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변호사는 어떻게 삼성 직업병 ‘해결’의 주인공이 됐는가

[연속기고] 삼성의 공범자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최순실 뇌물공여 혐의 1심 선고(25일)를 앞두고 기고를 연재합니다. 삼성 직업병 해결을 위해 싸우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재에 독자 여러분의 관심 부탁합니다. 이번 기획은 민중의 소리,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도 공동연재됩니다.


  지난 5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 [출처] 김한주 기자

합리적인 해결

2016년 1월 중순, 삼성에 우호적으로 기사를 써온 한 언론사는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박 변호사는 삼성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합리적인 논리와 태도를 바탕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협상 파트너였지만 존경할만한 분’이다”라고 언급한다.

삼성과 박상훈 변호사가 말한 삼성직업병 문제의 ‘합리적 해결’ 은 낯설지 않다. 박상훈 변호사는 2012년 가을쯤 자신이 삼성 내부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며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재판상 화해조정이라는 것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영화 <탐욕의 제국>에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그 당시 피해자들은 (현재 가대위 소속 6명도 포함) 다섯 원고들이 “소송과 무관하게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답을 전했다. 이렇게 반올림과 삼성과의 대화는 시작되었지만, 박상훈 변호사는 2014년 항소심 재판 당시 사전에 합의한 수준에서 벗어나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 달라는 일방적인 변론으로 물의를 빚었다. 피해자들의 뜻을 저버린 것은 물론, 그가 삼성백혈병 산재 소송 공동 소송대리인 중의 한 명이었기에 다른 공동대리인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소송을 멈추었다면,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은 나올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친삼성 언론에서 박상훈 변호사는 “8년여 만의 (백혈병 분쟁) 극적인 합의의 숨은 주역” “지난 2011년 삼성 백혈병 관련 두 건의 산재 소송을 승소로 이끈 주인공”으로 추켜세워진다.

박상훈 변호사, 삼성 직업병 ‘해결’의 주인공?

“삼성 백혈병 해결 중심엔 ‘박상훈 변호사’ 있었다”등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며 학회와 강연 연구 등 이곳저곳에 호명되는 박상훈 변호사. ‘주인공’인지 아닌지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삼성백혈병이 ‘해결’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2015년 삼성이 반올림과의 대화를 멈추고 일방적이고 자체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리며 삼성직업병 문제를 사실상 돈으로 무마하는 것에 항의하며 반올림이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680일이 넘었다.

교섭 중 삼성은 수백 명의 피해자를 대표하는 반올림 교섭단에게 우선보상을 제안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의 가족이 반올림에서 나가 별도의 기구인 가족대책위(가대위)를 설립하였다. 가족대책위는 곧바로 박상훈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지명하였다. 교섭에서 불거진 첨예한 쟁점들, <조정위원회 도입>, <조정권고안 반대>, <조정절차 보류>, <삼성의 자체 보상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 가족대책위는 삼성과 뜻을 같이 했다.

2017년 8월 9일자 한겨레신문은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가 직업병 가족대책위(2014년 8월 반올림 협상단에서 따로 분리해서 나온 여섯 가족의 모임)의 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사에게 고가의 공연티켓을 지속적으로 선물하는 등 공연 접대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뉴스에 우선 반올림 교섭단에 남아있는 2명의 피해자 가족은 분노를 터트렸다. 수백 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보상받기를 원하며 삼성의 우선보상 제안을 거절하고, 삼성직업병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라고 노숙농성을 이어온 지 680일 동안 삼성의 묵묵부답의 배경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투명한 보상’ ‘약속한 예방대책의 제대로 된 이행’ ‘반올림과의 대화 재개’등의 정당한 요구가 무책임하고 탐욕적인 삼성과 부도덕한 변호사와의 관계에 의해 짓밟힌 것은 아닌가도 싶다.

  [출처] 김한주 기자

옴부즈만 위원회의 독립성 재고해야

한편, 박상훈 변호사의 문자 내용에는 꺼림칙한 바가 있다. 예방대책 중 하나인 옴부즈만 위원회 운영에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박상훈 변호사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사장님이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삼성 백혈병 옴부즈만 위원회’는 예방대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면서 적절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며, 저도 상임 고문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을 조사하고 예방대책 보고서를 내야할 옴부즈만 위원회에서 상임 고문 역할을 맡아 “삼성에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는 보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가 삼성에 전하는 ‘정상적인 경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옴부즈만 위원회가 설립되고 1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과연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막는 자 누구인가

삼성직업병 은폐와 왜곡에 기꺼이 나서주는 가대위의 대리인과 언론이 있어 그간 삼성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무책임해도 된다는 자신감까지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싶다. 불의에 대한 타협이 ‘합리’로 둔갑되고, 정의로움을 ‘지나친 억지’로 힐난한 이들이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참담함은 삼성직업병 피해자만이 아니라 삼성직업병 해결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심정이다.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를 앞두고, 반올림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은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이재용의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에 수백억 뇌물을 주고 재벌세습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이윤추구 속에 병든 노동자들의 목숨 값은 한없이 하찮게 대한 삼성. 헌법에 위배되는 노조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 끔찍한 무노조 역사를 써온 삼성. 이번에야말로 삼성재벌과 이재용의 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합니다.”

“삼성에 피눈물 흘린 노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이재용을 엄벌에 처해야할 뿐만 아니라, 삼성이 쌓아올린 적폐를 청산해야 한국사회가 다시 설수 있다고.”


이 호소가 탐욕과 부도덕함에 의해 더 이상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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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

    가족대책위 출범당시 반올림을 비난하던 좆쭝똥을 비롯한 쓰레기 신문찌라시들이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침묵한다. 왜냐고? 시사IN보도에서 밝혀졌듯이 이들도 삼성 카르텔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삼성인사인 양향자가 반올림분들에 대해 여러 폄훼를 한것 역시 이것의 연장이다. 이상호기자가 지적하고 김용철변호사가 폭로하고 주진우기자가 밝혀냈듯이 한국은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삼성에 희생당한 분들은 삼성과 한패인 자들의 공격과 비난 아래 지금도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