장 : 보수 세력과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 공격하기 참 좋은 곳이 전교조다. 보수는 전교조를 공격하며 결집한다. 초기에 공산주의 빨갱이 집단이라고 한, 이성적으로 말도 안 되는 지속적인 마타도어를 우리가 방어하지 못했다는 것이 활동가로서 반성할 지점이다. 하지만 28년 넘게 활동하며 전교조도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종북몰이 반향은 이제 무뎌졌다. 또 교사도 노동자란 인식이 많이 확대됐다, 노조할 권리도 그렇고.

중앙일보, JTBC가 속해있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서 ‘전교조 부활’ 찬반 조사를 했다. 12만 명 넘게 참여했는데 합법화 반대가 54%로 조금 더 높았다. 이런 여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윤성호 전북지부장 : 국민의 부정적 여론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 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 설문 초기엔 합법화 찬성이 9:1부터 7:3이었다. 마지막에 그렇게 반전이 된 건데, 아이피가 다르면 중복 투표도 할 수 있고 여러 허점이 있어 일부 세력들이 개입할 틈이 있었다고 본다. 전교조 합법화는 찬반의 문제가 아닌 정부에 의해 기획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그게 미비하니 결국 시행령으로 돌파했던 것 아닌가. 새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할 때 일정 정도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보지만 그 저항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소 소란이 있어도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철회 과정처럼 일정 기간이면 끝난다.

손호만 대구지부장 : 중앙일보는 <단독>을 달며 신정부 국정플랜 보고서에 ‘전교조 합법화 방안’이 주요 과제로 들어있다는 기사를 냈다. ‘정권이 전교조를 합법화한다더라!’며 긴급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다. 보수층의 노동 배제적 사고에 힘입어 조선, 중앙이 의도적으로 띄워 올린 것이라고 본다.

새 정부는 법외노조 통보 철회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청와대 사회수석이 논의한 바 없다고 하거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법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손호만 대구지부장 : 대통령도 법외노조 조치가 잘못된 부분이라고 인정했고 철회를 약속했기 때문에 정권 출범 후 당연하게 조치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의구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윤성호 전북지부장 : 대정부 투쟁을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싸움을 누가 쉽게 정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전라도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한 곳이었다. 조합원들도 상당수 문재인을 지지하고 있는데 정권 초기부터 대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은 기다려봐야 하지 않냐’가 조합 내 분위기가 우려스럽다.

문재인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계에도 성과연봉제가 있다. 교사를 S, A, B로 등급 매겨져 성과상여금이 차등지급된다. 매년 요구하고 있는 성과급 폐지는 어떻게 될까? 다수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왜 고집을 부리나?

윤성호 전북지부장 : 얼마 전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들의 연가 활용 확대를 위해 연가 사유 쓰지 말고 전자 결제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북 학교들도 그 같은 지침을 받았는데 일부 교장이 교육부에 전화해 확인하니 교사는 아니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폐기 공약에 대해서도 행정자치부에 문의한 모양인데 교사, 공무원은 포함이 안 된다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현재 공무원들이 명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핵심은 교육과 일반 행정인데 그걸 놔두고 공기업 성퇴제만 건드리려 하니 문제다. 문 대통령의 성과퇴출제 폐기 공약의 관점에서 보면 교원 평가, 성과급제도 당연히 사라져야 할 제도다.

교육정책 관련해선 어떻게 보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교육 공약을 많이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곧 헌법 기구인 ‘국가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한다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기대하나?

윤성호 전북지부장 : 위원회 출범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다른 부분은 가시적으로 논의 중인데 교육 부분은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큰 그림이 없다. 정책도 단편적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서 구상하는 교육정책을 교육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손호만 대구지부장 :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교육 부분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교육 정책은 실패했다. 그때 열린 교육이니 뭐니 했는데 실질적으로 현장에 먹혀들지도 않았고, 노무현 정권 땐 오히려 신자유주의 교육이 들어오면서 교원평가제를 하기 시작했다. 큰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섣불리 교육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을 수 있지만 교육에 대한 상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얼마 전 특성화고 학생이 실습 중 자살했다. 교사들도 평가 제도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전교조가 보는 현재 교육 현장의 상태는 어떤가?

손호만 대구지부장 : 공교롭게도 명문대 많이 보내기 경쟁하는 두 지역 지부장이 모였다. 광주, 대구 지역 입시 경쟁만 없었어도 우리나라 입시 경쟁이 많이 완화될 거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윤성호 전북지부장 : 고 홍수연 양이 일하던 엘비휴넷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북지역 공대위와 결합해 4개월을 싸웠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은 상황에서 기업은 현장 실습생을 일회용 휴지처럼 그저 몇 개월 쓰고 버리고 있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실습소에서 교육과정 차원에서의 실습이 이뤄져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수요가 있으면 아주 예외적인 규정 만들어서 실습을 보내야 한다.

특성화고 문제가 주목받지만 교육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건 인문계 고등학교다. 얼마 전 한 자리에서 특성화 고등학교 교사가 ‘특성화고만 문제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인문계고 교육 파행이 특성화고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참 뼈 아팠다. 인문계고에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을 하고, 특성화고까지 대학에 매달리게 됐다. 교육혁명을 부르짖고 있지만 28년 동안 입시 위주 경쟁 교육 체제를 깨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내부의 좋은 소식은 없나?

손호만 대구지부장 : 젊은 조합원이 늘고 있다는 것? 한동안 조합원 수는 정체 상태였다. 전교조 탄압을 거치며 엄청 빠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우려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작년 탄핵 국면부터는 약간씩 증가하고 있다. 28년 지나며 전체적으로 노쇠하다고 얘기하는데 최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초등 중심의 젊은 교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초등조합원이 과반수를 넘겼다.

전교조는 앞으로 어떤 투쟁을 계획하고 있나?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조창익 위원장 : 지난 4월 교육 주체, 시민사회가 모여 사회적교육위원회를 띄우고 교육 적폐 청산을 위한 5대, 10대 과제를 줄기차게 이야기해왔다. 법외노조 철회와 교원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 보장, 경쟁주의 교원정책인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 입시경쟁교육 폐지를 위한 대입자격고사 실시와 대학서열화 해소 등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같은 무게로 접근하는 과제들이지만 지금 시기는 성과급과 교원평가를 폐기할 적기라 보고 있다. 입시체제의 균열을 낼 대입자격고사 도입도 주요하게 추진 중이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폐지 등 관련 정책을 전달했지만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교육부와 교섭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교육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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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법칙

    전교조가 예전의 전교조가 아니라는 것은 전교조만 모르지 모두 압니다. 그간 독선과 권위주의로 타인을 무시하고 잘난 체 하다 이지경에 왔습니다. 그 책임있는 분들이 농성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뼈를 깍아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시고, 이전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 분들은 제발 물러나 주십시요. 그게 전교조를 살리는 길입니다. 제발 남탓 그만하시고, 국민들과 학생들만 보세요.

  • 글쎄요

    모든 교육적 과정은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를 통해 더 좋은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실행되고 있는 교원성과급을 비롯한 교원 평가가 방법론상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원평가를 반대만 하지말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평가 자체를 폐지하라는 것이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단순히 돈으로 교육적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치졸한 방법도 문제지만, 평가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댜.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학생을 위해 헌신하고, 힘든 업무를 자기일처럼 하는 교사도 있는 반면에 소수이지만 수업면, 학교 업무면에서 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교사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