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부동산 투자하지

[워커스 이슈] 뱅크가 부릅니다, 가질 수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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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심듯 아파트를 지어온 대한민국. 그래서 ‘아파트 공화국’이란 별명도 얻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주택 10채 중 6채가 아파트이다. 국민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주거실태조사 결과도 있다.
심지어 주택건설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것도 아파트다. 아파트 입주는 중산층으로의 편입이었고, 아파트 브랜드는 재력을 과시하는 레떼르였다. 정부와 대형 건설사는 손을 잡고 아파트 시장을 키웠다. 그 결과, 아파트는 가장 각광받는 재테크 수단이자 가장 높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투기상품으로 성장했다. 가계부채의 부실을 키우고 주거공공성을 왜곡해 온 아파트의 상품화. 과연 기형적인 아파트 시장의 대수술은 가능할까.

아파트 값은 오른다

아파트 값은 오르던 대로 오른다. 일시적으로 주춤할순있어도,그건이보전진을위한일보 후퇴일 뿐. 다만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오르느냐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소위 ‘잘 나가는’ 동네일수록 아파트 매매가는 큰 폭으로 뛴다.
신혼부부 혹은 소가족이 살 만한 59m²(18평) 이하의 아파트 가격은 지역에 따라 최대 7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아파트 연식이나 구조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아파트 값을 결정짓는다. 실제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K아파트의 59m²형 매매가는 현재 12억 원이다. 이 아파트는 33년 된 낡은 아파트로, 최근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 지정 허가를 받았다. 2006년에는 실거래가가 5억6천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같은 조건의 매물이 무려 10억2200만 원에 거래됐다. 11년 만에 거의 5억 원이 오른 셈이다.
1999년에 지어진 용산구 동부이촌동 K아파트의 59m²형 매매가는 8억5천만 원이다. 2006년만 해도 3억78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11년 만에 약 5억 원이 뛰었다. 이밖에도 서대문구의 C아파트는 2006년 준공 당시 실거래가가 2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4억7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로 18년 된 성수동 S아파트 역시 2006년 2억2천만 원이던 매물이 올해 5억1천만 원에 나왔다.
아파트 값 상승폭이 뒤처지는 지역들은 애가 탄다. 자신들의 지역이 ‘저평가됐다’고 토로하며 지역적 불균형을 지적한다. 그들이 원하는 ‘불균형의 해소’ 방안은 아파트 값의 ‘상향 평준화’다. 은평구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은평구는 너무 저평가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아파트 값이 올라야 한다”면서도 “강남에 사느냐, 은평구에 사느냐에 따라 결혼할 사람이 달라진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강남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17년 된 은평구의 S아파트 59m²형의 2006년 실거래가는 1억4500만 원. 현재는 매매가 3억1천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정권은 유한하고 부동산 값은 무한하다

문재인 정부의 8.2대책 이후, 소위 ‘저평가된’ 지역의 집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2대책 한 달 뒤, 은평구, 구로구, 금천구, 중랑구 등 비투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은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4천만 원이 올랐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다소 잠잠하던 강남 4구의 집값도 또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8.2대책 발표 후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6주째에 들어서자 서울 아파트값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곳은 잠실 송파구 재건축단지였다. 강남권 분양시장도 과열 양상을 띠었다. 지난 9월 7일 청약접수를 받은 ‘신반포센트럴자이’의 59m²타입의 경쟁률은 510대 1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일시적이며, 조만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이나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등록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다주택자들의 관망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 해도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아파트 값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중랑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8.2대책은 집을 몇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한두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지금 집을 사는 게 적기”라며 “지금 집값이 주춤한 시기지만, 조금 있으면 금방 올라간다.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는 한 급매도 나오기 힘든데, 사실 정부가 보유세를 건드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노원구의 부동산 중개업자 또한 “8.2대책 후 잠깐 잠잠했을 뿐, 가뜩이나 지금 노원에 재건축 입김이 세지고 있어 곧 오를 것이라 본다”며 “이 지역은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은데, 대부분 세입자들이다. 소유주가 거주하는 경우는 30%밖에 안 된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땅을 사놓고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의 부동산 중개업자 역시 “정권은 5년만 지나면 바뀌지 않나. 정부가 언제 또 부동산 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을지 모를 일”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지금 정도의 정책으로 매물을 내놓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도봉구의 부동산 중개업자도 8.2대책의 효과를 전망하긴 이르다면서도 “예전 시세와 변동 없이 대출만 더 힘들어졌다. 집 사기만 더 어려워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8.2대책 발표 두 달, 날고 기는 집값

8.2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다. 정책의 성공 여부를 따지는 건 아직 이르다. 다음 달 발표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추가 조치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받는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를 15년 수준으로 줄여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효과나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보유세 도입 여부 역시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특히 올해부터 내년 하반기까지는 수도권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시기다. 올해는 29만 호, 내년에는 31만 호로 최근 10년 평균 주택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금년 말에는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을 것이며, 서울도 약 97.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기다 가계부채가 1400조 원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이 내년께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경제 상황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맞물려 갈지도 미지수다. 송명관 참세상연구소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의 효과는 적어도 1년은 봐야 한다. 현재 부동산 상승은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를 상대로 퇴로를 열었고, 그 후에도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어떤 추가 조치들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8.2대책이 이전 정부가 실패한 정책들을 재활용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은 “부동산 가격은 계속 뛸 수밖에 없다. 지금도 청약 경쟁이 몇 백대 일씩 인데, 이런 경쟁이 붙는 이유는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과거 실패했던 정책들을 또 다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던 김수현 교수를 사회수석비서관으로 등용했고, 국토부나 기재부 고위 관료들도 이전 정권 사람들이 그대로 앉아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2대책의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가 단행했던 정책들이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금융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및 초과이익환수제 도입까지 비슷한 정책들이다. 정부와 민주당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유세 인상’ 역시 노무현 정권의 히든카드였다. 노무현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나섰지만,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폭등을 거듭했다.
반면 당시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발생한 부동산 버블을 ‘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송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일었고,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져 그 여파가 투기적 수요로 집중됐다. 현재와 다른 조건이기 때문에 정책만 가지고 실패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타깃, 꼬리자르기로 될까

정책적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대책 브리핑에서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다주택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집값 안정과 주거복지에 우선하는 정책은 없다는 선언이자, 정부의 강력하고 일관된 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8.2대책은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금리 기조 속에 풍부한 유동성 자금들이 주택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막고, 한쪽으로는 공적임대주택을 확대해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불안정 요소의 ‘몸통’은 놔둔 채 ‘꼬리’만 자르는 식으로는 사실상 정책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동 전 본부장은 “건설업자들은 건축비를 뻥튀기 해 아파트를 비싼 값에 분양하고 폭리를 취해왔다. 아무리 건설사가 분양가를 허황되게 불러도, 웃돈을 붙여서 탈세를 해도 정부는 규제는커녕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멍만 열어줬다”며 “현재 문재인 정부는 취임 4개월 동안 부동산 규제 대책만 3번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막대한 폭리를 취해온 재벌사들에 대한 규제는 빠진 채, 대출 규제나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조치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람이 잠자고 생활하기 위한 집의 가격이 자꾸 오르고, 이를 통해 몇 억씩 이익을 챙기는 현상은 분명히 고쳐져야 할 지점”이라며 “무엇보다 부동산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의 상품화가 아닌, 공공성을 확대 강화하는 방식으로 주택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도 상당하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거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요구다. 송명관 연구원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확대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사회가 아닌, 누구나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여전히 새로운 ‘상품’

정부는 강도 높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상품화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 9월 15일과 16일, 조선일보는 서울무역전시장에서 ‘2017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 행사를 개최했다. 정부의 8.2대책 이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컨텐츠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행사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후원했고,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기업들이 참여했다. 행사에 참여한 종합건설사 Y는 8.2부동산 대책으로 토지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토지 투자 홍보에 열을 올렸다. Y사의 개발부 과장은 “국토부에서 후원하는 행사다. 국가와 기업이 투자하는 곳은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 평택 서쪽에 개발호재가 많다. 정부의 도시개발계획이 잡힌 곳이다. 동쪽의 고덕신도시의 경우도, 고객님들께 2년 만에 두세배 수익을 내드렸다. 300만원에 사서 700만 원에 되팔았다. 여타의 부동산 투자와는 수익률 차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자신했다.
P2P금융업체를 통한 부동산 간접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P2P는 투자로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와, 돈이 필요한 대출자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접 연결시키는 금융 직거래 서비스다.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고이자로 펀딩을 진행해 연 1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P2P업체 H의 직원은 “1억을 투자하면 한 달에 15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27.5%의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수익은 110만 원”이라며 “개인은 1년에 1천만 원까지밖에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투자가 가능한 1인 법인을 세우는 것이 좋다. 70만 원의 법인 설립비를 내면 법인도 설립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종합건설업, 부동산개발업자들이 행사에 참여해 ‘8.2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지’라며 수익형 부동산, 재테크, 토지 상품 등을 홍보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8.2대책 다음 처방은?’이라는 제목의 정책세미나를 진행했고, ‘돈 되는 재건축, 재개발 투자 전략’, ‘문재인 정부, 부동산 투자 이곳을 주목하라’, ‘30대 여교사, 2년 만에 14채 집주인 되다!’ 등의 주제로 10여 가지의 세미나가 열렸다. 해당 세미나들은 일찌감치 사전 신청이 마감됐다.
지난 9일에는 강남 코엑스에서 ‘8.2대책 분석을 통한 대체 투자상품 구입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부동산 114가 주최하고, 한화건설이 후원하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함영진 부동산 114리서치 센터장은 “8.2대책 이후 수요자들은 매입 단계에서 대출 규제를 벗어나고, 양도 단계에서 차익을 볼 수 있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려야 한다”며 “비투기 지역의 풍선효과를 통해차익을 남길만 한 하이엔드 지역을 잘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궁극적인 투자 전략은 관광 개발 지역에 서비스 레지던스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강남, 해운대, 인천 송도 같은 가격 회복력이 뛰어난 랜드마크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함 센터장은 “정부가 남해안 권 8개 지역에 전략적으로 개발을 극대화하려는 부분이 있다”며 “대표적인 곳이 여수, 순천, 통영, 거제 등의 해양 개발 루트이며, 특히 여수는 남해안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행사에서 한화건설은 여수 웅천에 주거형 호텔(호텔 서비스와 주거기능이 결합된 상품)을 분양할 예정이라며 투자 홍보에 나섰다. ‘주거형 호텔’은 1가구 2주택에 해당하지 않으며, 분양가 상한제, 양도소득세 중과대상,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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