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아 커져라’ 부동산을 만지는 6개의 손

[워커스 이슈] 뱅크가 부릅니다, 가질 수 없는 너

은평구 역촌1구역 연쇄자살 사건

“현대 000과장을 불러 조사하면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내 모든 것은 000사장에게 녹음해두었어요.” 2016년 6월 25일, 서울 은평구 역촌1구역 재건축 조합장 A씨가 자택에서 목을 매달았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죽기 전 뇌물을 받았다고 고백한 유서와 녹취 파일을 남겼다. A씨는 유서를 통해 당시 시공사였던 현대엠코가 자신에게 1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고 이 과정에서 철거업체가 5,000만 원씩 4번,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다른 건설업체와 세무업체 등으로부터 수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 조합의 다른 임원에게도 뇌물이 전해졌다며 검찰 조사를 호소했다.

세 달 후인 10월 5일. 조합의 세무회계컨설팅 업체 대표 B씨가 경기도의 한 휴게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가 타고 있던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B씨는 A씨가 사망한 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A씨에게 500만 원을 건넸다고 자백하며 혐의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B씨는 세무회계업체의 대표이자 회계법인의 책임회계사로 일해 왔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서울문화재단 등에서도 역할을 맡아 사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는 사망 전부터 서대문구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으며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인물이었다. B씨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민선5, 6기)이 구청장이 되기 전 ‘문&김’ 세무컨설팅을 함께 운영했다.

‘문&김’은 문 청장 취임 이후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세무 재무감사를 맡았다. 의회에서는 부적절한 유착관계라고 지적을 받았다. 2013년 서대문구의회 재정건설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이문복 구의원은 “단체장이 상호에 있었고, 자기를 아는 사람을 이런 데다 같이 일하게 한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B씨의 회계업체가 이름만 바꿔 계속 회계를 맡은 것도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이 깊게 관여했던 역촌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며 진통을 겪고 있었다. 2007년 설립된 조합은 은평구 역촌동 189-1번지 9,700평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총 74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시공사가 두 차례 바뀌며 재건축은 지연됐고, 조합은 130억 원의 빚이 쌓였다. 사업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주민들은 조합 임원들이 시공사와 협력업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자 조합 해산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대문 앞에 빨간 깃발을 꽂고 재건축 사업에 저항했다. 주민간의 반목이 끊이질 않았고, 조합 내부에서는 명예훼손 등 각종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뇌물논란을 일으킨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구 현대엠코)은 손을 털고 나갔다. 그들은 ‘사업기간 단축을 통한 최단기간 입주’를 자신했지만 결국 사업성에 문제를 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보다 앞선 2009년에 시공사로 선정된 동부건설도 내부 경영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고 나갔다. 시공사는 건설비리에서 보통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긴다. 조합에 뿌리는 자금은 더 큰 비자금을 위한 떡밥 정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을 비롯해 현대그룹의 경비 관련 사업을 도맡아 하며 정 부회장의 자금줄로 꼽힌다. 2014년 정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그룹 계열사 및 오너 일가는 당기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1688억 원 가량을 현금으로 배당받기도 했다.

조합해산을 주장하는 한 주민은 조합, 시공사, 협력업체, 구청이 서로 얽혀 이 지경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누군가가 죽어나가기 전에 조합이 해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건설을 미루는 시공사에 어떤 대응도 안하는 조합의 태도가 수상했다. 계약도 가계약 형태여서 현대는 어떤 패널티도 안 물고 나갔는데 이를 승인해준 구청은 ‘불법이 아닌 편법’이라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 삼오진도 다 구속된 마당에 비리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조합의 소수 간부들의 이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땅, 돈, 그리고 당신의 도움만 있다면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여섯 집단


“재건축은 도시환경 개선보다 일부 투기꾼의 한탕 돈벌이 장으로 변질됐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재건축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다. 재건축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은 로비로 동맹을 맺고 한탕 돈벌이를 준비한다. 불투명한 공사 과정은 끊임없이 집값에 거품을 불어넣는다. 최근 강남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이 사업에 얼마나 많은 이권이 개입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합원 집으로 각종 선물꾸러미가 배달되고, 소유 주택이 많은 조합원은 좀 더 공격적인 금품 공세를 받는다. 로비만 담당하는 용역인 OS는 조합원들을 1:1로 마크하며 동의서를 받으러 다닌다. 조합장 이하 조합 간부들은 초호화 크루즈에 몸을 싣고 억대의 금품을 제공받는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2015년부터 지방으로 확대됐다. 분양가가 평당 1,000만 원을 넘어서자 ‘되는 장사’라는 인식이 퍼지고 공급물량이 급증했다. 늘어나는 재건축, 만연한 비리, 속 빈 정책으로 혼란스러운 건 서민들이다. 많은 이들의 ‘내 집 마련’이란 꿈을 앗아가는 이들은 대체 누굴까.


대형 건설사, 껍데기만 남았지만 중간착취 가장 많아

“장부만 보면 재건축 후 대형 건설사에 남는 이익이 없어요. 이들은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죠. 비자금으로 뇌물도 주고, 다른 계열사를 만들고, 사주의 뒷주머니도 채워야죠. 현재 대형 건설사는 껍데기만 있습니다. 건설일은 전부 하청을 주고 이들을 뜯어먹죠. 그럼 하청업체도 장비 가격 올리고, 공사 기간 늘려서 공사금액을 부풀려요. 재수 없으면 적발되는 거고요. 건설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도둑질만해요. 용접공, 배관공 같은 건설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고용하길 하나요? 거긴 접대가 일인데요, 이런 사람들을 ‘브로커’라고 하죠.”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단장은 현재 대형 건설사들이 이런 식으로 몸집을 부풀려 왔다고 비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에 열을 올린다. 재건축 사업 수주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수십억 원에서 1조 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하면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리 관계로 맺어진 조합과 건설사는 한 몸통처럼 움직이곤 한다. 건설사는 조합원에게 사업기간 단축, 납부부담 최소화 등을 약속하는 한편, 뒤로는 몇몇 조합 임원들에게 로비를 제공하고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남긴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입찰 방식을 취하지만 경쟁 건설사들까지 이미 세팅이 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미 시공사는 정해져 있고, 들러리를 서는 업체에게 얼마씩 주는 것이다. 조합장과 건설사만 합의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을 포섭하기 위해 쓰는 금액은 고스란히 공사비에 반영된다. 최근 롯데가 잠실 재건축공사를 따내기 위해 움직이자, 조합원들이 극도의 경계태세를 갖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사금액이 높아질수록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소송전을 벌이기도 한다. 소송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다.

거대한 커넥션의 중간다리

재건축 공사엔 많게는 100여개의 협력업체들이 결합한다. 정비업자, 철거업체, 폐기물업체, 세무서 등의 집단들은 조합이나 시공사에 뇌물을 건넨다. 조합, 시공사와 결탁하면 기대 이상의 공사비용을 챙길 수 있다. 역촌1구역 재건축조합 사건에서 뇌물수수 가교 역할을 한 삼오진건설은 비계구조물해체공사와 시설경비를 주요업무로 한다. 2013년 '철거왕'으로 알려진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 구속된 후에는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철거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최근 이 ‘막강한 영업력’의 근원이 밝혀졌다.

지난 6월 29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삼오진건설 회장 신 씨 등 업체 임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직원을 등록해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등 회계 장부를 조작해 회사 자금 78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렇게 빼돌린 공금 중 12억 원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과 수원, 인천, 대전, 부산 등 전국 각지의 18개 재개발조합 임원들에게 뇌물로 건네졌다. 재건축사업은 대형 건설회사의 땅따먹기가 돼버렸고, 철거회사 선정은 대기업과의 친분관계로 결정된다. 건설사와 협력업체, 재건축조합의 팀플레이는 공사비를 부풀리고, 조합 내 갈등을 증폭시킨다.

10년 전 찜한 아파트, 재건축을 허 하소서

서울 지역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반 이상이 외지인으로 구성된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상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꾼들이다. 이들은 재건축 사업 소식을 일찍부터 전해 듣고 미리부터 집을 사두었다. 서울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강남, 용산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재건축 기대를 갖고 들어온 외지인들이 조합의 주축이 된다. 재건축조합의 70~80%까지 외지인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부터 재건축 사업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투자이익이 커 부동산 투기세력이 항상 붙었다. 재건축 관련법은 규제와 완화를 되풀이했다. 2013년 국회가 부동산 3법을 개정해 재건축 활성화, 고분양가를 가능하게 하자 2014년부터 재건축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와 ‘빚내서 집사라’는 대책이 뒷받침되던 시기였다. 이를 틈타 건설사들은 가구 소득 증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분양가격을 뻥튀기 했고, 다주택자들의 투기 바람은 주변 시세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문서 처리반 공무원

김헌동 전 단장은 정부 및 지자체의 관료를 건설5적의 하나로 꼽았다. 이들이 ‘검은돈’과 ‘퇴직 후 자리’ 등을 챙기기 위해 업계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로비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말단 공무원부터 국회의원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도 재건축정비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시청 공무원과 검찰공무원, 시의원, 재건축 조합장 등 20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5월 경기 의왕경찰서는 도내 한 재건축 도시정비전문 관리업체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시 공무원 5명과 검찰 공무원, 시의원, 전 재건축 조합장, 전직 이사, 감사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 공무원 5명은 재건축정비업체 대표로부터 골프채, 현금, 상품권 등을 정기적으로 받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청탁을 받았다.

억대의 뇌물도 오간다. 2013년,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민주당)은 서울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그에게 뇌물을 건넨 이는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었다. 재건축사업에서는 공사 설계변경을 승인해 주는 조건으로 구청 공무원에게 뒷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합 구성 단계에서부터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구청 공무원을 끼워 넣는 일도 벌어진다. 건축 감리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이 구청에 있기 때문에 조합, 감리업체, 공무원은 서로 물고 물리며 삼각 동맹을 형성한다.

큰 돈 필요할 때 연락주십쇼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내놓으면, 은행은 돈을 푼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결과 ‘전당포 영업’이란 조롱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높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은 8조1천억 원이라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1년 상반기 이후 6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경기호전과 시중금리 상승 속에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수익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며 집단대출을 해왔다.

특히 재건축사업의 성패는 이주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있다. 기본이주비는 시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조합원에게 지급한다. 보통 1억부터 3억 원까지다. 막대한 이주비용 탓에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불가피한데 은행들 사이에선 대출이자 수익 때문에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한번 고객이 되면 중도금, 잔금 대출 등 다양한 영업활동을 노릴 수도 있다. 과거 은행 관계자들은 재건축 관련 부실서류를 눈감아주고 대출을 해주며 몇 채의 아파트를 받기도 했다. 경실련은 1993년부터 2008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재개발·재건축 관련 부패·비리사건 99건에 대한 유형을 분석했는데 기업과 은행 관련 건수는 19건이었고, 오갔던 뇌물액은 건당 70억 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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