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결국 피소...주민들, “우리는 물 전쟁 중”

시민 보호 외면하는 풍력발전 기업, 기업 편에선 정부

쾅쾅 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삼성이 풍력터빈을 땅에 박는 소리다. 옆 마을에선 검은 물이 수도관을 타고 흐른 지 오래. 결국 캘빈 시몬스 씨의 집 수도꼭지에서도 검은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처음으로 우물 오염 문제를 알게 된 시몬스 씨. 50여 년을 이 마을 붙박이로 살아온 그는 우물 오염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이들과 친구, 이웃이 이 물 때문에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기업의 탐욕은 정말 끔찍합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삼성이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시행하는 풍력발전 프로젝트로 인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월 말에는 소송에도 휘말렸다. 지역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가 식수를 오염시켰다며 삼성에 책임을 묻고 있다.

주민들은 삼성전자캐나다법인 서기용 대표에 서한을 보내 “사장님께서는 엔지니어로서, 잘 설계된 프로젝트는 환경, 특히 사람들이 이용하는 캐나다 대수층(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실 것입니다. 캐나다 가정들은 삼성의 기업 이윤을 위하여 위험에 처해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는 3번째 서한 중 하나였다.

  워터웰스펄스트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보이고 있다. [출처: 캐나다 지역언론 <채텀데일리뉴스> 갈무리]

  블랙 셰일로 오염된 물 [출처: WWF 페이스북]

“터빈 기둥이 중금속 섞인 암반을 뚫으며 지하수 오염”

삼성물산은 2010년 1월부터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와 ‘그린에너지투자협정’(GEIA)를 맺고 10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곳은 온타리오 주 윈저시 채텀켄트 지역으로 삼성은 여기서 미국 패턴에너지사와 합작으로 풍력에너지 건설 프로젝트 ‘노스켄트윈드원(North Kent Wind One)’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이 프로젝트로 34개의 풍력 터빈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물을 만들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오던 지역 주민 대다수는 이 프로젝트가 지하수를 오염시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송에는 13개 가구가 참가했으며 인근 도버 지역에서도 유사한 피해로 5개 가구가 고통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력 터빈이 암석에 고정된 기둥을 통해 진동을 전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케틀포인트 흑색 셰일 편대가 상부 대수층에 토사를 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케틀포인트 흑색 셰일 편대(Kettle Point Black Shale)는 400만 년 전 데본기에 형성된 화석암으로 채텀켄트나 도버는 모두 이 편대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 위에 있는 대수층은 12,000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주민 대부분은 이에 의존해 식수를 충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6월 터빈 설치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우물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터빈 강철기둥이 땅을 뚫고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진동과 터빈 진동으로 흑색 셰일 암반이 부서져 상부 대수층(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에 미립자를 보낸다는 것이다. 지역 우물 일부는 아예 매몰이 돼 더 이상 가정용 배관으로 물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 셰일 암반에는 우라늄과 비소 등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중금속 농도를 지니고 있어 독성 미립자가 지하수로 유입됐을 수 있다고 예측된다. 주민 뿐 아니라 지역 환경전문가들도 건설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사업이 지역 우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채텀켄트 지역 주민들은 8년 전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된 인근 도버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면서 지난해부터 이 프로젝트에 반대해왔다. 도버 지역에서는 공사가 시작되자 우물이 오염됐고 공사 후에도 툭하면 흑색 토사가 지역 우물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채텀켄트 풍력프로젝트 건설 현장 [출처: WWF 페이스북]

공사 막기 위해 사슬 묶고 시위

우물 오염의 결과는 심각하다. 주민들이 증거로 제시하는 물은 검은 토사로 오염이 돼 더 이상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채텀켄트 지역 정치인 릭 니콜스 씨는 지난달 11일 캐나다 신문 <토론토선> 게스트칼럼으로 “물이 오염된 농장과 지역 주민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며 “우물물이 담긴 내 책상 위 물병에선 검은 입자 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더 이상의 오염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워터웰스펄스트(Water Wells First, WWF)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올 4월부터 ‘검은 물은 그만(STOP BLACK WATER)’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정부와 삼성에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촉구해왔다. 공사장과 공청회에서의 시위, 윈저시장 사퇴와 공인된 조사팀의 수질 오염 조사 요구를 비롯해 삼성제품 불매운동까지 진행했다. 게다가 지난 8월 29일에는 34개의 터빈 공사장 중 한 곳의 진입로에 차량과 몸을 사슬로 연결하여 차단하는 위력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그러나 삼성 측이 법원 명령과 손해배상을 신청해 점거 금지 명령을 받아내면서 이 행동도 수포로 돌아갔다.

  지역주민들이 사슬을 걸고 공사 진입로를 점거하고 있다. [출처: WWF 페이스북]

[출처: WWF 페이스북]

[출처: WWF 페이스북]

그러나 정부는 왜인지 삼성 편이다.

워터웰스펄스트에 따르면, 온타리오 주 환경조사위원회는 우물 오염 등에 관한 주민이나 전문가들의 증언을 청취했음에도 이 사업을 승인했다.

지난 4월 11일에는 삼성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회위원회 회의를 열어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삼성에 편향적인 위원회 대표만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이 회의장으로 달려가 테이블에 검은 물이 담긴 식수병을 나눠주고 항의했지만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결국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삼성과 패턴 측은 지난달 22일 공청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채텀켄트 보건국장인 데이비드 콜비 박사 등 전문가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답변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 공청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를 바 없었다.

현장에는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지만 그 동안 삼성이 반복해왔던 말 외에는 뚜렷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공청회 현장을 보도한 캐나다 언론 <씨비씨>에 따르면, 심지어 콜비 박사는 침전물은 물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야유와 함께 물 한 병을 들고 마셔보라는 소리가 쏟아졌다. “너무 화가 나요. 채텀켄트에선 물 전쟁이 진행되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한편, 풍력 터빈이 지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스토어 분 연구자는 “진동의 정도는 우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패턴에너지 사업수석매니저 쥬디 로 씨는 “우리가 우물의 질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이라고 말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시민 보호 외면하는 기업, 기업 편에선 정부

그럼에도 검은 물을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주민들이 캐나다연방정부에 지연되고 있는 수질검사를 서두르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투쟁에 연대하는 캐나다 시민단체 캐나다시민평의회 명예회장 모드 발로(Maude Barlow) 씨는 “온타리오 주정부가 유해함을 증명하는 압도적인 증거를 보면서도 공사 중단을 거부하는 것은 분노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공사 중단을 명령해야 한다. 삼성이 주민들의 물을 해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터웰스펄스트 대변인 케빈 자쿠벡(Kevin Jakubec) 씨는 “온타리오 정부와 이(삼성) 회사 양측 모두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척하고 있다. 우리가 한 모든 경고에도, 우물이 (이 프로젝트로) 오염되고 있다는 이 모든 증거에도 말이다. 이것은 ‘풍력 발전이 좋다 또는 나쁘다’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물을 오염시키는 형편없이 계획된 프로젝트에 관한 문제이자 우리 시민을 보호하길 거부하는 수십억 달러의 기업 편에 선 정부에 관한 문제다”고 비판했다.


<우물 오염에 관한 주민들의 증언>

* 삼성제품 불매 운동 및 서한 등(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