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화에 역행하는 마사회…파견노동자에 계약해지

계약해지 통보받은 문화공감센터 운영매니저들 “피와 땀으로 문화센터 정착시켰지만 토사구팽당해”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마사회에서 파견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파견, 용역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당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해고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한국마사회를 규탄하는 한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마사회는 정규직 전환 관련해 정규직화 지원 전략기관으로 지정돼 컨설팅팀도 배정된 만큼 다른 기관보다 모범적인 정규직 전환 사례를 만들 책임이 있다”며 “즉각 해고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19일부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마사회 렛츠런 문화공감센터에서 운영매니저로 근무했다. 이들은 요가, 노래교실, 헬스, 탁구 등 각종 강좌를 운영하고 문화 업무 관리 전반을 담당했다. 사행성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마사회가 문화적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사업이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최인 문화공감센터 의정부지사 운영매니저는 “어제,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되기 직전까지 많은 요구사항과 책임을 운운하며 축제를 비롯한 큰 업무를 맡겼는데 국가 정책 기조와 반한 마사회의 인사 정책에 무한한 실망을 느낀다”며 “매뉴얼도 없던 문화센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피와 땀으로 일했는데 토사구팽당했다”고 토로했다.

최 운영매니저는 “전국 27개 지사 중 7명에겐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기간이 남은 노동자들에겐 곧 없어질 용산으로 발령을 내거나, 자택과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배치했다”며 “자발적인 퇴사를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마사회는 파견법에 따라 이들의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운영매니저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2년 기간이 도래하는 운영매니저는 안타깝지만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마사회는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기존 용역과의 계약을 6개월 연장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비정규직 비율이 80%가 넘는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직접고용 비정규직 외에 1711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는 특별실태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조차 구성하지도 않았다”며 “모든 것을 협의기구에서 논의하자고 하면서도 논의 속도는 지지부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10일 각 부처에 하달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 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에 따르면 "계약만료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 기간이 정규직 전환요건인 2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범위에서 계약 기간을 잠정연장하고, 이후 전환심의위원회 최종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기간제 노동자에 한한 것으로 파견, 용역 노동자에 관한 내용은 없다. 김준범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노동부는 기간 만료가 도래한 파견, 용역 노동자의 경우 우선 단기 계약을 맺고 이후 정규직 전환 논의를 거치라는 안내는 하고 있지만, 따로 규정은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 당사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고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 오후 마사회와 계약 해지당한 운영매니저들은 간담회를 했지만 마사회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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