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떨어진 손배청구액 1,867억… 역대 최고

“노동탄압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이제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올해 상반기까지 노동자에게 청구된 손해배상 누적금액이 1,867억 원을 기록했다. 가압류 금액은 180억 원에 달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매년 갱신돼 올해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이하 손잡고)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올 상반기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노동현장 피해 당사자들도 참가해 노동탄압으로 악용된 손배가압류 제도를 규탄했다.

손잡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4개 사업장에서 65건에 달하는 노동자 대상 손해배상청구가 발생했다. 청구금액은 1,867억 원으로 지난해 1,521억(20개 사업장, 57건)에 비해 금액과 건수가 모두 늘었다. 손잡고는 “이명박 정권 이후 사업장의 손해배상청구 금액이 1,000억 원대에 진입한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 최고치가 두 번 갱신됐다”며 “더 이상 이 사안을 ‘노사관계’의 문제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관리감독과 노동 정책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손잡고는 올해 손배가압류 사례의 특징으로 △모욕, 명예훼손, 물리적 충돌 없는 업무 방해 등으로 손배청구가 더 쉬워짐(하이디스) △청구취지변경으로 인한 금액확대(철도, 동양시멘트) △직장폐쇄 이후 공장점거에 대한 손배청구(갑을오토텍) 등을 꼽았다.

안영철 동양시멘트 법규부장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정규직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며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면 원청 사용자는 회사를 폐업하고 다른 회사와 도급 계약을 맺은 후 노조 탈퇴한 사람만 선별적으로 고용승계를 하는데 이런 행태를 정부에서 방관하고 있기에 기업주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고 비판했다.

동양시멘트 19명의 노동자는 사측으로부터 5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를 당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5억 9,000만 원의 가압류도 당했다.

손잡고와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은 “ ‘악마의 제도’를 멈추기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헌법적 권리를 존중하는 사법 판결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제기하는 손배가압류는 쟁의기간 발생한 손실을 과도하게 책정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쟁의권을 위축시키거나, 손배청구를 앞세워 노조 탈퇴와 퇴사를 요구하는 등 2차 노동탄압을 벌이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에 지금까지 누적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해결, 노동탄압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을 요구했다.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같은 날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하며 △150곳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 뒤 법 위반 확인 때 즉시 입건 △노조활동 방해 징후 포착 때 기획수사 등을 통한 엄정 대응 △부당노동행위 수사매뉴얼 보급 △지방고용노동청에 전담반 편성 △현행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인 처벌규정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잡고는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 집중감시, 수사역량 제고, 처벌강화만으로는 이미 부당노동행위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을 구제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더 구체적인 보호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손잡고는 부당노동행위 진화에 따른 개념과 범주 재조정, 노동 3권 침해에 대한 폭넓은 조사, 노동자에게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구제 대안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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