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기법 개악 시도에 열 받은 노동계…노정 관계 재고도

청와대-국회 근기법 개악 시도에 민주노총 긴급기자회견 열어

주당 노동시간과 휴일-연장근로 할증을 놓고 국회의 개악 시도가 이어지자 노동계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휴일근무 중복 할증률을 삭감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청와대마저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악이 이루어진다면 노정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2월 임시국회 기간 중 근기법 개악 강행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며 “근기법 개악으로 또다시 제2의 추미애법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덮어쓸 것인지 청와대와 정부, 집권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 여야 3당 간사합의안은 법을 바꿔서라도 노동시간을 늘리고 휴일 노동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주 52시간 즉각 시행이 아닌 단계적 시행은 중소영세 기업의 노동자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개악법안”이라고 밝혔다.

또 휴일 근무 중복할증 폐지에 대해선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추가인력 충원 없이 자유롭게 휴일 근무를 시킬 수 있는 장시간노동을 조장하는 개악법안”이라며 “중복가산수당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더 적은 임금으로 휴일 노동을 조장하는 효과를 불러오는, 재벌 대기업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법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월 23일 국회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에 합의했다. 주요 합의사항으론 △주 52시간 단계적 시행(기업 규모별 3단계 시행, 2021년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전면 시행) △중복할증 제도 폐지(휴일 노동 수당 삭감, 2배=>1.5배) △노동시간 특례 업종 제도 축소 및 유지(26개 업종=>10개 업종, 노선버스 제외) 등이다.

11월 28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사 잠정 합의안을 다뤘지만, 몇몇 의원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단계적 시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국회가 매듭을 지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하고, 바로 다음 날 당정청 비공개회의에서 장하성 정책실장이 “(중복할증 문제는) 환노위 여야 3당 간사가 합의한 대로 시행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전해지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의 진의가 잘못 보도됐다며 바로 해명했지만, 노동계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복할증을 하되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민주노총은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청와대의 해명이 있었지만, 청와대가 국회에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본다. 오는 1월 18일로 예정된 휴일 근무 시 중복할증 수당 지급 소송 관련한 대법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사법부 판결에 부당 개입하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최 직무대행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분명히 의사 철회를 하고, 근기법 개악을 위한 일정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건, 노동자와 국민에 대한 배신”

한국노총도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행정지침 폐기하고 국회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노동시간 특례조항 개정안과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성명에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 정부의 잘못된 행정지침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라며 “이제 정권을 잡고 여당이 되었다고 해서 기존 정책을 뒤집고 지난 정권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노동자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늘 긴급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응 투쟁에 나선다. 15일 긴급 산별대표자 회의를 열어 근기법 개악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 계획을 논의한다. 19일엔 근기법 개악 저지 민주노총 긴급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국회 환노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비상 대응 및 투쟁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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