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커지는 인권위, 개혁은 셀프? 시민단체들, ‘안될 말!’

인권위제자리공동행동, 인권위에 6대 개혁과제 제시

출범 초기, 한국 정부의 인권 정책 수립 및 제도화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그러나 지난 9년간 인권위의 행보는 시민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나 있었다. 시민사회는 인권위의 변질과 약화를 우려하며 개혁을 촉구해왔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룬 적은 없었다. 특히나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 내내 현병철 위원장 체제 하의 인권위는 사실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인권위에 결정적 전환점이 다가온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보장과 위상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정부의 이러한 약속에 탄력을 받은 듯 자체적으로 개헌안을 만들고 국가기관 최초로 퀴어퍼레이드 참석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인권위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으며, 이는 인권위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출처: 비마이너]

28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 모인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아래 인권위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개혁과제" 6가지를 제시했다.

인권위공동행동이 제안한 개혁과제는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독립성 강화와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인권위 관료화 극복과 외부인사 사무총장 임명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시민사회와의 실질적 교류와 인권현안 개입력 확대 △인권위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이다.

특히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지난 2010년 장애인 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 및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던 장애인 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이로 인해 사망한 故우동민 열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점거 농성을 하자 전기와 난방을 차단하고,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지했다. 농성 중이던 故우동민 활동가는 폐렴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했다.

그밖에도 인권위공동행동은 이명박 정부가 훼손한 인권위 독립성을 회복하고 법조인 중심의 인권위원 구성을 개혁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사무총장 외부인선, 회의록 공개 및 인권위원 실명처리, 인권위 권고 이후 모니터링을 통한 권고 효력 제고, 총원 대비 약 17%에 해당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과제로 내놓기도 했다.

인권위공동행동은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인한 환자 사망,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 및 추모시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 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가 이어졌지만, 국가인권기구는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명목적이고 형식적이었으며 의례적인 반응만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공동행동은 "인권위가 개혁을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내부구성원들로만 짧은 기간 TF팀을 꾸린 건 개혁을 형식적으로 사고하거나 단지 인권위의 권한 강화나 인력확대만을 기대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인권위 개혁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안 되며, 인권위의 노력만으로도 안 된다. 시민사회의 비판과 협력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최한별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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