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강제집행 충돌…상인, 시민들이 막아내

용역 100명 강제집행 시도…일부 상인 부상

10일 오전 경복궁 서촌의 음식점 ‘궁중족발’을 상대로 용역이 강제집행을 시도해 상인, 시민들과 충돌했다. 상인들이 오전 6시부터 4시간 동안 강제집행을 막아낸 끝에, 용역은 오전 10시에 철수했다. 시민 한 명은 한때 격해진 충돌로 치아가 빠지는 부상을 입었다.


앞서 ‘궁중족발’ 건물 임대인(집주인)은 지난해 1월 임차인(가게 사장)에게 건물 리모델링(재건축)을 근거로 점포를 비울 것을 요구했다. 임대인은 리모델링 후 보증금 3천만 원, 임대료 297만 원이던 임대 조건을 보증금 1억 원, 임대료 1,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도 임대인은 명도소송에서 승소했고,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지난 9일 강제집행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상인, 시민 약 50명은 ‘궁중족발’ 앞에 집결다. 이들은 가게 입구를 트럭 두 대와 쇠사슬로 봉쇄했다.

봉쇄작업을 마친 다음 날 오전 5시, 상인들은 가게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6시께 임대인이 동원한 사설 경비(공성 시큐리티) 50여 명, 법무부 소속 직원 약 50명, 총 100명이 가게 앞에 도착했다.

임대인도 7시께 현장에 도착해 강제집행을 압박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대치 끝에 용역은 오전 7시 30분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시민들은 쇠사슬과 몸으로 스크럼을 짜고 완강히 저항했다. 충돌이 격해진 8시 10분, 시민 한 명은 용역 경비 팔꿈치에 맞아 치아가 부서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시민은 자신을 폭행한 용역을 체포하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용역이 철수한 뒤 병원으로 이동했다.

대치와 충돌이 길어지자 법무부 집행관은 오전 10시께 집행불능을 결정하고 용역과 함께 철수했다.

강제집행은 1~2주 후에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인은 <참세상>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임대차보호법? 건물주보호법!

상인들은 임대인이 지난해부터 점포를 뺏기 위해 의도적으로 임차료를 연체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인은 2015년 12월 ‘궁중족발’ 건물을 매입한 뒤, 궁중족발 임차인에게 월세를 낼 계좌를 알려주지 않았다. 3개월의 월세를 받지 않고, 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임차인은 월세를 법원에 공탁하는 것으로 대응해 무효화시켰다. 하지만 이내 임대인은 다시 리모델링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인들은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임대 상인이 아닌 ‘건물주’를 보호한다고 호소한다.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은 5년에 한하고, 임대인이 재건축을 요구할 때 임차인은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다(제10조). ‘궁중족발’의 경우, 임대인이 2013년 자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지금 임대인이 상인 입장에서 불필요한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셈이다.

맘상모 나동혁 상임활동가는 이날 집회에서 “여기 서촌은 상인들이 직접 만든 음식 때문에 상권이 발달했다. 상인들이 지가 상승을 이룬 것이다”며 “하지만 건물주는 합법이란 이름으로 상인을 다시 내쫓고 삶과 권리를 빼앗는다. ‘궁중족발’을 지키고 잘못된 법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지난해 48억 원을 주고 산 건물주는 지금 70억 원에 점포를 내놓으려 한다. 2년 채 지나지 않아 22억 원 차익을 보는 셈”이라며 “그는 이미 청담동, 대학로 등에 빌딩 몇 채를 소유하고 있다. 세입자가 내쫓기는 이유는 단지 돈이 없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을 끊기 위해 우리는 ‘궁중족발’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까지 가수 ‘리쌍’과 분쟁이 이어졌던 ‘우장창창’ 곱창집의 서윤수 사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서 씨는 “1년 전 내가 겪었던 일들을 다시 목격하고 있다”며 “리쌍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집행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궁중족발’ 건물주도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 이는 ‘궁중족발’만의 싸움이 아닌 마음 편히 장사하는 세상을 만드는 싸움”이라고 전했다.

10년 가까이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하는 콜트콜텍의 이인근 지회장도 “임차인도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고 있다”며 “노동자 대부분이 전세, 월세에 살며 쫓겨나기 일쑤다.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로 함께 싸우겠다”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맘상모는 △환산보증금 폐지 △기간 제한 없는 계약갱신 △월차임 인상 상한 제한 △재건축 시 임차상인의 영업가치 보상 △권리금 회수기회의 온전한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상가법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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