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4일의 분노 모아 문재인 정부에게 외친다, '장애인의 3대 적폐 폐지하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요구 광화문 농성 5주년


1824일. 2012년 8월 21일부터 2017년 8월 18일까지, 지난해 촛불이 타오른 광화문역 광장 지하보도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한 시간이다. 5년의 시간, 농성장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죽어간 영정이 들어섰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광화문공동행동)은 18일 오후 4시 농성 5주년을 맞이해 ‘장애계 3대 적폐’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 완전폐지를 촉구하는 농성 5주년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광화문공동행동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적폐이자 최우선 해결과제는 바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공약이기도 한 ’장애계의 3대 적폐‘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단계적 완화’ 계획만 있을 뿐 완전 폐지에 대한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광화문공동행동은 “빈곤문제 1호 과제이자 117만명의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하는 부양의무제는 ‘단계적 완화’가 아니라 ‘단계적 폐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등급제 폐지의 경우도 여전히 박근혜식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에도 공약집에 있던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이 있어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도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이라고만 되어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대구시립희망원 등 범죄시설에 대한 폐쇄조치와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광화문 농성은 5주년을 맞이했으나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싸움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작된 다음 해인 2001년 겨울, 최옥란 열사는 명동성당에서 “이 돈으로 살 수 없다”며 최저생계비 26만 원을 국무총리에게 반납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존권 보장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들의 죽음이 숱하게 이어졌고 그만큼 투쟁도 거세졌다.

김 사무국장은 그 시간 속에서 광화문농성장이 생겨났다면서 “그럼에도 광화문 농성 5년은 가장 뿌듯하고 많은 성과를 나은 투쟁이었다. 그 전엔 부양의무자 기준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으나 농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알고 이를 지지했으며 대통령 공약으로도 채택됐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선언했음에도 최근 폐지가 아닌 완화로 응답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진짜 폐지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도 “1차 계획안에 따르면 장애인이 부모가 됐을 때, ‘부양의무자가 됐을 때’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 안 된다. 정부는 그걸 단계적 폐지라고 했다. 복지부에 왜 단계적 폐지라는 말로 사기 치냐고 물으니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기에 단계적 폐지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면서 “이건 단계적 폐지가 아니라 ‘단계적 완화’다. 단계적 ‘폐지’라면 완전히 폐지하는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는 “지금 내겐 자식 둘이 있다. 그 자식들에게 내가 무거운 짐이 되어가는 게 정말 싫다. 내가 왜 짐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정말 죄인인 것 같아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다.”면서 “그러나 이 세상 바꿀 수 있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그런 의지로 이렇게 밖에 나왔다. 우리들의 권리, 제대로 누리며 사는 세상 올 때까지 빡세게 싸우자.”고 외쳤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직접 찾아와 영정 앞에 조문하고 3대 적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1824일의 무게와 분노를 모아 문재인 정부에게 제안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광화문 농성장에 찾아와 죽어간 사람들 앞에 조문하십시오. 문재인 정부에선 다신 누구도 그렇게 죽어가지 않도록,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십시오. 지난 10일, 발표한 1차 계획은 단계적으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게 아닙니다. ‘완전 폐지’의 방향을 제시하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명령 1호’인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십시오. 2017년을 ‘장애인 탈시설의 원년’이라고 선언하십시오.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논의하고 사회적 로드맵을 제시할 위원회를 협의하여 구성하십시오. 그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결의대회 후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광화문농성 5주년 문화제를 연 후 광화문 인근에서 1박 노숙농성을 할 예정이다. 이어 이튿날인 19일엔 광화문광장에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한 뒤 1박 2일의 5주년 결의대회를 마친다.[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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