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미국에 승산은 없다”

북미 갈등, 동북아 헤게모니 전환의 가장 분명한 얼굴...“미국에도 평화협상이 대안”

북미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은 승산이 없다’는 국외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호주 라트로브대학 국제정치 연구자 벤자민 하빕(Benjamin Habib) 씨는 현지 비영리 온라인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com)>에 4일(현지시각)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의 일보 직전까지 온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승산이 없다”며 “우리는 동북아의 맹주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패권의 과도기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더컨버세이션 갈무리]

필자에 따르면, 우선 미국은 군사적 카드까지 꺼내들고 으르렁거렸지만 이는 미국에 불리한 수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비롯해 최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방장관이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대규모 군사 행동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같은 발언은 오히려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지위를 저하할 뿐이라고 한다. 그는 만약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에 착수한다면 한국에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데, 결국 북한을 이긴다 해도 미국이 잃을 것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스티브 배넌 전 대통령 수석전략가는 백악관을 떠나기 전 “(북한의 핵개발 위협에 대해)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 잊어버려라. (군사 작전 개시 후) 첫 30분 동안 한국 수도인 서울 시민의 1000만 명이 재래식 무기 공격에 희생되지 않을 방법이 없는 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둘째, 지금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말만 세게 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 지역동맹은 방치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동북아동맹,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트럼프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관계없이 어려운 조건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세번째로, 현재까지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앞으로도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라는 목표를 마침내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핵보유를 금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TP) 체제는 붕괴 위기에 처하며 미국의 핵 억지력도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들이 북한처럼 핵무기 보유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넷째,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면 이는 승산 없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우려도 존재한다.

트럼프는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북한과 사업하는 모든 국가와의 무역을 중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겨냥한 압력인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재무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모든 무역 및 비즈니스”를 중단시키는 새로운 경제 제재를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중국이 석유를 금수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2016년 미국 수입액은 4630억 달러로, 오바마 전 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맡았던 힐러리 클린턴이 지적했듯, 미국 최대의 수입 상대국인 중국은 미국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제재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비화해 성난 중국이 막대한 달러 채권을 경매해 ‘달러 폭탄’을 투하하면 달러는 폭락하고 세계 대불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구하고 싶다면 이 같은 중국에 대한 제재는 있을 수 없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섯째, 필자는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전제로, 미국이 북한에 핵개발 동결을 요구해 봐야 문제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자 하는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있거니와 김 정권이 핵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국가 안보와 경제 개발, 국내의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으로 핵 개발이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김 정권의 핵 개발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미국에도 평화협상이 가장 나은 선택...헤게모니의 이동

마지막으로, 만약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으려 한다면, 북한과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져 영원히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물론 주한 미군 기지의 존재 의의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필자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장착 기술을 완성 시켰을 때 다시금 협상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고, 이때 북한은 미국에 체제 보장과 한국 전쟁의 공식적인 종말에 대한 협상을 호소할지도 모른다고 봤다. 핵 억지력에 뒷받침될 때 이러한 협상에서 더 큰 협상력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러나 그런(평화)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덜 우려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국가들이 북핵을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힘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고 힘을 과시하면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필자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미국에 ‘수에즈 위기’와 같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수에즈 위기’는 1956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맞서 영국이 침공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사례를 말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 영국이 이집트에 제국주의 발판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허세와 2차 세계대전 여파 속에서의 실제 힘 사이의 균열을 드러내며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북한 위기는 헤게모니 전환의 가장 분명한 얼굴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미국의 힘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미국 쇠퇴의 현실과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 능력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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