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 노동 감시 그만하라” 성토에 복지부는 “부정수급 관리 더욱 촘촘해질 것”

중개기관·시청 등 불시에 집에 들이닥쳐… “왜 찾아왔는지 설명도 안 해”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정작 제도 목적과 다르게 ‘노동감시’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활동지원사(활동보조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문제의 원인이 바우처 제도 자체에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 담당자는 부정수급 관리·감독을 목적으로 한 관리시스템은 더욱 촘촘해질 것이며, 바우처 제도 또한 선진적인 제도라고 설명해 극심한 온도 차를 보였다.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 등의 주최로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 감시 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중개기관·시청 등 불시에 집에 들이닥쳐… “왜 찾아왔는지 설명도 안 해”

이날 증언대회에서 활동지원사들과 장애인 이용자들은 중개기관, 지자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원, 보건복지부 등 바우처 제도 관련 기관들이 짜놓은 촘촘한 감시체계에서 겪는 수치심과 모멸감, 분노를 토해냈다. 이날 당사자들은 결국 모멸감을 견디지 못해 활동지원사는 일을 그만두고,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성토했다.

  활동지원사 김형준·고영매, 장애인이용자 김진수 (왼쪽에서부터) [출처: 비마이너]

“8월 말 센터에서 이용자 집으로 찾아왔다. 이용자 담배 심부름 갔을 때였는데, 처음 간 편의점에서 안 팔아서 다른 데 들렀다 오느라 3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센터에 나온 사람이 왜 이용자랑 같이 안 나갔냐고 했다. 휠체어 타고 같이 나갔다 오는 것보다 나 심부름시켜 빨리 갔다 오는 게 낫지 않냐. 그런데 내 말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왜 찾아왔는지 설명도 안 해줬다.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감시당할 이유가 없다. 솔직히 센터는 활동지원사를 자기네들한테 돈 바치는 사람으로밖에 생각 안 한다. 센터는 시청, 사회보장정보원, 복지부에서 감시시켰다고 하는데 그곳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자기네들은 안 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감시받으면서까지 누가 일하겠냐.” (활동지원사 김형준)

“최중증뇌병변장애인 활동보조하고 있다. 새벽 1시 30분에 센터에서 실사 나왔다. 심야지만 여기가 내 직장이니 거절할 수 없어 오라고 했다. 심야에 날 실사하러 나온 거지만 사실 이용자의 삶은 완전 무시하고 온 거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정말 너무 화난다.” (활동지원사 고영매)

“이용자가 지방에 가면 활동지원사가 동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해 김포경찰서는 위치 추적하고 저인망 수사로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를 범죄자로 몰아갔다. 김포경찰서는 활동지원사에게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했다. 경찰서 가니 몇 월 며칠 어디 갔냐, 이런 걸 묻더라. 결국 활동지원사는 ‘내가 범죄자냐’면서 그만뒀다. 그럼 이용자는 누가 돌보나. 김포경찰서 가서 니들이 똥 싼 거 치워주고 밥 먹여달라고 하니 아무 말도 못 한다.” (장애인이용자 김진수)


공권력이 부정수급 단속을 목적으로 노동자와 장애인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저인망 수사를 하는 등의 일은 2014년 인천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김포에서도 해당 지역 활동지원사 전체를 대상으로 카드 사용 내역, 통화내역 등을 수집해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임에도 정작 이의 제기는 힘들다. 바우처 제도 특성상, 기관 업무가 분리되어 있어 문제 해결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결정하고, 국민연금공단은 대상자를 선정, 지자체는 중개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및 서비스 비용 지급, 사회보장정보원은 바우처에 관한 실무집행, 중개기관은 이용자와 노동자를 모집하고 연결하는 등 현장 실무 전반을 담당한다. 문제 발생 시,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이에 전덕규 활보노조 사무국장은 “바우처 제도는 수급자와 노동자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증명하게 한다. 이러한 과도한 감시체계가 애초 취지인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이라는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고, 복지가 권리가 아닌 낙인이 되도록 하는 데 큰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바우처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 감시 피해 증언대회가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등의 주최로 열렸다. [출처: 비마이너]

복지부 “세계 어느 나라도 결제단말기와 카드 주며 ‘사회보장 쓰십시오’ 하지 않아” 극찬

하지만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바우처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부정수급 관리·감독을 목적으로 한 시스템이 더욱 촘촘해질 것이라는 ‘예고’를 남겼다.

오경희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은 “앞으로 부정수급 관리가 더 시스템화된다. ‘선의의 피해자’ 입장에선 그런 게 더 유리하고, 깨끗한 일터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단순히 노동감시 하지 마십시오’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선의의 피해자가 안 생기기 위해서 어떻게 시스템화할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사무관은 바우처 제도를 ‘극찬’하기도 했다. 오 사무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결제단말기와 바우처 카드 주며 ‘사회보장 쓰십시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파격적으로 많은 서비스 개선을 해드리고,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거다.”면서 “프랑스 유학하며 사회보장 수혜자로 경험해봤는데 그쪽이 사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우리나라는 당사자가 결제하면 바로바로 급여 입금해준다. 우리나라 서비스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알고, 조금 더 이해 좀 해주십사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안을 담당자 혼자한테만 남겨주시니 너무 어렵다. 활보노조도 대안을 계속 달라”며 활보노조에 공을 떠넘기기도 했다.

이에 고미숙 활보노조 조직국장은 “월급제 도입하라는 게 우리의 대안이다. 정부에 공적 전달체계 도입하라고 수년째 계속 요구하는데 복지부는 이를 대안으로 받아주지 않고 있다”면서 “월급제 도입한 뒤에도 부정수급 발생하면 그건 악의적일 수 있으니 단속에 대한 고민은 그때 하시라”고 일침을 가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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