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문재인 100일...제 점수는요

[워커스] 나를 찾아서

정부가 출범하고 100일이 지났습니다. 80%에 달하는 지지율을 세 달 내내 기록하면서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요. 북한 미사일발사 등 안보위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 최저임금과 탈원전 등 논쟁의 소지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이 정도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새 정부에 대한 지지가 단순히 정부 초기의 일시적인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지난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클수록 그 반대로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지난 촛불의 여파는 분명 새 정부의 지지율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 중 하나일 겁니다.

얼마 전 출범 100일을 맞아 정부는 토크쇼 형식으로 대국민 보고를 진행했습니다. 일요일 저녁 1시간 가량 주요 방송에서 생중계한 이 행사에 대해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전파낭비라는 말까지 나왔죠. 누군가에겐 허물없는 소통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겐 각본대로 짜인 정부 홍보쇼로 보였을 겁니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역대 정부의 권위적 모습에서 탈피한 파격으로 신선함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신선함만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100일이 지난 지금부터는 새 정부도 더 이상 신선함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렵겠지요. 어쩌면 이제부터가 새 정부의 본 모습이 나타나는 시작일 겁니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여러 정당과 정치세력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신념에 따라 새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본질을 파악하기에 100일은 다소 짧았을지도 모르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미 당신의 점수는 정해져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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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타입 : 100점

‘이런 대통령 또 없다’고 믿는 당신에게 문재인은 정말 완벽하게 멋진 ‘문샤인’입니다. 어쩌면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마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 이니만큼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지켜내고자 합니다. 때로는 자식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모의 마음으로, 때로는 밤낮으로 사랑과 존경을 가득 보내며 혹시 누가 부모 욕이라도 하면 울분을 참지 않는 자식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런 당신에게 세상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적폐로 가득합니다. 어떻게든 대통령을 흠집내려고 달려드는 자들 때문에 이제는 어떤 언론도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겐 기레기나 입진보일 뿐입니다. 전임 정부가 ‘싸지른 똥’ 치우는 것만도 정신없었을 지난 100일, 이전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 행보와 인사, 적극적인 소통, 각종 개혁정책을 내보이며 ‘빅 픽쳐’를 하나하나 실현하는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감동. 100점도 모자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도 당신은 이니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러 종횡무진 사이버 전장을 누비고 다닐 겁니다. 때로는 감히 최고존엄을 헐뜯는 무뢰배들에 맞서, 또 때로는 참을성 없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자들에 맞서서 말입니다.

B 타입 : 80점

스스로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문재인이 무조건 옳지는 않지만 새 정부에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방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개혁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대체적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수준에서 잘 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에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큰 당신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탈원전 등 개혁들이 일정 부분 실제로 성취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점에서 보수세력에 맞서 새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그동안 억눌렸던 요구들이 여기저기서 빗발치지만, 한편으로 당신은 지나친 개혁요구로 인해 자칫 역풍이 불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개혁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요구사항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무턱대고 정규직화만 요구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도 욕심을 버리고 양보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C 타입 : 60점

구 새누리당 세력은 너무 보수적이지만 새 정부는 지나치게 좌파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여기거나 혹은 국민의당 지지자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성향보다 문재인 개인을 더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정부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결코 현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지요. 당신에게 문재인 정부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참여정부 시즌2일 뿐입니다. 문재인의 파격은 노무현의 돌출적인 언행을 세련되게 만든 것일 뿐이고,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쇼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대국민 토크쇼는 그 정점이죠. 여기저기서 노조가 파업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불만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최저임금 올려주겠다,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겠다 등등 오히려 노조를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노동자들 말만 듣는다는 거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막말로 욕은 좀 먹지만, 당신은 이언주에게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D 타입 : 40점

포퓰리즘을 극도로 싫어하는 당신, 높은 지지율에 취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현 정부가 영 못마땅합니다. 어쩌면 조선일보의 열렬한 애독자일지도 모를 당신은 이러다간 나라가 베네수엘라 꼴이 될 것만 같습니다. 원전 문제도 마찬가지죠. 미래 전력대책 없이, 정부가 전문가들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지지율만 믿고 일부 목소리 큰 시민단체들의 뜻에 따라 탈원전을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회고록을 낸 이회창처럼, 당신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중의 민주주의에 위험을 느낍니다. 다만 지금 대단히 높아 보이는 지지율은 잠깐의 거품이고, 실제 지지율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포퓰리즘 정책일 뿐 결국 노무현 정부 때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지지율은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야말로 보수정치를 망친 원흉이라고 생각하지요. 때문에 지금 보수정치가 비루한 꼴이 되어버렸지만, 문재인의 포퓰리즘이 실패할 때 비로소 보수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 타입 : 낙제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100일을 평가하며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신 역시 새 정부는 점수를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를 이어 충성하는 것에 익숙한 당신에게 문재인은 감히 왕을 몰아낸 역적일 뿐이죠. 당신은 문재인의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지요. 한국보다는 북한에 더 관심이 많은 당신. 언제 북한이 핵을 날릴지 모르는데 매번 대화를 입에 올리는 정부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국군조차 믿을 수 없죠. 오직 미국만이, 그리고 미국이 제공하는 또 다른 핵무기가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혹은 당신이 좀 더 계산적인 사람이라면, 거꾸로 당신은 북한이 없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있어야 손쉽게 종북딱지도 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에게는 전쟁위기가 날로 고조되는 지금과
같은 때가 오히려 기회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F 타입 : 20점

여기도 싫고 저기도 싫고 어느 누구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당신은 정치에 기대도 없고 어떤 정치세력도 믿지 않는, 정치에 대한 환멸로 가득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박근혜 정부에 별 기대가 없었던 것만큼이나 문재인 정부 역시 뭔가를 해내리라고 믿지 않습니다. 서로 더 나을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는, 결국 비슷비슷한 정치인들이니까요. 선거 때 수많은 약속들을 쏟아냈지만 그걸 지킬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회적 통념에 따라 박근혜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진보나 개혁이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혼란스럽게 한다고 생각하지요. 정치는 원래 시궁창이고 나아질 일도 없지만, 빨갱이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민주당 역시 빨갱이와 크게 다를 바 없죠. 누가 대통령이 되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건 당신은 환멸과 회의의 눈으로 바라볼지언정 당신의 삶과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극기도 촛불도 멸시의 눈으로 쳐다보는 당신, 덕분에 오늘도 여의도는 평화롭습니다.

G 타입 : 잠정보류

새 정부의 정책들에서 잘못된 것들이 눈에 띄고 딱히 정부를 지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야당의 정부비판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당신.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타부타 판단을 내리기에 당신에게 100일은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어느 정당이나 정파도 지지하지 않고 치우침 없이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 당신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다소 과도하고 급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야당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자체는 80%에 육박하지만, 각각의 정책에 대해서는 전체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옵니다. 뭉뚱그려 새 정부에 부정보다 긍정평가를 하는 사람이라도 세세하게 뜯어보면 새 정부에 반대할 때도 있다는 뜻이죠. 무당파 혹은 부동층이라고도 불리는 당신, 그저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친정부냐 반정부냐하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공허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H 타입 : 점수는 무의미(당신은 좌파)

애초부터 새 정부를 의심 가득한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당신, 새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정책의 본질과 결과가 무엇인지 뜯어보고 어떻게든 그 한계를 발견하는 당신은 좌파입니다. 당신에게 새 정부에 점수를 매기는 건 무의미합니다. 당신은 새 정부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도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의 원죄를 지은 민주당 정부는 또 다른 모순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당신의 눈에는 정부정책의 근본적 한계들이 빤히 보이는데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희망을 걸고 있던 노동자들이나 노조들도 정부와 대립하기보다는 협력관계를 취하려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은 것인지, 새 정부는 상당한 흡인력으로 노동자들을 포섭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문재인 정부가 헬조선을 구원할 수 없다는 당신의 신념이 맞는다면, 대중의 불만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을 겁니다. 물론 그게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힘이 될지 디스토피아로 만들게 될지는 당신과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겠지요.[워커스 34호]
덧붙이는 말

강후 |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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