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그곳에 장애인도 있다… “여기가 무덤이구나, 생각했죠”

나는 휠체어 탔는데… “엘리베이터 타지 말라는데 안 타면 어떻게 내려가요?”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빌라. 뇌병변장애인 한우진 씨가 사는 빌라 옆 건물은 이번 지진으로 크게 훼손되어 철근 지지대로 건물을 받치고 있는 상태다. [출처: 비마이너]

지난 15일,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지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언론에도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22일, 포항을 찾았다.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도움으로 포항시 내에 사는 중증 근육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 지진 당시의 상황과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길 들었다. 그들은 대피 방법을 알아도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게 없어 닥치는 재난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감은 가중되나 이 불안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어, 무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지진에 관한 뉴스는 넘치지만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에 관한 소식은 없다며 고립과 배제를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누구보다 중증장애인은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근육장애인] 근육병으로 16년째 외출 안 해… 날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지진으로 쩌억 갈라진 아스팔트 위에 포항시 북구 ㅊ주공아파트(94년 입주 시작)가 서 있다. 크고 작은 균열이 아파트 입구 바닥과 벽 사방에 흩어져 있다. 그의 집은 15층 아파트 어깨높이쯤에 있다. 현관문과 복도식 창문 사이 벽에도 기다란 균열이 가로질러 나있다. 균열은 지난 15일, 5.4의 지진이 만들었다.

이현호 씨(가명, 지체1급, 37세, 남)는 집에 혼자 있었다. 사각진 방 한구석,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두 다리를 가슴께에 가까이 붙이고서. 그는 늘 그 자세로 앉아 TV를 본다. 15일 오후 2시 29분, 집이 크게 흔들릴 때도 그 자세로 TV를 보고 있었다. 몸이 넘어질 거 같았다. 본능적으로 지진임을 감지했다. “등으로 벽을 지대가지고 팔로 이래 꽉 잡고.” 바닥을 누르듯 앙상한 두 팔에 힘을 콱 주어 버텼다. 진동이 빨리 멈추기만을 바랐다.

지진이 멈추자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라. 이동이 불편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탁자 밑으로 숨어 머리를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근육병이 있는 그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근육병은 근육이 점점 약해져가는 진행성 질환으로 심장근육과 호흡근육까지 약해져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하게 되는 만성 질환이다. 그의 근육은 넘어지면 혼자 일어설 수 없을 만큼 약해져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집 앞 복지관에 전화하고, 동생에게도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는 먹통이었다. 호들갑스럽게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다. 그는 그렇게 벽에 기대고 앉아있었다. 왜 먹통인 걸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봤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기사를 읽으며 시간 보내고 있던 차에 동생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동생은 30분 만에 달려왔지만 여동생 혼자 이 씨를 들기엔 무리였다. 동생은 복지관에 도움을 청했으나 ‘지금은 어려우니 119를 부르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포항 내 소방서들은 지진 문의 전화로 폭주하고 있었다. 결국 동생 혼자 이 씨를 들어 휠체어로 옮겼다. 그렇게 어렵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달리 갈 곳이 없었다. 추위에 떨며 아파트 1층 현관에 서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사람들은 위험하니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했으나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1696세대가 사는 주공아파트 단지엔 고령에 장애로 걷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간혹 사람들은 무서우니 같이 타자고 손짓하기도 했지만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 나는 살란다”는 농담이 살벌하게 돌아왔다.

갈 곳 없는 사람들 열댓 명이 이 씨와 함께 아파트 현관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해가 지고 저녁 7시쯤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갈 무렵 최 씨도 집으로 올라왔다. 이 씨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동생도 곧 돌아갔다.

  근육장애인 이현호 씨가 사는 포항시 북구 ㅊ주공아파트. 지진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출처: 비마이너]

  근육장애인 이현호 씨. 근육병으로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지만 그가 받는 활동보조 시간은 한 달 144시간이다. [출처: 비마이너]

그는 다시 아까처럼 벽에 기대앉아 TV를 보았다. 자정이 다 되어 까무룩 잠이 오자 그는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팔을 뻗어 팔꿈치 높이 단상에 있는 이불을 잡아끌어 바닥에 펼쳤다. 혼자 이불을 깔고 몸을 눕기까지는 15분가량 걸린다. 여진이 올까 무서웠다. 움직일 때 작은 흔들림이라도 오면 그는 넘어질 것이고, 넘어지면 그는 제힘으로 일어날 수 없다. 아침에 활동보조인이 올 때까지 그 자세 그대로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 시간에 여진은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활동보조인이 왔다. 활동보조인은 그의 집을 둘러보며 균열 간 곳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화장실 내부 문 위에, 베란다 문 위에 전에 없던 균열이 생겼다. 그날도 활동보조인은 집 청소와 그의 식사를 도와주곤 오후 1시 30분 퇴근했다. 그는 다시 벽에 우두커니 기대앉아 TV를 보았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땐 앉은 자세 그대로, 바닥에 궁둥이를 붙인 채 오리걸음으로 기어 화장실에 갔다. 비장애인 걸음으로는 대여섯 걸음이었지만, 그의 속도로는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면 2시간이 금방 지났다.

그의 어머니도 근육병으로 5년 전 돌아가셨다. 그는 어릴 때부터 ‘너도 이렇게 될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어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있었다. 2002년경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을 즈음 병은 급속도로 진행됐고 2006년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판정을 받으면서는 외출을 더는 하지 않았다. 지금 사는 곳에 산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웃 간 왕래는 없다. 지루함엔 이미 익숙해졌고 화장실 한 번만 갔다 오면 2시간이 지나가니 그의 하루는 생각보다 짧았다. 다만 지진을 경험한 후 ‘고립감’이라는 것이 그의 일상을 훅 치고 들어왔다. 그러나 작년 9월 경주 지진 후에도, 포항 지진 후에도 그의 집에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찾아온 적은 없었다.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하냐는 물음에 그는 “사람이 옆에 있어 주는 게 제일 급해요.”라고 말했다.

그가 현재 받는 활동보조 시간은 한 달 144시간(복지부 114시간, 경북도 추가 30시간). 보통은 월~토요일까지 아침 7시 30분~오후 1시 30분까지 하루 6시간가량 활동보조를 사용한다. 시간이 부족해 일요일엔 활동보조를 쓰지 않는다. 그는 “지진으로 죽을 수 있다는 불안보다 혼자 있을 때 넘어져 못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16년간, 근육병으로 세상과의 문을 닫은 채 살아온 그는 비상연락망조차 없다.

“평일 5시 전엔 집 앞 복지관에 전화해서 부르는 방법이 있고. 119 같은 경우엔 넘어져서 다쳐야 출동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일으키러 오는 건 안 된다고. 그런데 개나 고양이는 하수구에 빠져 못 나오더라도, 안 다쳤더라도 출동하잖아요. 장애인은 짐승만도 못한 거 같아요. 갸들 못 나와서 건져주는 거나, 사람이 못 일어나서 일으켜주는 거나 똑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전 안 된데요. 다쳐야 한데요. 추석에 아무도 없을 때 119에 전화하니깐 안 된데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된대요. 한 명이라도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 명으로는 출동 자체가 안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세상이 완전히 깜깜하게 느껴졌어요.”

[뇌병변장애인] 지진 났을 때 엘리베이터 타지 말라는데 안 타면 어떻게 내려가요?

이번 지진으로 필로티(아파트 1층에 기둥만 있는 비어있는 공간) 건물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고 철근이 드러나 부실공사 논란이 일은 신축빌라가 밀집한 포항 북구 장성동. 그곳은 포항 내 신도시로 필로티 신축 빌라가 많이 들어 서 있다.

휠체어를 타는 중증뇌병변장애인 한우진 씨(가명, 뇌병변장애1급, 36세, 남)도 장성동 빌라에 산다. 그가 사는 빌라 옆 건물은 지진으로 건물이 많이 훼손돼 현재 철근 지지대로 건물을 받치고 있는 상태다. 그가 사는 빌라 1층 필로티 벽에도 커다란 균열이 갔으며, 그의 집을 비롯해 빌라 내부 곳곳에도 균열이 생겼다.

지진 당시 그는 포항 시내에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그는 “사람들과 차 안에 있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집에 혼자 있었다고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집은 아수라장이었다. 온갖 창문은 다 열려 있었고 욕실의 휴지, 비누 등은 쏟아져 내려 있었으며 선반에 놓여있던 밥솥은 굴러떨어져 결국 고장 났다.

그는 올해 6월 포항으로 이사 왔다. 작년 9월 경주 지진 때는 집에 있었는데 진동을 심하게 느꼈다. 그때 집은 4층이었다. 지진에 대한 공포로 최대한 낮은 층의 집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1층 집을 구하려다가 결국 구하지 못하고 현재의 2층 집을 구했는데, 2층도 그에겐 안전하지 못했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지진 났을 때 엘리베이터 타지 말라는데 안 타면 어떻게 내려가요? 방도가 없는데. 방법은 안 내놓고 무조건 타지 말라고만 하니 갇혀서 죽으라는 건가?”

  한우진 씨가 활동보조인과 외출하고 있다. 그가 사는 빌라 필로티 내벽에도 커다란 균열(빨간 원)이 가있다. [출처: 비마이너]

그는 재난 대피훈련 교육 자체가 비장애인 중심이라며 장애 유형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다니는 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복도엔 상시로 지진 대피 영상이 흘러나오나 그 또한 비장애인을 위한 내용이었다. 중증장애인인 그에겐 와닿지 않았다.

대피소도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지진 후,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은 장애인이 있다면 지원할 부분이 있을까 싶어 흥해체육관을 찾았다. 당시 동행한 한 씨는 “근처에 분명 장애인들이 살 텐데 그곳에서 장애인은 보지 못했다. 대피소 자체가 비장애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함께 지원 나간 김성열 활동가도 “내부 바닥은 전선 테이핑 등으로 휠체어가 다니기엔 접근이 안 좋았다”면서 “구호 물품 나눠주는 곳도 아수라장이어서 그곳에 장애인은 낄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현재 481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포항에선 가장 많이 받는 편에 속하지만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쓸 수 있는 정도다. 그는 활동보조인이 가고 난 밤의 시간이 “무덤같다”고 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이 하루 24시간 함께 있다고 해서 중증장애인의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활동보조 24시간은 중증장애인의 심리적 고립과 불안을 덜어주는 정도지 장애인 재난 대책의 유일한 대책이 될 순 없다. 이는 장애인의 안전을 활동보조인 1인에게 맡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활동보조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된 한 씨의 활동보조인 최아무개 씨(50세, 여)는 “재난 상황에 대한 교육은 받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둘이 있을 때 지진이 감지된 적은 있지만 어떻게 할 줄 몰라 “둘이 쳐다보며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한다. “어떻게든 도움은 요청해야겠지만 지진 난 상황에서 누가 선뜻 도와줄까 싶어요. 그리고 우리 집도 걱정되죠.” 최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씨 또한 “활동보조인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난 안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포항은 복구에만 집중하지 장애인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대피 방법은 알지만 시각장애로 이동 못 해서 사고 나는 거죠

  포항 남구의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배지연 씨 [출처: 비마이너]
포항 남구의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배지연 씨(시각장애 1급, 39세, 여)는 당시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급작스러운 흔들림에 당황했으나 그 또한 전맹이기에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 뒤 이후 직원들 안내에 따라 건물 바깥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배 씨는 혼자 산다. 당일 밤,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워 배 씨는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퇴근 후 짐을 챙기러 활동보조인과 함께 집에 갔다가 지진의 여파로 거실 형광등이 떨어질듯이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활동보조인이 없었다면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는 무방비 상태에요. 지진 일어나면 문밖으로 나갈 순 있지만 그 이상의 이동은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전맹은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하게 돼요. 대피 방법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당황스러움과 시각장애로 이동 못 해서 사고가 나는 거죠.”

그는 현재 활동보조 180시간을 받고 있다. 아침 출근을 위해 오전에 7~9시, 저녁에 6~11시까지 이용하며 시간 부족으로 주말엔 이용하지 않는다. 그는 시각장애인에게도 대피소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혼자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이나 직장 같은 경우엔 익숙하니깐 공간 인지가 되는데 낯선 공간에 가면 인지 자체가 안 되니깐 차라리 집에 있자는 생각을 많이 하죠. 대피소에선 화장실 가고 싶어도 어딘지 모르니깐 못 가잖아요.”

대피소 대부분 장애인 접근 불가능… 장애 유형별 재난 대피 방법은 이제야 제작 중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와 경남아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년여간 창원시 재난대피소 315곳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및 편의시설 모니터링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장애인 마크 표시 여부,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 점자블록과 시각경보기 설치 여부 등으로 장애인 접근성 보장 여부를 살폈는데 모든 장애 유형이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휠체어 진입의 경우, 타인의 도움 없이 휠체어가 대피할 수 있는 곳은 315곳 중 129곳(40.9%)에 불과했다. 소리로 재난경고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경보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응급 시 심장장애인을 위한 심장제세동기 등은 대피소의 95% 이상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장애인에게 대피소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활동보조의 경우에도 현재 포항시엔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받는 사람은 없다. 포항시엔 경북도 추가로 30~90시간만 있고 시 추가 지원은 없다. 포항에서 활동보조를 받는다면 복지부에서 독거 최중증장애인에게 주는 391시간에 도 추가 90시간을 합한 481시간이 최대인 것이다. 현재 포항시는 내년도 활동보조 시 추가 예산안으로 1억 7천만 원을 올려놨으나 포항시의회 심사 전으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활동보조 하루 24시간을 꿈꾸기에는 아직 요원한 수준이다.

지진 발생 후, 포항시는 시내 3개의 활동지원중개기관에 연락해 장애인들의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기관들이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에 전화해 상황 확인한 것을 보고받은 것이 끝인 것이다.

현재는 장애 유형에 맞는 대피방법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안전한 TV’엔 지난 3월 3일자 날짜로 ‘지진대응요령-장애인(보호자용)’ 3분짜리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 영상에도 휠체어 탄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행안부는 작년 경주 지진이 일어나면서 올해 초부터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통해 장애 유형에 맞는 국민행동요령을 제작하고 있다. 여기엔 지진뿐만이 아니라 태풍, 대설 등을 비롯한 자연재난, 생활위험 등의 상황에서 △이동불가능 △계단(수직) 이동 불가능 △의미 의사소통 불가능 △음성 의사소통 불가능 △시각정보 인식 불가능 등 유형별 대응 방법을 담아 작업 중이다. 이는 12월 말경 공개 예정이다.

재난 상황에서의 당사자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이다. 그러나 알아도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이 있다. 근육병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16년간 외출을 하지 않았다는 이현호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전화뿐이었으며, 중증뇌병변장애인 한우진 씨 또한 “밤에 혼자 있으면 여기가 무덤이구나 싶죠”라고 말했다. 전맹 시각장애인 배지연 씨도 “정보는 있지만 시각장애로 움직일 수 없으니 재난을 당하게 된다”고 했다. 복지 취약계층이 재난취약계층이 된다. 일상적 복지를 촘촘히 하는 것, 재난 상황에서 그 사람이 물리적·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타인에게 ‘곁’을 요청할 수 있는 것, 이 또한 재난 대피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단순 매뉴얼 작업을 넘어선 당사자 목소리를 담은 촘촘한 기획이 긴급히 필요하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참세상 제휴 언론사 비마이너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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