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경제, 자본주의의 종말적 형태

[워커스 연재] 로봇, 디지털 경제와 자본주의의 미래(3)

일런 머스크 테슬라 사장은 지난 8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AI(인공지능)는 북한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핵 위협보다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 더 위험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화성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런 머스크와 같은 AI 종말론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같은 SF영화 뿐 아니라,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도 틈만 나면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시시때때로 AI 종말론을 설파하면서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종말론의 기준이 되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어 자가 발전하는 단계인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올지 안 올지 필자는 모른다. 전문가들도 제각각이라 빠르면 25년, 늦으면 100년 뒤에도 안 올 거라 전망하기도 한다. 설사 그런 특이점이 온다 하더라도 과연 인공지능이 인류와 적대적 관계가 될지 어떨지 알 수도 없다. 일런 머스크의 주장을 그대로 반사하면, 화성탐사 할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도 않았는데, 화성의 식량난을 걱정하는 꼴이 아닌가.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생산의 자동화(로봇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됐고 그 결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장기침체가 지속되고 불안정 노동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공지능 vs 인간’의 대립은 눈앞에 닥친 계급적인 문제들을 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또는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무시되거나 일부러 간과하고 있는 것은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영향이다. 어찌되었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자본주의 생산성은 무한대로 발전하고 인간은 여가를 즐기면서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유토피아론 아니면 앞서 말한 AI 종말론뿐이다. 현재 조건에서 확실한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무한 발전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AI가 인류를 종말에 빠뜨리기 이전에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종말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세계금융공황 이래로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앞으로도 회복될 전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생산의 로봇화, 인공지능화가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협해 한층 가중된 위기를 양산하는 것이다. 로봇과 디지털화된 생산의 확대로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체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사계]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

스마트 팩토리(로봇 공장)

디지털 전환의 산업적 영향은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인간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에서는 수요의 파악과 주문, 재고 확인, 물품 배송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된 기계, 인공지능으로 진행된다. 공장은 이제 점점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어 인간이 없는 공장으로 변해간다.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조업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스마트 팩토리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최대 물류배송업체인 아마존은 시카고 인근에 북미 최대의 물류 공장을 짓고 배송에 들어갔는데, 인공지능이 물류 관리 로봇 키바(Kiva) 1000대와 이 로봇을 관리하는 1000명의 인원을 통제하며 하루 30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한편, 적기에 주문형 생산(on demand)을 가능하게 하는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도 진행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28년만에 처음으로 독일에 다시 공장을 짓고 한 달에 30만개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한 지 몇 시간 만에 제작이 끝나 배송이 시작되는 이 공장의 노동자는 모두 10명이다.

정보재(소프트웨어)

컴퓨터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나 디지털로 된 상품을 ‘정보재(information goods)’라 부른다. 정보재의 특징은 일단 만들고 나면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깝다. 과거에 레코드판이나 카세트테이프, CD로 듣던 음악도 이제는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 받거나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이용해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이런 정보재의 가치(가격)는 어떻게 구성될까? 결론만 얘기하면, 정보재의 가치는 버전 단위로 매겨진다.1) 가령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컴퓨터 운영프로그램인 는 버전별로 다양하다. 현재 최신버전은 이다. 한 버전을 만들 때 들어가는 연구개발(R&D)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바로 이 버전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팔려 나갈 카피(예상 판매 수)의 총 가격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정보재 한 카피의 가치는 다름 아닌 한 버전 당 연구개발비용의 카피 당 가격이 된다. 이 연구개발비는 국제 회계 기준에 따르면, ‘고정자본’ 투자로 분류된다.

포털 서비스와 SNS ; 구글, 네이버 또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구글은 쉽게 말하면 양질의 검색 기능을 제공해주고 광고로 먹고 사는 기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수입의 9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는 2016년 60.6%였던 구글의 검색광고시장 점유율이 2017년에 61.6%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검색광고시장의 99%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다.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로 유지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언론사와 다르지 않다. 다만 언론사는 정보를 얻기 위해 기자들이 발로 뛰어 다니지만 구글은 검색로봇을 돌려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로봇을 개발하거나 구글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로 자사 유저들의 자발적인 정보제공으로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고 그 효과를 바탕으로 광고로 먹고 산다.

네이버도 본질적으로 똑같다. 블로그, 기사, 지식인, 검색, 기타 다양한 정보 등 포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절대다수의 수입은 광고에서 얻는다. 네이버는 블로그와 이용자들의 지식 공유 서비스인 ‘지식인’ 등 포털서비스 이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정보를 가지고 돈을 번다. 네이버 블로거들이 만든 여러 정보뿐 아니라 이용자들끼리 묻고 답하는 다양한 지식 정보를 가지고 다시 많은 수의 이용자들을 유치하고 광고 단가를 올린다. 이것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네이버 블로그를 무료로 이용하고 지식인 검색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우수한 극소수의 블로그 이용자들에게 등급별로 특혜 또는 금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일 뿐 이다. 수백, 수천만 명의 블로그 이용자들, 지식인에 답글을 다는 사람들은 네이버에 돈을 벌어다 주는 자원을 만드는 역할, 즉 고정자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돈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노동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A) 공유경제 ; 우버, 에어비앤비

흔히 공유경제로 알려져 있는 택시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숙박과 택시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만 가지고 있지 단 하나의 방도, 단 하나의 택시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 빈 방이 있는 사람 또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화물사업자가 지입차주제를 통해 화물운송노동자의 자기소유 차량을 등록시키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실제 돈을 벌어 오는 것은 빈 방을 가지고 있거나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다른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생산수단(노동수단)을 자기의 자산으로 삼아 노동수단 소유자들이 벌어들인 이윤을 자신과 나누고 있다. 즉, 타인의 노동과 노동수단을 자기의 생산수단(고정자본)으로 삼는다.2)

플랫폼 산업(B) 소셜커머스 또는 전자상거래 ; 아마존, 위메프, 쿠팡

또 다른 플랫폼 업체인 아마존, 위메프,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을 온라인에서 구현한 것과 같다. 일종의 정보지대를 추구하는데, 본인들이 생산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상품은 (사실상)없다. 타인의 노동과 타인이 만든 상품을 팔고 정보지대 효과를 통해 상업이윤을 수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운영구조다. 타인의 생산물을 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 또한 타인의 노동 또는 생산물을 고정자본화 하는 구조다.

산업의 로봇화, 디지털 전환 ; 고정자본화

이처럼 현재 전통적인 공장,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동화, 기계화, 로봇화는 모두 인간노동(가변자본)을 불변자본인 고정자본으로 대체하고 있다.3)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은 가변자본(노동)을 불변(고정) 자본으로 만들거나 대체하는 과정이다. 또한 모든 디지털화된 상품생산 또는 플랫폼 산업의 생산방식은 타인의 노동과 타인의 상품 또는 생산수단(노동수단)을 자기의 자산처럼 이용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즉 타인의 노동력 또는 노동수단을 자신의 고정자본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구글과 네이버의 블로그, 지식인은 물론 웹사이트 검색 결과는 물론 이다. 심지어 이들의 활동과 그 결과물에 대해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이 사람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셈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아마존, 쿠팡이나 위메프 플랫폼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타인의 노동수단과 생산물을 자기의 고정자본화 하여 돈을 벌고 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초고도화 ; 노동력 가치와 이윤율의 하락

상품의 가격은 투하 자본과 이윤으로 구성된다. 투하자본은 공장 기계의 마모분4)과 원재료 구입비용 그리고 노동자들의 인건비인 임금이다. 여기에 이윤을 더하면 상품의 가격이 된다. 이 이윤에서 유통비용도 대고, 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렸으면 이자도 갚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주고, 남는 돈은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하거나 투자를 한다. 자본주의 기업은 투하 자본은 줄이고 이윤을 늘리는 것이 기업 활동의 목적인데, 로봇 경제가 심화하면서 투하자본인 노동비용(임금)을 줄여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이윤을 늘리는 것이 주요한 방법이 된다.5)

지난 모든 생산성 혁신은 사실 이런 목적으로 진행됐다. 같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공장의 기계대체가 이루어졌다.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할 때, 기계는 오직 노동력만 대체한다. 그런 점에서 자본의 구성 비율 즉, 전체 투하자본 중 노동력 비용(임금)의 구성 비율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결정되고 이윤의 크기도 결정된다.

상품의 가격(P)
= 생산비(투하자본) + 이윤(또는 잉여가치)
= 불변자본(기계, 원재료) + 가변자본(임금) + 이윤
= C(불변자본) + V(가변자본) + S(이윤, 잉여가치)

자본의 (유기적) 구성 비율은 C/V이다. 같은 제품을 동일한 양만큼 생산하고 판매한다고 할 때, 임금(가변자본)에 비해 불변자본의 구성 비율이 클수록 더 많은 이윤을 갖는다. 왜냐하면 노동력보다 기계의 구성이 더 크면 노동생산성이 향상돼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생산조건에서 인간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면 C가 늘면서 동시에 V는 줄어든다.6)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이 이루어질수록 그만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더 고도화 된다. 생산수단의 제작(생산재)은 물론 원재료의 채취까지 모두 기계와 로봇이 담당하면, 생산에서 가변자본(V) 즉, 임금은 0으로 수렴한다, 이론적으로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무한대로 이루어지며, 상품의 가격(가치)에서 투하자본량은 생산수단인 기계의 마모분(감가상각비)과 원재료의 가격으로 축소된다. 로봇이 소비재를 만들고, 그 로봇을 다른 로봇이 만들고, 원재료의 채취와 운송도 로봇으로 이루어진 생산체제 즉, 로봇 경제가 도래하면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자동반복적인 생산과 경쟁에 따라 상품 가격은 생산원가에 수렴된다(마진이 0으로 수렴된다)7). 낮아진 마진으로 자본간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이에 따라 이윤율은 더 하락한다.

확대재생산의 위기와 산업혁명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 경기 활력도 떨어지고 이윤율도 하락한다. 로봇 대체와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은 경제를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인데, 생산의 자동화와 로봇화 및 인터넷-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최근 장기침체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로봇 생산과 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생산비를 낮추고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시켜 임금하락을 이끈다. 가격 하락->저임금 노동자 양성->실질임금 감소->가격 하락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저성장, 장기침체를 구조화 시킨다. 가령, 한국에서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3년부터 상품가격지수는 4년 연속 마이너스다. 실질임금도 하락하고 있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3년부터 GDP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 역시 2012년 6.1%에서 2016년 0.6%로 급락했다.8)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공황과 자본축적의 위기로 치닫는 이유도 이와 같다. 생산력의 상승은 아이러니 하게도 생산성 증가를 주기적으로 막는 이윤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인간 노동을 대체해 로봇을 도입한 기업의 생산성은 향상된다. 거기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아예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가면 노동투입량이 줄어 생산성은 향상된다. 하지만 이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저부가가치 기업으로 들어간다. 즉, 저임금 일자리로 몰려간다. 그러면 총 노동시간은 유지되고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해 평균임금 수준이 하락한다.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생산비 절감 등으로 상품가격도 낮아지지만 줄어든 임금의 상쇄효과로 상품이 더 많이 팔리지 않아 평균이윤율은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로봇 대체가 가능한 고기능 고기술을 가진 독점 대기업과 일반 기업과의 이윤 격차는 더 벌어지고 독점은 더 심화한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거대한 생산성 혁신을 이룬 산업혁명은 짧은 성장기(호황기)를 갖지만 대부분 길고 파괴적인 위기와 침체의 시기를 겪어 왔다.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산업혁명도 피를 먹으면서 커왔다.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말 이래로 곡물생산량 증대와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곡물법 등으로 1819년 영국에서는 최초로 근대적 자본주의 공황이 발생했다. 공황과 정치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집회를 무장한 기병대가 총칼로 진압하고 학살한 ‘피털루 대학살’이 이때 발생했다. 이후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과 투쟁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1819년 공황을 시작으로 10년 주기의 공황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2차 산업혁명은 1873년에서 1896년까지 ‘대불황’으로 이어졌고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유럽 차원의 세계 공황이 발생했다. 유럽 제국들은 불황을 타개하고 원재료와 소비시장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쟁탈전에 나서게 된다. 이것이 악명 높은 제국주의 시대다. 또한 이것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는 극복되지 않고 더 심각해져 1차 세계 대전에 이은 1929년부터 전 세계에 ‘대공황’이 발생했고, 결국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1970년대 이후에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과 유럽에 몰아쳤고 이후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돌아섰다. 그 과정에서 80년대 중남미의 외채위기, 90년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외환위기 바람을 일으켰다. 결국 2008년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금융공황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구조적인 장기불황 속에서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이 가져올 위기의 파국적 규모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경제, 자본주의의 종말적 생산양식

로봇경제가 확산되면 과잉생산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공황에 놓이게 되거나, 낮아진 이윤율에도 불구하고 독점이윤을 확보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은 독점대기업이 지배하는 극단화된 사회로 나타나게 된다. 로봇경제는 상품을 생산원가 수준에서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지만, 자본주의하에서의 기업의 생산은 이윤(율)의 절대적인 한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로봇 경제가 더 심화하면 시장교환은 점점 무의미해진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로버츠는 로봇과 인공지능 세계에서 생산성(사용 가치)은 무한대인 반면 이윤율은 0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윤과 교환 가치를 고려한다면 로봇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 속에서 생산주기가 단축(0으로 수렴되는)되는 생산물의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은 로봇 경제를 다음과 같이 가정한다.9 수천 대의 로봇이 작업을 하고 있고, 오직 한 명의 인간이 로봇의 기능을 체크하고 대체하는 일을 하는 공장이 있다. 그리고 이 로봇들의 사용연한은 1년이다. 그래서 매년 로봇을 교체하는 데 엄청난 감가상각과 재투자 비용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면 GDP 구성은 매우 흥미로워 진다. GDP가 100이라면 소비=5, 순투자=5, 감가상각=90이 될 수 있다. 1인당 GDP가 50만 달러이지만 45만 달러는 감가상각비가 된다는 얘기다. 다른 가정을 해보자. 1년에 1,100달러의 소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1,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컴퓨터가 있어야 하며, 컴퓨터의 사용연한은 1년이다. 그래서 소득의 대부분을 컴퓨터 사는 데 지출하고 실제 소득은 고작 100달러만 남게 된다. 컴퓨터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위해 1년 마다 추가로 컴퓨터 비용을 5%씩 늘려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컴퓨터의 풍요로움 속에 살지만, 개인의 순소득은 감소하고 기업의 이윤율도 계속 줄어든다. 그나마 계획한 만큼 소비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생산이 줄어든 소비에 비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면 공황이 발생한다. 생산비가 원가 수준에서 낮게 형성된다면 이런 과잉생산 공황은 멈추지 않아 곧 시스템은 붕괴한다.

하지만 마이클 로버츠는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 생산이 중단되거나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생산이 중단되기 전에, 순수 로봇 경제는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니라 고대 로마의 노예 경제에 더 가깝게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잉여노동을 수취해서 자본축적을 이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가 더 전면화된 노예제와 비슷한 사회로 후퇴할 것이라 예측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수백 년 동안 지배적이던 소작농 경제가 광업, 농업 및 모든 종류의 다른 산업에서 노예로 대체됐다. 이것은 로마 제국이 수행한 성공적인 전쟁의 전리품 속에 대량 노예노동 공급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노예소유주들의 노예에 대한 비용은 자유민(free man)을 고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쌌다. 노예소유주들은 부채 상환, 전쟁의 징집 그리고 폭력적인 방식까지 동원해 토지에서 농민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그 땅에 노예를 통해 로봇과 마찬가지로 사용가치를 무한히 생산했다. 노예소유주들은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교환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산 그 자체에 방점을 뒀다.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잉여가치의 형태로 자본을 축적할 필요를 갖지 못하고 단순한 물질적인 풍요를 바랐을 뿐이다.

자본주의 생산양식 아래에서 로봇경제, 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은 낮은 이윤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본축적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과, 시장 교환을 목표로 한 교환가치의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만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형태다. 그리고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체제 즉, 로봇 생산의 ‘경제적 특이점(economic singularity)’이 오면 이미 그 사회는 더 이상 이윤(잉여가치)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이상 자본주의 체제가 아닌 다른 무엇–더 악화된 신노예경제가 된다.

이런 로봇경제에서 로봇소유주들이 (자본의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독점이윤을 긁어모으거나 (자본주의적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사용가치의 무한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사회 계급관계의 격화를 예상할 수 있다. 로봇의 소유가 부의 척도가 되는 사회에서 생산수단인 로봇과 인공지능은 사실상 모든 사회적 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부의 분배가 순전히 로봇소유주의 자선이나 시혜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전(前) 자본주의적인 계급사회의 형태와 같다. 따라서 생산수단의 소유에 대한 계급관계의 변화와 사용가치의 사회적 교환관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생산양식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신노예경제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워커스 34호]


[각주]
1) 정보재에 대한 가치논쟁은 10여 년 전부터 존재했다. 정보재의 가치가 버전별 생산에 투여된 연구개발비용이라는 것 이외에도 독점이윤설, 정보지대론, 알고리즘론 등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소프트웨어 버전별 또는 디지털 재화 생산의 개발비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를 준용했다.

2) 때문에 이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30% 전후로 매우 높다. 제조업의 평균 이익률이 10%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 배 이상 높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3) 이 글에서는 고정자본과 불변자본을 구분 없이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4) 사용연한이 5년인 기계는 1년에 20%씩 감가상각을 한다. 5년 후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5) 물론 자본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법 (절대적 잉여가치)도 있지만, 기계화(자동화) 또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상대적 잉여가치)시켜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려고 한다.

6) 기계로의 대체가 장기화하면 생산비가 낮아져 불변자본(C) 비용도 줄어든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비용을 모두 낮추는 경향이 일반적이지만, 가변자본(임금) 투하량, 불변자본 보다 더 크게 줄기 때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계속 고도화 된다.

7) 이를 제레미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설명한다.

8) “인터넷소비 늘수록 저임금 확산...한국도 ‘아마존 쇼크’” 서울경제, 2017.8.21.일자

9) http://glineq.blogspot.kr/2015/04/the-rule-of-robots-in-stiglitz-and-marx.html
덧붙이는 말

다음 글에서는 로봇경제와 노동의 미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석만(참세상연구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공태웅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로봇경제가 무서운 것은 쉽게 생각을 하면 언제가는 위의 기사도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쓸 것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